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문화가 이슈&현장] 연 28만 입장객 이중섭미술관의 그늘

[제주문화가 이슈&현장] 연 28만 입장객 이중섭미술관의 그늘
미술관 수용능력 넘어서며 곳곳서 신음
  • 입력 : 2018. 10.29(월) 20:00
  • 진선희 기자 sunny@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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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평균 약 800명 입장 미술품 관람 사실상 어려워
넘쳐나는 방문객 화장실 개보수 공사 등 휴관 잇따라

증축 추진 계획이지만 인근 부지 매입에 어려움 겪어


지난 24일 서귀포시 이중섭미술관. 예정대로라면 상설 전시와 창작스튜디오 입주작가 결과보고전이 진행되는 날이지만 미술관 문은 굳게 닫혀있었다. 피란기 이중섭이 살았다는 초가를 지나 미술관으로 향했던 관광객들은 아쉬움에 발길을 돌리는 모습이었다.

이중섭미술관은 최근 몇 달새 내부 공사로 휴관하는 일이 잇따랐다. 이번에도 화장실 개보수 등을 위해 8일 동안 문을 걸어놓았다. 30일 다시 문을 열지만 얼마간은 마무리 공사를 해야 하는 처지다. 이 기간엔 무료 입장을 시행할 계획이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진 걸까.

▶미술관 적정 인원 시스템 고민해야=지난해 이중섭미술관 관람객은 27만7335명이었다. 서귀포시가 관리를 맡고 있는 제주도립 기당미술관, 소암기념관에 비해 입장객 수가 월등히 앞서면서 주목을 받아왔지만 외적 성장의 이면에 그늘이 있다.

지상 2층 이중섭미술관은 연면적 589.46㎡ 규모다. 2002년 11월 이중섭전시관으로 개관한 이래 수장고 설치 등을 제외하면 시설 확충이 거의 이루어지지 않았다. 이같은 상황에서 관람객이 해마다 늘고 최근엔 30만명에 가까워지면서 시설이 감당할 수 있는 한계치를 넘어섰다.

작년 관람객은 휴관일을 합쳐 계산해도 하루 평균 약 760명에 이른다. 이 정도면 전시장에서 미술품을 제대로 감상하기 어렵다. 이용자가 많아 화장실이 자주 고장나는 등 시설물 가동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관람객의 가파른 증가에 박수만 치고 미술관 적정 인원에 대한 고민이 뒤로 밀려난 사이 그 피해는 미술관 손님이 될 제주도민과 관광객에게 돌아가게 됐다.

▶기당미술관·소암기념관 공생 방안은=지금까지 '땜질식 처방'으로 미술관 환경 개선에 나서온 서귀포시는 12월 7일쯤 미술관 시설 개선에 초점을 둔 세미나를 개최하는 등 대책을 궁리하고 있다. 인근 기상대 부지를 사들여 이중섭미술관 증축에 나선다는 계획이지만 매입에 따른 협의가 원활하지 않아 빠른 시일 안에 해결책을 구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같은 지역에 있는 기당미술관과 소암기념관의 공생 방안도 나와야 한다. 지난해 30주년을 맞은 기당미술관, 올해 10주년인 소암기념관은 토박이 미술인들을 품은 공간이다. 차츰 입장객이 늘어나고 있는 점은 고무적이지만 이중섭미술관에 비해 상대적으로 접근성이 떨어지고 인지도가 낮다. 기존 작가의 산책길 미술관 투어 프로그램에 더해 서귀포매일올레시장, 이중섭거리로 이어지는 방문객들을 그곳까지 유인할 장치 마련이 아쉽다.

기당미술관은 어린이 동반 관람객을 위한 교육실이 따로 구비된 만큼 이를 장점으로 활용할 수 있다. 소암기념관은 2층에 출입구를 둔 현행 시설을 보완해 1층에 미술관을 알릴 수 있는 공간을 새로이 조성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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