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플러스] 제주인 애환 담은 감귤, 우린 얼마나 알고 있나요?

[휴플러스] 제주인 애환 담은 감귤, 우린 얼마나 알고 있나요?
  • 입력 : 2018. 10.25(목) 20:00
  • 이상민 기자 hasm@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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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일보DB

고려시대 문헌 속 첫 등장
당시 재래종은 거의 도태
1950~1960년대 본격 도입
흥진·궁천조생 70% 점유
11월 한달 감귤주제 행사 다양

감귤의 계절이다. 제주의 땅에서 눈과 비, 바람, 햇볕을 그대로 맞고 자란 감귤이 농부의 부푼 기대를 안고 탱글탱글 영글었다. 제주의 모든 사람들이 감귤을 키우진 않아도 해마다 이맘 때가 되면 대다수 도민들은 '올해 감귤 값이 좋았으면…'하는 바람을 갖는다. 평소 신문, 방송에서, 혹은 주변으로부터 '제주의 생명산업은 감귤 산업'이란 말을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어왔고 실제로도 그러하다. 한 때 제주 감귤의 조수입은 지역 내 총생산의 15%까지 차지했다. 그래서일까. 왠지 제주도민이라면 감귤에 대해선 '어느 정돈' 알아야 할 것 같다. 그래서 이 참에 준비했다. 본보가 번데기 앞에서 주름잡는 심정으로 제주도민들에게 제주감귤을 소개한다.

서울 가락시장에서 주인을 기다리는 감귤.

▶감귤 역사 이야기=우리나라 역사 문헌에서 제주 감귤이 처음으로 등장한 때는 고려시대다. '고려사' 세가 권7에는 문종 6년(1052년)에 탐라에서 공물로 바치는 귤의 양을 늘리기로 결정했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또 조선시대에도 감귤을 궁궐에 진상한 기록이 있다. 그러나 이들 문헌에 나온 감귤은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감귤은 아니다. 당시 재배된 것은 금귤, 당유자 등 재래종으로 지금은 거의 도태돼 찾아볼 수 없다. 제주에서 주로 재배되는 감귤은 온주밀감이다.

1911년 프랑스 출신 에밀 조셉 타케 신부가 일본에서 온주밀감 15그루를 들여와 제주에 심은 것이 제주 감귤산업의 시초가 됐다. 그렇다면 온주밀감의 원산지는 일본일까? 결론부터 말하면 아니다. 원산지는 중국이다. 일본은 400여년 전 중국 원저우(溫州·온주)지방에서 온주밀감을 도입해 전국으로 확대 보급했다.

제주에서 감귤이 본격적으로 재배되기 시작한 것은 1950년대에 들어서다. 이 때부터 도내 곳곳에 과수원이 조성되기 시작했고 1960년대에는 감귤 산업이 정부 지원을 받는 농어민 소득증대 특별사업으로 육성되며 급속도로 성장했다. 제주에선 감귤나무 두 그루만 있으면 자식을 대학까지 보낼 수 있다고 해서 붙은 '대학나무'란 별칭이 이 무렵에 나오기 시작했다.

▶감귤 품종 이야기=감귤 품종은 다양하다. 크게 극조생류와 조생류, 만감류, 금감류, 오렌지류 등 5가지로 나뉜다. 이중 극조생류와 조생류가 온주밀감에 속한다.

극조생류는 조생류보다 빨리 수확할 수 있고, 또 조생류는 만감류보다 이른 시기에 수확할 수 있다. 올해 극조생류는 지난 9월 27일 처음 출하됐지만 대개는 10월 초순에서 중순 사이 본격적으로 수확된다. 제주도농업기술원 송상철 농촌지도사는 "감귤은 품종뿐만 아니라 햇볕, 강우량, 재배된 토양의 성질에 따라서도 수확 시기가 지역별로 조금씩 다르다"고 말했다.

제주에서 가장 많이 재배되는 감귤은 조생류다. 조생류 중에서도 흥진조생과 궁천조생이라는 품종이 제주에서 재배되는 조생류의 70% 가량을 점유하고 있다.

흥진조생은 조생류 중에서도 가장 늦게까지 출하할 수 있다. 흥진조생 뒤에 도입된 궁천조생은 병해충에 강하다. 송 농촌지도사는 "제주에서 1960년대 본격적으로 감귤이 재배될 때 농민들에게 집중적으로 보급된 품종이 바로 흥진조생과 궁천조생이었다"면서 "흥진조생과 궁천조생이 지금까지도 널리 재배되는 배경 중에는 나중에 나온 감귤 품종들이 흥진, 궁천보다 월등히 뛰어나지 못했다는 이유도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조생류가 여전히 제주 감귤산업에서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지만 2000년대에 들어서는 수입산에 대응하기 위해 한라봉·천혜향과 같은 만감류가 집중 육성돼 감귤 재배지형에 조금씩 변화가 일고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발표한 '2017 농업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2002년 도내 재배면적 기준으로 1014㏊였던 만감류는 10여년이 지난 2016엔 2225㏊로 배 이상 성장했다. 10여년 전만 하더라도 감귤 농가 100곳 중 1~2곳이 만감류를 재배했다면 지금은 100곳 농가 중 10곳이 만감류를 키우고 있다.

지난해 열린 감귤박람회에서 관람객들이 20.17m길이의 감귤케이크를 맛보고 있다. 한라일보DB

▶감귤로 들썩=진짜 감귤의 계절인가보다. 감귤을 주제로 다양한 행사 소식이 들려온다. 역시 감귤을 제대로 알려면 감귤을 직접 체험하는 것이 가장 좋은 것 같다.

서귀포농업기술센터가 7일부터 25일까지 제주농업생태원 감귤원에서 감귤 따기 체험 행사를 한다. 행사가 진행되는 제주농업생태원은 조선시대 국가가 관할하던 금물과원을 비롯해 감귤숲길, 감귤품종 전시실, 제주감귤홍보관 등 제주감귤의 모든 것을 한 곳에서 볼 수 있는 곳이다.

참가자는 직접 수확한 감귤 1㎏을 가져갈 수 있으며 현장에서 감귤을 제한 없이 마음껏 맛 볼 수 있다. 감귤 따기 체험 시간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까지다.

감귤을 따는데 필요한 수확용 가위는 서귀포농업기술센터에서 2인을 기준으로 1개를 무료로 빌려준다.

또 오는 11월 7일부터 13일까지 서귀포농업기술센터에서 제주국제감귤박람회가 열린다. 주최 측은 박람회 기간에 국내외 감귤 품종과 가공제품을 전시하고, 국내외 바이어를 초청해 상담회를 한다. 이 밖에 감귤의 삶을 주제로 한 스마트 전시와 우수감귤 경진대회, 감귤 다과 대전, 감귤 따기, 감귤연 날리기, 감귤조형물 공모전, 감귤 향초 만들기, 감귤 테라피, 감귤 리마인드 웨딩, 전국 스타팜대회 등의 다양한 프로그램이 있다.

감귤을 주제로 한 마라톤대회도 개최된다. 올해로 16회째를 맞은 2018 제주감귤국제마라톤대회'가 11월 11일 오전 9시30분 조천운동장에서 개막한다. 종목은 마스터스(동호인·일반부·개인전) 풀(제한시간 5시간, 이하 생략), 하프(2시간30분), 10㎞(1시간30분), 5㎞(1시간) 등 모두 4개 부문이다. 마라톤 코스는 올해부터 서귀포시에서 제주시로 변경돼 그동안 지속적으로 제기됐던 참가자들의 접근성 문제가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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