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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로렐라이 언덕에 울려 퍼진 숨비소리
김경섭 수습 기자 kks@ihalla.com
입력 : 2018. 11.12.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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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프고나 해녀 몸이/푸른 바다 지붕 삼고, 혼백 상자 등에 지고/한 손에는 빗창 들고, 한 손에는 호미를 쥐어/석질 넉질(세길 네길) 깊은 물에, 물숨 참고 들어갈 제/저승 도(입구)가 아니던가…"

삶의 고달픔과 회한, 긴 간난(艱難)의 세월을 이겨내고 열정으로 승화된 제주해녀의 숨비소리가 독일 라인 강변의 로렐라이 언덕에 부딪혀 언덕을 휘감아 도는 독일의 혈맥, 라인 강을 따라 울려 퍼졌다.

지난달 27일 저녁, 로렐라이 시(市) '예거호프' 호텔 상설공연장에서 열린 제주해녀 초청공연은 많은 시민과 교민들이 참석한 가운데 이곳 '훼닉스 파운데이션' 앙상블 팀(이하 훼닉스 팀)과의 합동으로 열렸다. 훼닉스 팀의 초청으로 이곳을 찾은 서귀포시 대평리 해녀 13명은 독자 무대로 '오돌또기'와 '느영나영', '멜후리기 노래'를 선보인 후 훼닉스 팀과 합동으로 '출가해녀의 노래'와 '이어도사나'를 공연했다.

독자 무대의 마지막 노래인 멜후리기 공연에서는 '멜(멸치)' 그물과 '체(멸치를 떠내는 기구)'를 들고 관중석을 돌면서 힘찬 노래와 함께 잡힌 멸치 대신에 바구니에 담긴 알사탕을 관중석으로 던져주는 역동의 무대를 마련해 로렐라이 시민들의 눈이 휘둥그레지는 갈채를 받았다. 훼닉스 팀과의 합동공연은 굿거리장단에 맞춘 서구의 관악과 제주해녀의 육성이 한 데 어우러져 미묘한 동·서양 하모니의 진수를 선사했다. 대평리 해녀팀은 이보다 앞서 26일 오전 인근 막스성(城) 전망대에서 자체 공연을 벌여 이곳을 찾은 여러 나라 관광객들로부터도 환호를 받았다.

로렐라이 시는 독일의 중부 라인란트-팔츠 주(州)에 있는 인구 1만 7000명의 조그만 전원도시이면서 세계적인 관광지로 지난 2009년 제주시와 자매결연한 곳이다. 로렐라이는 라인 강변에 솟아 있는 '요정의 바위'라는 뜻으로, 라인 강은 이곳을 통과하면서 물살이 급하고 강폭이 좁은 지형을 형성하면서 그 유명한 '로레랄이 설화'를 만들어냈다.

로렐라이 언덕을 맨 처음 소재로 다룬 문학 작품은 독일 작가 C. 브렌타노(1778~1842)의 설화시(說話詩)이다. 이 설화는 실연한 로렐라이라는 처녀가 바다에 몸을 던진 후 사람과 새의 반반인 물의 님프(요정)로 변했고, 이 요정이 로렐라이 언덕에서 아름다운 목소리로 부르는 노래 소리에 라인 강을 항행하는 선원들이 도취되어 급물살에 조난당하고 목숨을 잃는다는 것이다. 독일의 시인 하이네가 이 설화를 바탕으로 쓴 서정시에 F. 질러가 곡을 부치면서 세계적으로 유명해져 우리나라에서도 애창되고 있다.

대평리 해녀와 로렐라이 훼닉스 팀과의 인연은 지난 해 8월, 제22회 제주국제관악제에서부터 시작되었다. 훼닉스 팀은 대평리에서 열린 '우리동네 관악제'에 2년 연속 참가하면서 이곳 해녀 팀과 합동공연을 하게 되었고, 이를 계기로 대평리 해녀공연 팀을 로렐라이 시로 초청하게 된 것이다.

제주해녀의 숨비소리는 세길 네길(9~12m)의 물속을 오르내리는 동안 참았던 숨을 내뱉으면서 내는 소리이다. 인간의 원초적인 호흡에서 나오는 소리이며, 빗창과 호미 하나만 들고 저승 문을 오가며 내뱉는 처절한 삶의 정기이다. 로렐라이의 노래가 젊은이의 연가라면 해녀노래는 억척같은 삶의 대서사이다.

제주국제관악제 조직위원회가 기획하고 제주자치도가 지원하는 해녀공연의 세계화는 바로 이 숨비소리와 관악의 긴 호흡과의 상관관계의 증명이기도 하다.

<김성호 제주국제관악제 조직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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