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시민회관 이대로…" 아트페어에 그 목소리

"제주시민회관 이대로…" 아트페어에 그 목소리
4회 제주국제아트페어&페스티벌 국내외 37명 참여 9일 개막
현장 워크숍 거친 '… 기억의 청사진' 주제 구현 설치·영상도
  • 입력 : 2018. 11.09(금) 22:05
  • 진선희기자 sunny@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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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국제아트페어&페스티벌 실내 전시 전경. 초대전 등 국내외 작가 37명이 참여하고 있다. 진선희기자

올해로 네번째를 맞은 제주국제아트페어는 세 가지 점에서 '문제적'이다. 제주국제아트페어는 제주시 이도1동이 주최하고 제주국제아트페어집행위원회가 주관하는 행사다.

첫째, 미술품을 사고 파는 아트페어를 지자체(동주민센터)가 주최해왔다. 둘째, 제주미술사의 한 페이지를 복원하는 작업으로 작고작가를 조명해왔다. 셋째, 보존이냐 철거냐를 둘러싸고 논의를 이어오고 있는 제주시민회관에서 줄곧 전시가 이루어져왔다.

근래 아트페어는 체험, 이벤트 등이 추가되고 있지만 미술품 거래를 목적으로 하는 만큼 갤러리가 주축이 된다. 제주국제아트페어는 기존 아트페어와 달리 이도1동을 지역구로 둔 제주도의원이 대회장을 맡아 해당 주민센터에서 예산을 댄다. 일반 미술전시에 비해 미술시장 활성화를 취지라는 명분을 내세워 예산 확보가 용이하기 때문에 아트페어란 이름을 달았다는 말도 나온다.

작고작가 김영철 특별전이 시민회관 2층에서 진행되고 있다.

작고작가 조명은 특별전 형식으로 첫회 강태석을 시작으로 한명섭, 홍성석으로 이어졌고 올해는 한라미술인협회 초대회장으로 '몸의 감각에 각인된 제주땅에 대한 기억'을 그림에 담았던 김영철 작가(1948~2015)의 작품 세계를 소개하고 있다. 제주국제아트페어가 국제전이지만 제주미술에 방점을 찍고 있다는 걸 보여주는 일로 이 역시 아트페어에선 보기 드물다.

제주국제아트페어는 1964년 개관 이후 제주시민들이 애용하는 문화 공간이던 제주시민회관의 기억도 되살렸다. 전국적으로 유휴건물을 이용한 문화재생 바람이 불고 있는 때에 제주국제아트페어는 화려했던 시절을 추억으로 안은 제주시민회관 앞마당과 내부를 전시장으로 만들며 새로운 활용 방안을 제시했다.


이같은 세 가지 '문제적' 행보가 머지않아 수정되거나 멈춰야 할지 모르는 제주국제아트페어가 9일 막이 올랐다. 제주도의원 9명이 한꺼번에 행사장을 찾았고 제주시장, 이도1동 자생단체장, 이도1동 주민자치위원회와 결연한 전주시 평화2동주민자치위원들까지 자리하는 등 떠들썩했지만 개막식이 끝난 뒤 내빈들이 썰물처럼 빠져나간 제주시민회관엔 이내 쓸쓸한 기운이 감돌았다.

'시민회관-기억의 청사진'을 주제로 정한 올해는 아트페어에 페스티벌이 더해졌다. 아트페어로 출발했지만 실제로는 그와 거리가 있었던 만큼 향후 제주형 미술축제로 방향성을 그려가기 위한 의도로 보인다.

아트페어에는 강민석 김성오 김효은 문숙희 박선희 박창범 오민수 등 도내외 작가 17명이 초대됐다. 해외 작가로는 제주 레지던시 경험이 있는 말레이시아 아마드 자키 안와르의 '해녀'를 비롯 독일 영국 인도네시아 프랑스 네덜란드 등 9명이 초대전을 열고 있다.

아트페스티벌에는 한국, 일본, 캐나다 등 11명의 작가가 주제에 맞춰 현장 워크숍을 통해 직접 제주시민회관 등을 둘러보고 기존 작업의 연장선에서 창작한 설치, 영상 등을 내놓았다. 신이피는 영상 작업 '원내의일점과원외의일점을결부한직선'에서 통행금지가 해제되고 관광호텔이 지어지던 시기에 탄생한 제주시민회관에 얽힌 지난 영상을 불러내며 장소의 생명력이 소진되어가는 건물의 오늘을 보여준다. 캐나다의 필립 알라드는 제주시민회관 내부 형형색색 텅빈 관람석에서 영감을 받아 해안으로 밀려오는 파도에 의자들이 들어올려지는 형상을 표현한 '통로'를 설치했다.

제주시민회관 실내 전시장 입구에 설치된 영상 '제주시민회관을 말하다'.

민선7기(2018~2022년) 제주도정이 제주시민회관 신축을 공약으로 제시하면서 진작에 '시민회관 아트페어'는 이번이 마지막이 될지 모른다는 이야기가 돌았다. 제주도가 50년이 넘는 역사를 지닌 시민회관 건물을 허물고 그 곳에 침체된 원도심을 살리는 랜드마크를 짓겠다는 구상을 밝힌 탓이다. 주최 측이 '기억의 청사진'을 주제로 정한 이유도 그와 무관하지 않았다.

하지만 실내 전시장으로 향하는 입구, 제주시민회관 주춧돌과 가까운 벽면에 설치된 영상은 그동안 알려진 '동네 여론'과 다른 목소리를 들려준다. 찬반 논란 속에 지역 주민들이 원한다며 제주시민회관 신축을 주장해온 이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제주국제아트페어&페스티벌 스태프들이 제주시민회관 인근에서 오래도록 살아온 주민들을 인터뷰한 '제주시민회관을 말하다'란 영상엔 건물을 철거해 '제주타워'를 짓자는 이들도 있지만 이대로 보존되길 바라는 이들이 더 많다. "그냥 그대로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크게 확대하지 말고 옛 모습을 살렸으면 합니다."

제주국제아트페어&페스티벌은 이달 15일까지 이어진다. 문의 064)728-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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