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살 젖먹이까지… 드러난 제주4·3 참상

3살 젖먹이까지… 드러난 제주4·3 참상
4·3평화재단 30일 유해발굴 현장설명회
성인 남녀·10대·영유아 등 유해 4구 발굴
공항 확장 공사 과정에서 옮겨진 것 추정
  • 입력 : 2018. 10.30(화) 17:21
  • 송은범기자 seb1119@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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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제주4·3 당시 학살돼 암매장 된 것으로 추정되는 유해 4구가 세상에 공개된 가운데 4·3희생자 유족회 회원들이 유해를 4·3평화공원 봉안관으로 운구하고 있다. 강희만기자

제주공항 발굴지에서는 탄두 1점만 발견

 "1949년 1월 8일 도두리 동박곶홈에서 가족들이 총살됐다… 즉시 시신을 수습하러 가기는 무서워 4~5개월 후 동네 개들이 시신을 헤치고 다닌다는 말을 듣고… 총살현장에는 40~50여구의 시신들이 뒤엉켜 있었고, 시신을 헤쳐 부모님과 1살 된 여자 조카 시신을 찾았다. 개들이 시신의 일부를 물고 다니던 시국으로 식구들은 아직도 구천을 헤매고 있는 것만 같다." -제주4·3평화재단 추가진상조사단 조사 내용 中-

 제주4·3 당시 학살돼 암매장 된 것으로 추정되는 유해 4구가 세상에 공개됐다.

 

유해 4구가 발견된 제주시 도두동 1102번지 발굴 현장. 강희만기자

제주4·3평화재단은 30일 4·3유해발굴이 진행되고 있는 제주국제공항과 제주시 도두동에서 현장설명회를 개최했다.

 유해가 발견된 곳은 공항 인근에 위치한 도두동 1102번지로, 성인 여성 1구, 성인 남성 1구, 10세 추정 1구, 3세 추정 1구 등 총 4구가 발굴됐다. 성인 여성 유해는 두개골과 팔, 다리 양쪽, 성인 남성은 두개골과 다리뼈 한쪽만 발견됐다. 10대와 3세 유해는 두개골만 확인됐는데, 이 마저도 훼손이 심해 치아 상태로 나이가 추정됐다. 이 유해들은 이날 수습과 포장을 거친 후 4·3희생자 유족회에 의해 4·3평화공원 봉안관으로 운구됐다.

 

성인 여성으로 추정되는 유해. 강희만기자

박근태 제주고고학연구소 조사연구실장은 "1973년 제주공항 확장 공사 당시 인부들이 창호지에 유골을 싸서 묻었다는 증언에 따라 조사를 시작하게 됐다"며 "조사 당시 흙 둔덕 5개 정도가 있었고, 이를 파보니 유해 4구가 나란히 발견됐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유해들이 앞서 언급한 '동박곶홈' 혹은 '정뜨르 암매장지'에서 나온 것으로 보고 있다. 정뜨르 암매장지의 경우 "비행장 교차로에 차 2~3대가 오더니 애기 우는 소리, 여자들 소리, 누구 부르는 소리가 막 나더니 총소리가 5분 정도 울리고는 사람들 소리도 없어졌다"는 증언이 나온 바 있다.

 유광민 제주4·3평화재단 학예연구사는 "두 곳 모두 가능성이 있지만 동박곶홈에 무게를 두고 있다. 정뜨르 암매장지는 과거 발굴에서 성인 유해만 나왔기 때문"이라며 "향후 유해에 대한 감식을 통해 사망원인 등을 규명하고, DNA검사로 유족들을 찾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제주4·3희생자 유족회가 발견된 유해에 대한 진혼제례를 올리고 있다. 강희만기자

이날 발굴된 유해에 대한 '진혼제례'를 올린 오임종 제주4·3희생자 유족회장 직무대행은 "치아도 제대로 안 나온 젖먹이 아이들이 휩쓸려 죽었다는 것은 당시의 상황이 얼마나 처참했는지 보여주는 것"이라며 "더군다나 학살을 당한 것도 모자라 종이에 싸여 다시 버려졌으니 2차 가해를 당한 것"이라고 원통해 했다.

 반면 북부예비검속 피해자의 유골이 출토될 것으로 기대됐던 제주공항 발굴지에서는 탄두 1점 외에 유해 구덩이나 유류품은 확인되지 않았다.

 한편 제주4·3평화재단은 제주도와 제주지방항공청, 한국공항공사 제주지역본부 등과 '유해발굴 업무협약'을 체결해 지난 7월 개토제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유해발굴작업에 착수했으며, 이번 현장설명회를 끝으로 발굴지 복토 작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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