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칡넝쿨의 공습' 제주섬 전역 확산 생태계 위협

'칡넝쿨의 공습' 제주섬 전역 확산 생태계 위협
재선충 따른 대량 벌목에 개발 영향으로 빠르게 퍼져
제주도 생태계 교란 지적에 내년 300㏊ 제거 계획
전문가들 "식생 파괴 증거… 반복적으로 제거 필요"
  • 입력 : 2018. 10.16(화) 18:11
  • 문미숙기자 ms@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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칡넝쿨이 제주지역 산림과 도로, 하천 등 장소를 가리지 않고 확산되며 생태계를 위협하고 있다. 사진은 5·16도로에서 관음사로 진입하는 도로변에 확산된 칡넝쿨. 문미숙기자

칡넝쿨이 제주지역 산림과 도로변 곳곳으로 빠르게 확산되며 수목의 생육에 지장을 주고, 제주고유의 산림경관을 해치면서 대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왕성한 번식력을 보이는 칡넝쿨의 확산은 몇 년 전부터 확인되면서 제거작업의 필요성이 제기돼 왔다. 하지만 제주도 등 행정에선 별 관심을 두지 않다가 최근 제주의 고유의 숲 경관까지 파괴될 수 있다는 지적에 내년부터 제거사업을 추진중인데, 숲의 건강성 유지를 위한 반복 제거 등 대책마련이 요구되고 있다.

 칡넝쿨은 제주시와 서귀포시를 잇는 5·16도로에서부터 관음사 도로, 평화로, 산록도로 등 도로변과 중산간 마을, 하천변, 휴경지에서 일대 수목을 휘감으며 올라가는 것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도로변의 경우 칡넝쿨이 교통표지판이나 반사경을 뒤덮어 운전자 시야를 가리는 곳도 적지 않다.

 양지성 식물인 칡넝쿨이 빠르게 퍼진 이유로 산림 전문가들은 기후변화와 함께 소나무 재선충병 확산으로 이뤄진 벌목작업, 도로 개설 등 개발 영향을 꼽고 있다. 나무를 베어내면서 햇볕이 잘 들어 생육하기 좋은 여건이 만들어진 탓으로, 칡넝쿨은 나무를 휘감아 햇빛을 차단해 나무 생육에 악영향을 미치는 등 생태계 파괴 우려를 낳고 있다.

주택가 인근에서도 왕성하게 번식한 칡넝쿨이 소나무를 휘감고 있다.

 이처럼 칡넝쿨의 이상 번식이 심각해지자 제주도는 내년 숲가꾸기 예산 중 4억원 안팎을 투입, 일주도로·산록도로 등에서 300㏊ 면적의 칡넝쿨을 제거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그동안은 도로변 가로수나 교통표지판을 가린 칡넝쿨을 각각 제주도와 행정시 산림·도로부서에서 제거하는 정도였는데, 별도의 예산을 투입해 본격 제거에 나서기로 한 것은 처음이다.

 산림청에서도 칡넝쿨 확산의 심각성을 알리기 위해 지난 7월과 9월 각각 전국 지방자치단체 산림분야 관계자가 참석하는 대책회의와 현장토론회를 열고 칡넝쿨 제거를 주문했다. 제거는 화학적 요법과 함께 산림청에서 연구 개발한 '비닐랩 밀봉법'으로 이뤄진다. 비닐랩 밀봉법은 칡의 생장점을 자른 후 자연에서 분해되는 비닐랩을 씌워 제거하는 방법이다.

 김찬수 박사(한라산생태문화연구소장)는 "칡넝쿨이 확산된 것은 소나무 재선충병 확산으로 대량의 벌목이 이뤄진데다 도로개설 등 개발 영향으로 원래 식생이 파괴됐다는 것"라며 "제주 고유 경관을 회복하고 숲의 건강성을 유지하려면 반복적으로 칡넝쿨 제거작업을 벌여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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