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재의 목요담론] 제주, 샘물보호구역을 후손에 남겨주자

[이수재의 목요담론] 제주, 샘물보호구역을 후손에 남겨주자
  • 입력 : 2018. 10.18(목) 00:00
  • 김현석 기자 ik012@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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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에는 제10회 '제주물 세계포럼'에 참석하여 물의 다양한 특성에 대하여 많은 의견을 들을 수 있어서 좋았다. 삼다수를 제조하는 제주개발공사가 주관하는 것이지만 '생수'만이 주제가 아니라 프랑스 등 다른 나라의 수자원관리정책과 역사, 유네스코와 물관리 및 과학기술에 대한 사항, 물관리의 민관협력 방안, 수처리 기술, 국가간 물분쟁 해결 방안, 제주도 지하수 관리 등 물에 관한 많은 내용이 다루어졌다. 2일 동안 물 소물리에가 제공하는 '물'에 대한 흥미있는 이야기를 들으면서 먹으면 치유되는 물의 기능성 등 '물'의 여러 가지 특성에 대해 생각에 잠기는 것도 즐거운 일이었다.

물이 많으면서도 생활에 필요한 물이 귀했던 제주도가 이제는 수중 펌프라는 현대 기술의 도움으로 물을 도외로 수출할 정도로 달라졌다. 삼다수의 1일 취수허용량은 4600t으로 이는 국내 61개 제조업체 중 1위이며, 1일 취수허용량 평균인 750t 보다 6배 많다. 그만큼 지하수량이 풍부하다는 의미이다. 삼다수는 연산 130만t 규모로 국내 생산량의 40%가 넘고, 물량으로는 에비앙과 견줄만하다. 제주도 내에서는 제조업으로는 가장 매출이 많고, 고용효과가 큰 기업이다. 이제는 명품 생수를 목표로 하고 있다. 물은 재순환이 가능하므로 국제경쟁력을 갖춘다면 가능한 일일 것이다.

제주개발공사가 취수하는 물의 샘물 깊이는 지하 420m 정도이고, 제주개발공사는 해발고도 400m 정도에 있으므로 샘물의 바닥은 현재의 해수면과 거의 같은 위치이다. 제주도의 물이 빠르게 지하로 스며드는 속도는 물의 연령을 측정해보면 알 수 있는데, 대체로 약 20년 정도된다. 이는 물이 1년에 약 20m씩 지하로 이동하는 것인데, 육지의 통상적인 지역보다는 매우 빠르다. 이를 보면 제주도에서는 지표에서 오염물질이 있으면 아주 빠르게 지하로 침투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제주에서 특히 중산간 지역이 철저히 통제되어야 하는 이유이다.

제주도에서 거주 인구가 급격히 늘어나고, 관광객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으므로 중산간 지역에 대한 개발압력도 높아지고 있다. 수처리 기술로 중산간 지역의 오염 통제를 할 수 있지만, 개발이 가속되면 오염은 지속적으로 증가할 수 밖에 없다. 기본적으로 중산간은 자연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가장 좋은 선택 중의 하나이다.

제주도가 지역 발전을 위해 한때는 중산간 지역을 중점적으로 개발한 적도 있다. 이로 인해 지하수 오염은 일부 증가하였을 것이다. 일반적으로 지하수는 한번 오염되면 치유하기 어렵다고 한다. 지하에 있어서 정확한 상황을 알 수 없고, 그 양이 막대할 뿐만아니라 정화 시간도 오래 걸리고, 정화효과도 미지수 인 경우가 있는 등 여러 가지 난제가 많기 때문이다.

그러나 다행히 제주도는 지하수 이동 속도가 비교적 빠르므로 오염된 물질이 있다면 지금부터 20년 간 지표를 잘 관리하면 그동안 조금이라도 오염되었던 물은 다시 자연배경농도에 가까워질 가능성이 높다. 20년이면 그렇게 길지 않은 시간이다.

아쉽게도 제주도는 아직 '먹는물관리법'에 의한 '샘물보호구역'이 광역적으로 설정되지 않았지만, 프랑스의 명품 '생수'가 모두 샘물보호구역이 설정된 곳에서 나온다는 것을 상기하자. 제주도가 국제적인 명품 천연광천수(생수, 먹는샘물)을 지향한다면 이를 살펴보고 장기적인 측면에서 반드시 고려할 사항이다. 100년 후의 후손은 오늘의 결정으로 더욱 지속가능한 삶을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이수재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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