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용진의 한라시론] 제주 메밀의 가치와 미래

[양용진의 한라시론] 제주 메밀의 가치와 미래
  • 입력 : 2018. 10.18(목) 00:00
  • 김현석 기자 ik012@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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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제주에서는 전국 최고의 메밀 생산지로서 그 가치를 살려보자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제주메밀이 새로운 지역 특산물로 자리잡아가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메밀'의 대표산지는 여전히 강원도 봉평이다. 한편의 문학작품이 특정 작물을 지역 특산물로 살려내고 봉평 지역을 반세기 넘게 먹여 살리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봉평에는 다양한 메밀 가공식품을 만드는 공장과 함께 메밀 전문식당이 성업 중임이고 '메밀꽃 필 무렵'의 여러 장면을 체험 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놓고 관광객을 유혹하고 있다. 식품산업으로서의 가치와 관광산업으로서의 가치를 양립시켜 소비자들의 감성을 자극하여 구매욕을 부추기는 전략을 오래전부터 구사 해 오고 있는 것이다.

그에 비하면 제주의 메밀산업은 아직 걸음마도 떼지 못한 수준이라 하겠다. 전국 최고의 생산량과 최대 규모의 메밀꽃밭을 자랑하지만 정작 메밀로 얻어지는 수익은 과연 그에 걸맞은 수준이라 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이제 간신히 제분 시설을 확충하는 중이며 생산량만큼의 메밀 가공은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다. 생산량이 많다는 자랑만 난무할 뿐 그 활용도를 찾는 노력은 아직 많이 부족한 상황이다.

제주메밀의 가치는 봉평과 비교하지 말고 제주만의 메밀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노력 해야 한다. 제주는 원래 제주만의 메밀문화가 존재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강원도의 메밀 음식은 막국수와 총떡(전병), 메밀묵, 냉면, 소바 정도로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이고 그나마 냉면과 소바는 강원도의 전통음식도 아니다. 하지만 제주에서 메밀을 활용한 전통음식은 '메밀쌀밥'과 '메밀쌀죽', 감저(고구마)나 깅이, 넓패, 는쟁이, 믈릇 등 다양한 재료와 혼합해서 만드는 '마말범벅', '마 말 칼국수'와 '꿩마 말 칼국수', 메밀과 제주산 돌미역만 넣고 끓이는 '마 말 조배기', 무채처럼 메밀반죽을 짤막하게 썰어 넣고 끓이는 '칼국', '마 말 묵'과 '청묵', 무나물에 메밀가루를 버무려 걸쭉하게 무쳐내는 '진메물' 그리고 대부분의 제주 도민들이 가장 대표적인 메밀음식이라고 손 꼽는 '빙떡' 등의 다양한 음식이 존재했다. 이 외에도 '만듸', '벙개떡', '방울떡', '고리동반', '손외성', '발외', '마 말 새미', '물떡' 등 다양한 떡을 메밀로 만들었고 그밖에도 ' 국', '잡 짝빼국', '닥 새기국', '닥 새기육개장' 등 돼지고기로 요리하는 국물요리에도 메밀가루를 이용하는 독특한 조리법이 존재했는데 대충 헤아려 보아도 스무가지가 넘는다.

그렇게 따져본다면 지구상에서 가장 많은 메밀음식이 존재했던 곳이 바로 제주이다. 메밀을 활용함에 있어서는 우리 제주의 선인들이 한 수 앞선 기법을 보여주고 있는데 이를 무시하고 다른 지역을 쫓는다면 이 또한 창피한 일이 아닐 수 없을 것이다.

메밀에 얽힌 스토리 또한 가산의 소설에 밀리지 않는다. 고려말 몽고로부터 받아들이는 과정에 독성을 제거하기 위해 무와 함께 먹었다는 내용과 제주의 무속신화의 '농경신 자청비가 오곡씨를 가지고 지상에 내려오다가 메밀씨를 가져오지 않은 것을 알고 하늘에서 뒤늦게 가져왔고 그래서 메밀은 다른 곡식들 보다 가장 늦게 파종한다'는 재미있는 내용들이 문학작품 못지않게 흥미를 유발할 수 있는 요인이라 하겠다.

음식문화는 시대에 맞춰 변화 한다. 현대인의 입맛에 맞는 새로운 요리개발도 필요하지만 지역의 고유한 문화가 존재한다면 이를 살리는 작업이 우선되어지는 것이 타당하다. 결국 제주 메밀산업의 미래는 옛사람들의 지혜에서부터 비롯 되어야 한다. <양용진 제주향토음식보전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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