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서 대만까지 동아시아 해양 건축 실크로드

제주서 대만까지 동아시아 해양 건축 실크로드
대한민국건축문화제 10월 21일까지 도립미술관·이아
쿠로시오 해류 4개섬 주제기획전·건축여행·영화제 등
승효상 건축위원장 '관광 제주 성찰적 풍경' 기조연설
  • 입력 : 2018. 10.13(토) 21:57
  • 진선희기자 sunny@ihalla.com
  • 글자크기
  • 글자크기

제주도립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쿠로시오 해류: 동아시아 해양 건축 실크로드' 주제 기획전. 진선희기자

흡사 도심 골목을 걷는 듯 했다. 오가는 이들과 어깨를 부딪힐까 관람객들은 몸을 작게 만들며 걸음을 떼어놓았다. 구불구불 이어졌던 길이 곧게 펴지고 폭을 늘리는 공사가 끊이지 않은 이즈음에 사라지는 풍경이 된 골목의 모습이 그곳에 어른거렸다.

지난 12일 제주도립미술관에서 개막식을 가진 2018대한민국건축문화제. 한국건축가협회(회장 강철희)와 제주도가 공동주최하는 대한민국건축문화제는 국내 건축문화의 현주소와 미래의 가능성을 들여다볼 수 있는 건축문화 축제다.

제주도립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쿠로시오 해류: 동아시아 해양 건축 실크로드' 주제 기획전. 진선희기자

이번 축제는 지역적 규모가 아니라 지역적 정체성을 갖춘 도시에 방점을 찍은 '다채도시(多彩島市, Million Islands City)'를 주제로 이달 21일까지 도립미술관과 예술공간 이아 등에서 열린다. 이 기간에는 건축 전시, 섬을 주제로 태국, 타이완, 베트남 등 동아시아의 젊은 건축가들이 참여하는 국제 학술회의, '제주에서의 건축 작업은 무엇을 남겼나'를 나누는 건축 이야기 공연, 건축가와 일반 시민들이 소통할 수 있는 건축여행, 건축영화제 등이 이어진다.

이중에서 도립미술관의 초입을 장식하는 '쿠로시오 해류: 동아시아 해양 건축 실크로드' 주제 기획전은 쿠로시오 해류를 따라 해양교류가 활발했던 제주, 오키나와, 큐슈, 대만 4개 섬을 현장답사한 결과를 사진과 인터뷰 자료 등으로 풀어냈다. 열린 세계로 향하는 바다를 끼고 살았던 섬 사람들이 고정되지 않은 시간과 공간 속에서 일궈온 건축적 특징들을 들여다보고 안팎의 변화하는 환경 속에서 어떻게 건축적 정체성을 찾을 지에 대한 질문과 답을 구하고 있다. .

제주도립미술관에서 대한민국건축문화제 일환으로 건축 전시가 이어지고 있다. 진선희기자

도립미술관에서는 주제 기획전과 더불어 제13회 대한민국공간문화대상과 2018 젊은 건축가전, 올해의 건축가 100인 국제전, 한국건축가협회상과 특별상 수상작전, 제37회 대한민국건축대전 국제일반공모전, 2018 지역건축가전 등을 볼 수 있다. 전시는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13일에는 '다채도시와 지역성'을 다룬 국제 학술회의가 진행됐다. 이날 승효상 국가건축정책위원회 위원장은 '메타 랜드스케이프-제주의 풍경' 기조연설문을 통해 "제주에게 전가의 보도 같은 관광이라는 테제가 제주 전역을 희화화시킨다는 사실을 우리는 직시해야 한다"며 성찰적 풍경을 강조했다.

육지에 조공을 바쳐야 살 수 있었던 삼국시대에서 제주4·3까지 이 섬의 지난한 역사를 차례로 열거한 승 위원장은 "지금이라고 그리 다를 것도 없다. 지금의 제주 역시, 육지인들에게는 오로지 수단일 뿐이다. 투기와 투자의 최적지이며 위락과 유흥의 대상인 것이다"라며 "관광이라는 사업은 한라산 자락을 5·16도로, 산업도로로 절단해 제주의 자연생태를 변화 시키고 온갖 배설물들을 쏟아 제주의 물을 오염시키는 것을 보상하고도 남는 가치가 진정으로 있는 일인가"라고 되물었다.

그는 "최근의 해안일주도로의 완성은 드디어 제주를 바다에 떠있는 섬이 아니라 아스팔트 위에 떠 있는 땅으로 바꾸고 말았으니 이의 생태적 피해는 고스란히 후세대가 감당해야 할 질곡의 유산이 되고 말았다"며 "더 큰 문제는 온 몸과 영혼으로 감당해야 했던 역사들의 장소를 뒤바꾸고 변질시키고 희화화해서 성스러운 역사적 진실을 왜곡시킨다는 데에 있다"고 꼬집었다.

승 위원장은 "내가 믿는 바 제주 풍경의 의미는 단연코 성찰이다. 우리의 근본을 돌아보게 하고 우리로 하여금 자유와 평화를 다시 그리게 하는 '성찰적 풍경'이 제주일 것이 틀림없다"며 "제주가 가진 천혜적 아름다움이 빚는 서정적 풍경도 중요하나 우리가 빚은 서사적 풍경을 더할 때, 그 때에만 그 속에서 사는 우리들은 존엄할 수 있을 것이다. 바로 성찰적 풍경이다"라고 강조했다.
  • 글자크기
  • 글자크기
  • 홈
  • 메일
  • 스크랩
  • 프린트
  • 리스트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 밴드
기사에 대한 독자 의견 (0 개)
이         름 이   메   일
6589 왼쪽숫자 입력(스팸체크) 비밀번호 삭제시 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