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미영의 하루를 시작하며] 우리 사회의 포용성은 어느 만큼일까?

[조미영의 하루를 시작하며] 우리 사회의 포용성은 어느 만큼일까?
  • 입력 : 2018. 10.24(수) 00:00
  • 김현석 기자 ik012@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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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을 보던 중 흥미로운 이론을 접하게 되었다. 경제지리학의 '3T 이론'이다. 포용성(Tolerance)이 큰 곳에 재능(Talent)있는 사람이 많이 모이고, 재능이 있는 사람들이 모이는 곳에 기술혁신(Technology)이 일어난다는 가설이다. 이 이론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지표가 글로벌 창의성 지수(Glval Creativity Index)인 GCI이다.

이 지수를 바탕으로 조사해 본 결과 포용성이 큰 나라일수록 기술력이 좋다는 게 통계를 통해 확인된다. 덴마크, 스웨덴, 네델란드, 캐나다, 호주 등이 상위권을 차지한다. 우리가 이른바 선진국이라 칭하는 나라들이다. 그들의 경쟁력은 다름 아닌 그 사회가 갖는 포용성이라는 것을 말해준다.

그럼, 우리사회의 포용성은 얼마나 될까? 창의적인 사람들이 몰려들 만큼 좋은 환경일까?

얼마 전 SNS를 통해 제주에서 활동하는 독립기획자분이 올린 글을 보았다. 그동안 관공서를 상대로 일을 하며 겪었던 애로사항을 적은 글이다. 담당공무원이 기획은 물론 디자인까지 간섭을 하거나 이메일로 주고받아도 될 일을 직접 오라 가라 하며 마치 지원금을 자신의 쌈짓돈 주는 것처럼 한다는 내용이었다.

이 일은 비단 이 기획자만이 아니다. 내 주변에서도 이런 사례는 꽤 많다. 초대장 시안을 확인받고 인쇄를 돌리던 중 윗분의 말씀 한마디로 인쇄를 중단해서 다시 수정을 한다거나, 우리나라에서 나름 검증된 감독이 만든 영상을 담당 공무원의 마음에 안 든다고 칼질당하는 사례 등을 익히 보아왔던 터다. 물론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는 것은 필요하다. 특히 담당자 입장에서 행사취지와의 연관성을 따져 묻고 의견을 제시할 수 있다. 문제는 그렇게 난도질당하고 짜깁기 되어진 결과물들이 그리 좋지 않다는데 있다. 하지만 기획자들이 억울한 것은 이 형편없는 결과물이 자신의 이력으로 남음은 물론 그에 대한 결과까지 떠안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일을 몇 번 당하고 나면 결국 그들과 일을 하고 싶지 않게 된다. 실력 있고 좋은 기획자들이 떠나게 된다는 의미다. 그렇다고 관공서쪽에서는 크게 문제될 일이 없다. 그들의 입맛에 맞는 기획자들은 늘 나타나는 법이니까. 하지만 제주사회 전체의 입장에서는 큰 손해가 아닐 수 없다. 좋은 아이디어를 갖춘 재주꾼들이 떠난다면 결국 우리는 그만큼 질 좋은 문화를 향유할 수 없다는 것이다. 또한 창의적인 인재들이 떠나면 우리사회의 경쟁력은 그만큼 정체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이는 비단 문화 분야만의 문제가 아닐 것이다. 기술, 과학 등의 분야 역시 이런 문제점에 놓여있을 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일부 공무원의 문제로만 치부되어서는 안 된다. 이는 우리사회가 양산한 경직된 문화가 투영된 결과일 뿐이다. 그동안 우리는 나만 옳다는 자기 확신으로 얼마나 많은 반목과 배척으로 수많은 갈등을 양산했던가? 우리사회 전반에 토론문화가 확산되고 서로 소통하며 남을 이해하는 포용성이 커진다면 이런 고질적인 폐해는 줄어들 것이다.

최근 제주의 경쟁력을 위해 전기자동차와 블록체인 등의 제3섹터를 모색 중이다. 정부는 정보통신기술의 융합으로 이뤄지는 4차 산업혁명을 이야기한다. 하지만 이런 것들 모두 사람이 하는 일이다. 창의적인 인재 양성 없이 다다를 수 없다. 우리 사회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라도 관용의 사회를 지향해야 한다. 정책을 만들기에 앞선 정책이 뿌리 내릴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중요해 보인다. <조미영 여행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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