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귀포시 '강정마을'을 새삼 떠올리게 된다. 강정마을이 특별한 마을은 아니다. 특히 제주에서 물이 좋기로 소문났다. 농어촌마을이 대게 그렇듯이 강정마을도 인심 좋고 오손도손 모여사는 정겨운 마을이다. 이런 강정마을이 어느날 날벼락을 맞았다. 제주해군기지가 들어서기로 하면서 마을이 완전히 풍비박산이 났다. 평화롭고 조용했던 마을이 소용돌이에 휩싸이기 시작한 것이다.
벌써 꽤 오랜 시간이 흘렀다. 2007년 4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제주해군기지는 처음부터 절차상 문제 투성이었다. 강정마을 주민들이 해군기지를 반대한 것도 이처럼 첫 단추를 잘못 꿰면서 비롯됐다. 해군기지 유치 결정을 위한 주민투표에 강정주민 중 극소수만이 참석해서 '마을의 중대사'를 결정지은 것이다. 그래서 대표성과 절차적 정당성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가 불거졌다. 강정주민들은 이런 절차상의 문제를 강력히 제기하고 국가기관에 항변한 것이었다. 그런데 정부는 이에 아랑곳없이 형식상 적법하다며 해군기지 건설을 밀어붙였다. 강정마을 주민들의 반발과 갈등이 확산된 이유다.
결국 강정주민들은 혹독한 대가를 치렀다. 이루 말할 수 없는 고통을 겪었다. 강정주민 등 600여명이 사법처리되고, 3억원이 넘는 벌금이 부과됐다. 또 해군기지가 준공되자마자 공사 지연으로 손실을 봤다며 구상금 청구소송까지 당했다. 강정주민 등 121명에게 34억여원을 물어내라고 한 것이다. 구상권 청구로 강정주민들의 분노는 더욱 커졌다. 당시 오죽하면 강정마을회가 주민을 죄다 죽이고 마을을 통째로 가져가라고 성토하겠는가. 조상 대대로 살아왔던 마을을 지키려다 다들 '범법자'가 된 것이다. 게다가 동네에서는 해군기지를 찬성했다는 이유로, 반대했다는 이유로 주민끼리 서로 척지고 살아야 했다. 이런 기막힌 일들이 다 해군기지 때문에 벌어진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강정마을을 찾아 해군기지 건설과정에서 고통을 겪은 주민들을 위로했다. 지난 11일 해군기지 앞바다에서 열린 국제관함식에 참석한 후 가진 강정주민과 간담회 자리에서다. 문 대통령은 "정부가 절차적 정당성과 민주적 정당성을 지키지 못해 강정마을 주민들 사이에, 또 제주도민들 사이에 갈등의 골이 깊어졌다"며 유감을 표했다. 굳이 문 대통령의 언급이 아니더라도 이제는 강정마을의 치유와 화해가 필요하다. 남은 과제인 강정주민들의 사면복권도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도 사면복권은 관련 재판이 모두 확정되는대로 적극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그런만큼 문 대통령의 강정마을 방문을 계기로 주민 공동체가 하루빨리 회복됐으면 한다. 강정마을회장의 소망대로 그래야 '행복한 마을'로 거듭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