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준혁의 건강&생활] 알츠하이머 치매의 유전자 검사

[박준혁의 건강&생활] 알츠하이머 치매의 유전자 검사
  • 입력 : 2018. 10.17(수) 00:00
  • 김현석 기자 ik012@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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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상현장에서 가장 많이 받는 질문중의 하나가 "치매는 유전되는가?"이다. 부모님 중 한 분이 치매로 진단 받으면, 그 자식들도 나중에 치매가 걸리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불안감을 갖게 된다. 먼저 그 답을 간단히 말하자면, 알츠하이머병 환자의 가족은 다른 사람에 비해 그 알츠하이머병의 상대적 발병 위험이 약간 높은 것은 사실이지만, 치매의 발병은 유전으로만 설명되지 않는다. 우리나라 65세 노인 10명중 한 명이 치매환자이고 그 치매 중 60~70%가 알츠하이머병으로, 그 병에 걸릴 확률은 6~7%이다. 부모나 형제 중 한 사람이 알츠하이머병이 있는 경우 그 가족이 알츠하이머병에 걸릴 확률은 15~19%로 가족력이 없는 경우보다 2~3배 높다.

대부분의 알츠하이머병 환자는 유전자 돌연변이가 없이 발생하게 되는데, 이런 유형의 알츠하이머병의 위험성은 19번 염색체에 위치한 아포지단백 E 유전자의 다형성에 의해 영향을 받는다. 아포지단백 E 유전자는 세가지 대립유전자를 갖는데, 그 중 E4 대립유전자는 알츠하이머병의 발병의 위험을 높이고 일찍 발병하게 한다. 아포지단백 유전자 E4 없는 군과 비교하여 E4 유전자가 하나만 존재할 때는 2-3배, 쌍으로 존재할 때는 15-20배 가까이 알츠하이머병 발병의 위험률을 높인다. E4 대립유전자의 알츠하이머병 발병 위험효과는 연령에 증가함에 따라 약해지지만, 알츠하이머병 발병의 약 15-20%는 E4 대립 유전자에 기인한다.

2012년 시작된 '현명하게 선택하기(Choosing wisely)'는 미국 내과 전문의 재단이 각 전문 학회와 함께 불필요한 의료 검사, 치료 및 절차를 피하여 의료 자원의 낭비를 억제하고 의료 서비스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한 캠페인이다. 이 캠페인에 동참하는 미국 유전학 및 유전체 학회는 2016년 불필요한 5가지 유전자 검사를 발표하였는데, 그 중 2번째가 바로 알츠하이머병 예측을 위한 아포지단백E 유전자 검사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아포지단백 E 유전자 검사는 2017년부터 보건복지부 고시를 통해 전면적 보험 적용이 되어, 이제 우리나라 치매 진료 현장에서는 환자와 보호자에게 큰 부담을 주지 않고 쉽게 시행할 수 있는 검사가 되었다. 치매진료의사뿐만 아니라 치매환자, 가족들은 치매 유전자 검사와 관련하여 어떤 것이 현명한 선택인지 혼란스럽다.

우리나라의 '한국인의 인지 노화와 치매에 대한 전향적 연구'에서도 아포지단백 E4 대립유전자가 알츠하이머병의 병리에 깊이 관여하고 경과를 예측할 수 있는 유전자로 확인되었지만, 이 검사는 지역사회 일반 노인을 대상으로 할 경우 낮은 민감도와 양성예측률로 알츠하이머병의 진단 검사로는 유용하지 않았다. 그러나, 치매 가족력이 있으면서 치매선별검사에서 낮은 수행을 보이는 군으로 대상자를 한정하였을 때, 아포지단백 유전자 검사의 E4 유전자는 71.4%의 비교적 높은 양성진단예측률을 보였다. 즉 치매고위험군에서는 아포지단백 E4 대립유전자가 있는 경우는 71.4% 알츠하이머병을 예측하여 임상적으로 유용한 정보를 제공하였다.

결론적으로 아포지단백 E 유전자 검사는 일반 노인 인구에서 시행할 경우 진단검사로서의 임상적 유용성은 낮지만, 치매 가족력이 있는 인지저하 군에서는 알츠하이머병의 진단과 향후 치매로의 전환을 예측할 수 있는 유용한 검사로 평가된다. 즉 치매 유전자 검사는 치매 고위험군에서 선택적으로 시행된다면 알츠하이머병 진단과 경과를 예측하는데 도움이 되는 현명한 선택이다. <박준혁 제주도 광역치매센터 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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