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빈건물 사들인다고 원도심 활성화 되나

[사설] 빈건물 사들인다고 원도심 활성화 되나
  • 입력 : 2018. 11.07(수) 00:00
  • 편집부기자 hl@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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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희룡 제주도정이 추진하고자 하는 원도심 활성화 정책이 무엇인지 알 수 없다. 원도심 활성화를 위해서는 적잖은 예산이 수반되는데도 주먹구구식으로 추진한다는 인상이 짙다. 제주도가 막대한 예산을 들여 잇따라 건물 매입에 나서면서 빌딩을 사들이는 것이 원도심 활성화 대책처럼 비쳐질 정도다.

제주도는 2015년 제주시 원도심 활성화 차원에서 옛 제주대병원을 매입해 문화시설과 창업보육센터 등으로 활용하고 있다. 당시 제주도는 80여억원을 투자하는 옛 제주대병원 매입을 앞두고 원도심 활성화로 도시공동화 극복과 문화산업의 허브 구축을 강조했다. 하지만 인구 유입이나 지역상권 활성화 등의 효과는 미미한 실정이다.

최근 제주도는 지방비 250억원을 투입해 옛 중앙병원을 매입해 리모델링 후 청년 창업 지원 공간을 조성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부지 및 건물 매입비 150억원과 리모델링비 95억원, 장비 구입 5억원 등 총 250억원을 투입할 계획이다. 이같은 내용의 공유재산 관리계획을 도의회에 제출했으나 심의가 보류됐다. 제주도는 매입 의지를 굽히지 않고 있다.

앞서 제주시 원도심에 복합문화예술공간 조성을 위한 '재밋섬'(옛 아카데미극장) 건물 매입사업도 마찬가지다. 제주도는 총 사업비 172억원 가운데 리모델링 비용 60억원 중 도비 45억원을 출연하겠다며 도의회에 동의안을 제출했다가 퇴짜를 맞았다. 또 제주도는 올해초 29억원을 투자해 제주시 서사로에 있는 M건물(지하 1층·지상3층)을 사들였다. 제주여성가족연구원 청사로 활용될 이 건물에는 장애인과 육아보호시설 등이 들어선다. 리모델링을 위해 올해 17억원이 추가로 투입된다.

물론 원도심 활성화 차원에서 빈건물을 활용하는 것도 한 방법일 수 있다. 문제는 원도심 활성화라는 미명하에 행정이 일방적으로 추진하고 있다는 점이다. 행정이 상당한 예산을 투입해서 빈건물을 매입한다면 적어도 그 지역 주민들에게 도움이 되는 시설이어야 한다. 특히 주거환경이 나아져야 하는 것은 말할나위 없다. 그런데 어디 그런가. 옛 제주대병원 앞에서 주말에 이뤄지는 공연 때문에 지역주민들은 시끄럽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예술인들의 공간 마련을 위해 추진한 재밋섬 매입사업도 같은 문화예술단체들로부터 비판을 받고 있잖은가. 이들의 주장이 정곡을 찌르고 있다. 제주시 원도심 재생과 활성화를 위해서라면 재밋섬 매입 예산으로 원도심 지역에 산재한 불법 성매매 근절, 무근성 주변 유흥업소거리 문제 등을 우선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한 것이다. 바로 '살고 싶은 곳'으로 이렇게 정주여건을 개선하지 않는 한 원도심 활성화는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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