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감사위원회 스스로 위상 추락 자초하나

[사설] 감사위원회 스스로 위상 추락 자초하나
  • 입력 : 2018. 11.09(금) 00:00
  • 편집부기자 hl@ihalla.com
  • 글자크기
  • 글자크기
제주도 감사위원회가 도마위에 오르고 있다. 제역할을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그것도 감사위원회가 스스로 자초하고 있다는 점에서 안타깝다. 지방공기업 직원들의 비위사실을 잇따라 적발하고 있지만 정작 처분은 솜방망이에 그치고 있기 때문이다. 감사기관의 위상은 물론 감사 결과에 대한 신뢰도 떨어뜨릴 수 있어 심히 우려된다.

최근 감사위원회의 행태를 보면 과연 본연의 역할을 다하고 있는지 의구심이 들 정도다. 엊그제 발표한 제주신용보증재단에 대한 감사에서 그대로 드러난다. 감사를 통해 중징계 비위사실이 확인된 A차장을 경징계보다도 낮은 징계 외 처분인 '주의' 처분을 내리도록 한 인사담당자인 B부장에게 훈계 처분을 요구했다. 재단은 지난해 8월 자체 조사 결과 복무담당자인 A 차장이 개인적인 감정으로 C 과장의 출장기록 19건을 고의 삭제한 사실을 확인한 것이다. 이후 재단은 '직원상벌규정(징계기준)'에 따라 중징계(면직 또는 정직) 사안에 해당한다는 것을 인지하고도 인사위원회에는 경징계(감봉 또는 견책) 의결을 요구했다. 인사위원회는 '견책' 결정 후 도지사 표창의 포상 전력을 들어 다시 감경해 '주의 촉구' 처분을 내렸다. 감사위원회는 일사부재리의 원칙에 따라 A차장은 제외하고 당시 인사책임자였던 B부장만 징계 처분을 요구하는 감사 보고서를 채택했다. 그러나 감사위원회는 최고 의결기구인 감사위원회의에서 가장 가벼운 징계인 '훈계' 처분을 요구토록 결정한 것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감사위원회는 최근 제주테크노파크 감사에서 한 직원이 2009~2016년까지 완료된 60개 위탁사업 중 23개 사업의 정산보고를 받지 않아 총 4억3500만원의 집행잔액을 환수하지 못한 사실을 밝혀냈다. 하지만 경징계 처분을 요구하는데 그쳤다. 특히 제주도립미술관 특정감사에서는 전 미술관장의 잘못을 확인했지만 이미 퇴사했다는 이유로 아무런 처분도 요구하지 못했다.

감사위원회 독립 문제가 심심찮게 제기되는 이유를 몰라서 그러는가. 그만큼 감사위원회 역할에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다. 제주도 산하기관 직원들의 비위 사실도 가벼운 처분으로 넘어가고 있잖은가. 하물며 제주도 본청 감사에 대한 처분은 말할 나위 없을 것이다. 이미 징계를 받았다는 이유로, 기관장이 퇴직했다는 이유로 책임을 물을 수 없다면 감사할 필요가 있나. 감사위원회가 비위공무원에 대해 중징계를 요구해도 제주도가 감경처분을 내리기 일쑤다. 공직비리를 엄히 다스려야 할 감사위원회가 알아서 제식구처럼 감싼다면 어떻게 되겠는가. 결국 감사기관의 존립마저 위협받을 수 있다는 점을 알아야 할 것이다.
  • 글자크기
  • 글자크기
  • 홈
  • 메일
  • 스크랩
  • 프린트
  • 리스트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 밴드
기사에 대한 독자 의견 (0 개)
이         름 이   메   일
2220 왼쪽숫자 입력(스팸체크) 비밀번호 삭제시 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