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락동 경매사가 말하는 제주감귤] "운송-하역 30년전 그대로"

[가락동 경매사가 말하는 제주감귤] "운송-하역 30년전 그대로"
출하자·등급표시 안된 감귤로 하차 지연
체계없는 적재 문제, 하역 불만 팽배
"경매 늦게 들어가면 가격 하락으로 이어져"
  • 입력 : 2018. 10.21(일) 17:31
  • 부미현 기자 bu8385@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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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본격 출하되고 있는 제주 노지 감귤의 가격이 호조세를 보이면서 농가수익 향상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제주 감귤이 소비자들에게 처음 선뵈는 서울 가락동 농산물 시장에서는 제주감귤이 최근 몇 년 품질 개선 노력으로 가격 회복세를 이어가고 있지만 여전히 풀어야할 숙제가 많다고 지적한다.

지난 18일 서울 송파구 소재 가락동 시장에서는 더불어민주당 전국농어민위원장을 맡고 있는 위성곤 국회의원(서귀포시)과 제주출신 경매사 등 가락동 시장 관계자가 함께한 간담회가 열렸다. 간담회에는 가락동시장 서울청과에서 근무하는 22년 경력 제주출신 고태호 경매사를 비롯해 권장희 서울청과 상무이사, 강남규 가락공판장 경매사, 유길종 하역노조 위원장, 김형철 한국청과 경매사, 김한수 서울청과 경매사, 박상무 동화청과 경매사가 참석했다. 이들은 최근 제주 감귤의 품질 문제가 어느정도 개선된 것에 비해 체계없는 적재 시스템과 운송방식 등 제주감귤의 고질적인 문제를 해결해야 할 때라고 조언했다.

유길종 하역노조 지회장은 "육지 과일은 보통 한 트레일러 안에 한 청과법인 업체 물건만 실려있다. 제주 감귤의 경우 여러 청과법인에 들어가는 감귤박스가 한 트레일러 안에 혼재돼 있어, 박스를 일부 내리고 또다시 다른 청과법인으로 이동하는 번거로움이 있다. 이 과정에서 박스가 넘어지는 일이 자주 발생해 감귤이 상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고태호 경매사는 "트레일러에서 감귤상자를 내릴 때도 문제다. 감귤상자에 등급이나 출하지가 기재돼 있지 않은 경우가 많아 하역노조원들은 자리 배치에 애를 먹는다. 육지 과일은 대부분 상자에 정보가 제대로 기재돼 있지만, 제주도는 농가 이름과 개수만 덜렁 적혀있는 것들이 많아 하역 노조원들의 불만이 크다. 명절 등 대목일 때는 최소한 자정까지는 경매를 위해 들어와야 하는데 이러한 이유로 물건 내리는 시간도 늦어지면 제주 감귤 경매는 오전 8시가 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감귤과 같은 과일은 경매에 소요되는 시간마저도 가격에 큰 영향을 미친다.

권장희 상무이사는 "경매에 늦게 들어가거나 다음날로 미뤄지면, 가격이 하락할 수 밖에 없다. 그런데 제주 감귤은 운송차량이 도착해도 감귤 상자를 내리는 일이 여간 까다롭지 않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이같은 운송 방식은 관행적으로 이뤄져 온 것이라며 감귤 운송 방식의 개선을 위한 적극적인 대책 마련을 주문했다. 제주 항구에서건, 도착지 항구에서건 컨테이너에 물건을 채울 때 가락동의 각 청과별로 분류작업을 미리 선행하는 것을 제안하기도 했다.

이들은 "감귤 운송 방식이 30년 예전이나 지금이나 마찬가지다. 비용이 좀 더 들더라도 제주 감귤 운송 방식의 개선이 필요하다. 지금의 운송업체를 도태시키라는 것이 아니라 운송체계를 바꿀 있도록 근본적인 문제 해결에 힘을 써달라"고 강조했다.

항공편으로 운송되는 감귤과 관련한 문제점도 제기됐다. 최근 보안 검사가 강화되면서 예전에는 감귤박스를 가득 채운 팔레트 채 보안검사를 했지만, 이제는 낱개 검색한다.

고 경매사는 "산지에서는 감귤 박스가 흐트러지지 않게 잘 에워싸서 공항으로 보내더라도 보안 검사에서 풀어헤친 뒤 이를 제대로 결박하지 않고 가락시장까지 운행하다보면 박스가 화물차 안에서 넘어져 있어 감귤이 훼손되는 경우가 있다"고 실태를 전했다.

제주 감귤에 대한 도 차원의 홍보 전략에 대한 조언도 있었다.

고 경매사는 "매년 12월 1일 '감귤 데이' 등 육지부 시식행사를 일반 소비자 대상으로 하는 것은 효과가 그리 크지 않아 보인다"며 "실질적인 바이어인 동네마트 사장님들이 새벽에 가락시장에 온다. 그 사람들을 대상으로 홍보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 일반 소비자에 대한 홍보는 광고로도 충분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이들은 감귤이 극조생부터 판매가 시작돼 가격이 낮게 시작해서 점차 오르는 과일이어서 일반 소비자들이 감귤이 저렴한 과일이라는 인식이 있는만큼 홍수출하나 적정 물량 출하를 위한 저장기술의 개발도 요구된다고 조언했다.

이날 간담회에서 위성곤 국회의원은 "선과, 라벨 작업 등에 스마트 농업을 적용해야 한다. 제 시간에 시장에 도착하고 하차되면 경매가도 높아질 것이다. 말씀해주신 사항 잘 듣고 개선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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