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공론화 정치’로 그 책임은 어떻게 질건가

[사설] ‘공론화 정치’로 그 책임은 어떻게 질건가
  • 입력 : 2018. 11.05(월) 00:00
  • 편집부기자 hl@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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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에 들어설 예정이던 국내 첫 외국인 영리병원은 무산될 전망이다. 지난달 숙의형공론조사위원회가 녹지국제병원 개원 여부에 대한 공론조사 결과 개설해선 안된다는 결정을 내렸다. 이어 제주도가 공론조사위의 권고대로 '개원 불허' 수순을 밟으면서 그 후폭풍이 적잖을 것으로 예상된다.

제주도가 공론조사위에서 '개원 불허'를 권고한 녹지국제병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중재안 마련에 들어갔다. 제주도는 공론조사위의 권고안을 수용해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 사업자인 중국 녹지그룹과 협의를 거치면서 중재안 도출에 나선 것이다. 그 배경에는 녹지국제병원 개원을 불허할 경우 무책임한 행정이라는 비난을 피할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이에 따라 제주도는 녹지그룹이 녹지국제병원을 비영리병원으로 전환해 운영하는 방안, JDC가 녹지국제병원을 맡아서 운영하는 방안 등을 검토하고 있다. 그런데 제주도의 중재안이 먹혀들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녹지그룹이 개원 불허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하겠다는 입장에서 전혀 후퇴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녹지그룹은 오는 12월 말까지 최종 결정을 내려달라고 제주도에 요청한 상태다.

녹지국제병원은 총 778억원을 투자해 서귀포시 토평동 헬스케어타운에 47병상 규모로 지난해 7월 준공됐다. 각종 의료장비를 갖추고 의사와 간호사 등 130여명의 의료진도 채용해 개원만을 기다리고 있다. 지난해 8월 제주도에 개원 허가신청서를 제출한 후 그동안 인허가 결정이 여섯차례 연기됐다. 그게 신호였다. 원희룡 지사가 지방선거를 앞두고 개원 여부를 공론에 부친다고 할 때 이미 개원 허가는 물건너 간 것이나 다름이 없었다. 하지만 녹지국제병원은 중앙정부가 적법한 절차를 거쳐 사업계획을 승인했다. 제주도는 이를 받아들여 병원 건물을 짓도록 도왔다. 원 지사도 "헬스케어타운을 외국인병원 1번지로 만들겠다"며 녹지국제병원을 유치했다. 문재인 정부 출범 후 의료영리화 반대 입장을 보이면서 허가권자인 제주도는 계속 미루다 결국 공론조사위로 '결정의 책임'을 떠넘겼다.

그렇다면 녹지국제병원 개원은 사실상 어렵다고 봐야 할 것이다. 제주도가 패소할 경우 그 비용은 온전히 도민의 세금으로 때우게 된다. 때문에 제주도는 개원 불허에 따른 손실보상 등은 어떻게 할 것이며, 그 책임은 어떻게 질 것인지 분명히 밝혀야 한다. 원 도정이 벌인 사업인만큼 무책임하게 넘어가선 안된다는 얘기다. 제주도가 스스로 결정한 사업마저 '공론화 정치'로 그 책임과 부담을 도민에게 전가하는 일은 결코 없어야 한다. 손실보상액이 1000억원이 넘을텐데 '아무일도 없었던 것처럼' 그냥 덮고 갈 수 있는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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