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위원회 '재밋섬'건물 계약 '거짓말에 놀아났다'

감사위원회 '재밋섬'건물 계약 '거짓말에 놀아났다'
매매계약 당일 재단 재무감사 돌입 불구
재단 측 "계약 없다" 말만 듣고 방치해
도의회 행자위 "도지사 소속 구조적 한계"
  • 입력 : 2018. 10.24(수) 16:26
  • 표성준기자 sjpyo@ihalla.com
  • 글자크기
  • 글자크기

제주도의회 행정자치위원회가 24일 감사위원회 등에 대한 행정사무감사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제주도의회 제공

제주도감사위원회가 지난 6월 제주문화예술재단에 대한 감사를 통해 '재밋섬' 건물 매매 과정의 문제를 조기 해결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친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감사위는 재단과 재밋섬 간 매매 계약서 체결 당일 재무감사에 돌입했지만 아직 진행 중인 게 없다는 재단 측의 말만 듣고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는 진술이 나왔다.

 제주도의회 행정자치위원회(위원장 강성균)는 24일 감사위원회에 대한 행정사무감사에서 감사위원회 독립성 방안을 촉구했다. 특히 홍명환 의원(더불어민주당, 제주시 이도2동갑)은 감사위가 도민 사회에서 이슈가 된 문제를 감사하면서도 '셀프 감사'의 한계 때문에 문제를 키웠다고 지적했다.

 홍 의원에 따르면 재단은 2018년 2월부터 현 재단 매각 및 기본재산을 활용한 건물 매입·리뉴얼 계획을 추진해 3월 14일에는 원희룡 도지사에게 이 같은 계획을 보고하고, 4월에는 매입 대상인 재밋섬 건물에 대한 감정평가(평균 약 110억원)를 완료했다. 이어 5월 15일 문화예술계 주민설명회를 거쳐 5월 17일에는 이사회가 '재밋섬 건물 매입의 건'을 만장일치로 의결했으며, 6월 14일에는 도지사 승인까지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홍 의원은 "재단 내부에서는 실무적으로 이미 검토가 다 진행됐고, 6월 18일에는 계약금 1원짜리 부동산 매매계약서를 체결했지만 감사위는 이 같은 계약이 이뤄진 당일 시작한 재무감사에서 관련 자료도 요구하지 않았다"며 "도민들이 납득하겠느냐. 그래서 셀프감사라는 것이다. 도지사가 임명한 공무원들이다 보니 제대로 감사할 수 있겠느냐"고 질타했다.

 홍 의원은 "당시 도민사회에서 문제가 되고 있었지만 5일간 진행한 재무감사에서 왜 관련 내용을 제대로 파악하지 않고 다시 감사를 진행하느냐, 왜 재단이 협조를 하지 않느냐, 이게 감사위의 현실이 아니냐"며 "이 때문에 감사위 독립 얘기가 나오지만 셀프 감사에서 벗어나는 게 독립이다. 가장 중요한 건 감사위 조직이 도지사 소속이라는 구조적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양석완 감사위원장은 "올해 초부터 재밋섬 건물 매입을 위한 일련의 과정이 진행됐지만 대외적으로 본격적인 행정행위를 하고 난 후에 점검하는 게 도리라고 생각한다. 그 이전에 준비과정까지 들춰볼 여유가 없다"며 "감사 들어가는 날 오전에 계약을 체결한 걸로 알아서 물어봤지만 아직 진행되는 게 없다고 해서 그 부분을 살펴보지 못해 추가 감사를 진행하고 있다. 그게 저희들이 불찰"이라고 말했다.

 강철남 의원(더불어민주당, 제주시 연동을)은 이날 제주특별자치제도추진단을 대상으로 "지난 9월 업무보고에서 7단계 제도개선 과제를 위한 로드맵과 관련해 감사위의 독립성 부분에 대해 더 연구한 뒤 의회에 보고하겠다고 했지만 이후 소식이 없다"고 지적했다.

 김황국 의원(자유한국당, 제주시 용담1·2동)은 또 "제주도 종합청렴도가 16위에서 4위까지 올랐다고 하지만 부패와 관련된 정책 고객 평가 결과는 하위여서 감사기능을 보다 강화해야 한다"며 "감사위가 제3차 발전기본계획 수립 과정에 도민 의견을 수렴하겠다면서 토론회를 진행했지만 정작 홍보도 없이 형식적으로 진행했다"고 비판했다.

 현길호 의원(더불어민주당, 제주시 조천읍)은 "감사위 독립성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오는 이유가 뭐냐, 독립 필요성에 공감한다면 방안도 강구하고 있느냐"고 물었다.

 정민구 의원(더불어민주당, 제주시 삼도1·2동)은 "전국에서 유일하게 감사위원회가 운영되고 있지만 중앙기관의 장이 감사를 의뢰한다는 건 본연의 역할을 못하기 때문이 아니냐"며 "도지사가 임명하는 감사위원장(2급)의 직급이 실무 총괄인 행정부지사(1급)보다 낮다는 건 감사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양 감사위원장은 "법률 개정 작업이 수반돼야 하기 때문에 자체적으로 방안을 마련해도 수용될지는 의문"이라며 "인사권자의 눈치를 보지 않느냐는 의혹에도 불구하고 원칙과 소신에 따라 감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 글자크기
  • 글자크기
  • 홈
  • 메일
  • 스크랩
  • 프린트
  • 리스트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 밴드
기사에 대한 독자 의견 (0 개)
이         름 이   메   일
9200 왼쪽숫자 입력(스팸체크) 비밀번호 삭제시 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