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용건의 월요논단] 관광에 대한 생각

[서용건의 월요논단] 관광에 대한 생각
  • 입력 : 2018. 10.29(월) 00:00
  • 김현석 기자 hallasong@ihalla.com
  • 글자크기
  • 글자크기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관광하면 떠올리는 생각은 집 떠나 놀고 즐기는 것인데 국내에서는 1970~80년대부터 소비향락문화의 대명사처럼 나이트클럽 이름 앞에 관광이 붙어 관광나이트클럽이 고유명사화되면서 관광은 대체적으로 부정적으로 인식되었다. 1990년대부터 국가적 차원에서 관광산업을 육성하고자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했고 2000년대 이후 관광 및 관련 서비스산업이 발달하면서 관광에 대한 인식이 과거에 비해 크게 개선되기는 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넘쳐나는 관광객으로 인해 과잉관광이 이슈화되면서 과거와는 다른 차원에서 관광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확대되고 있다. 그러나 원래 관광의 의미는 이런 것이 아니었다. 중국의 고전인 주역(周易)의 역경(易經)에 관국지광이용빈우왕(觀國之光利用賓于王)이란 말이 처음 나오는데 이는 다른 나라를 방문하여 그 나라의 문물과 문화를 보고 배우러 오는 사람들을 왕을 모시듯 환대한다는 뜻으로 매우 학습적이고도 상호존중적인 의미였다. 즉 다른 나라의 문화와 문물(光)을 살펴보려 온 사람들을 지역주민들이 환대한다는 뜻이다.

직간접적으로 관광산업과 관련된 사람들을 제외하고 제주도민들의 관광에 대한 인식은 최근 몇 년새 긍정보다는 부정적인 면이 크게 증가하는 양상이다. 소위 SNS라고 불리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통해 전통적인 관광지와 지역주민의 거주지 구분이 희미해지면서 주민들의 불만이 여기저기서 커지고 있다. 제주시 애월읍의 더럭분교, 서울시의 북촌한옥마을, 부산시의 감천문화마을 등과 같은 국내사례뿐만 아니라 이탈리아의 베네치아, 스페인의 바르셀로나, 영국의 런던 등 해외 도시에서도 과잉관광에 대한 문제점이 큰 이슈이다. 관광객이 도시의 교통 및 환경문제를 일으키는 주범으로 내몰리는 실정이다.

그러나 엄밀히 들여다보면 지난 몇 년간의 교통과 환경 등 지역주민들이 생활측면에서 불편하게 느낀 것에 상대적으로 더 큰 영향을 준 것은 유동인구보다는 상주인구의 빠른 증가에 사회기반시설의 확충이 못 따라가 발생한 측면이 크다. 지난 9월말 기준으로 제주시 인구는 50만을 넘어 불과 13년 전인 2005년 40만명에서 10만명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 대부분의 지자체에서 인구 감소를 걱정하는데 부러움을 사는 게 아니라 정작 지역주민들은 인구 증가에 따른 혜택보다 발생하는 비용이 많다고 느끼고 있는 것이다. 잠깐 제주 방문 관광객 통계를 보면 내국인의 경우 2016년 1224만9959명, 2017년 1352만2632명, 외국인의 경우 2016년 360만3021명, 2017년 123만604명이다. 내국인 방문객은 꾸준히 증가한 반면 작년 사드 사태 때문에 중국인관광객은 큰 폭으로 감소하였다. 논리적으로 지역주민들이 과잉관광 때문에 고통을 느낀다면 최소한 작년 이후 중국인 관광객에 의한 부분은 감소해야 한다. 짧은 기간 상주인구가 큰 폭으로 증가하는 문제는 유동인구의 증가보다 훨씬 더 큰 문제를 야기한다. 이러한 사실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차가 막히고 환경문제가 발생하면 내부보다는 외부요인으로 원인을 돌리는 경향이 있다.

2009년 첫 여성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오스트롬 교수가 준 교훈은 우리가 물, 공기같은 공공재를 관리할 때 지역주민 스스로가 높은 환경인식과 책임의식을 갖고 있을 때 어떠한 정책보다도 효과적이었다는 것이다. 관광객을 무조건 변호할 생각은 없다. 우리가 현재 차가 막히고 쓰레기 문제로 불편하다면 먼저 우리 습관과 행태를 돌아보는 것 없이 관광객과 이주민이 증가한 탓으로만 돌리고 있지는 않는지 생각해보자는 것이다.

<서용건 제주대학교 관광경영학과 교수>
  • 글자크기
  • 글자크기
  • 홈
  • 메일
  • 스크랩
  • 프린트
  • 리스트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 밴드
기사에 대한 독자 의견 (0 개)
이         름 이   메   일
1764 왼쪽숫자 입력(스팸체크) 비밀번호 삭제시 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