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산·압록강·두만강을 가다] (6)백두산 동물생태계와 교류협력 방안

[백두산·압록강·두만강을 가다] (6)백두산 동물생태계와 교류협력 방안
기후변화 뚜렷… 양 지역 공동연구·교류 필요성 공감
  • 입력 : 2018. 10.09(화) 19:00
  • 이윤형 선임기자 yhlee@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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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백산자연박물관 전경.

장백산자연박물관 새단장 "제주도와 지속 교류 기대"
도 남북교류협력 5+1 사업 한라·백두산 생태협력 포함

탐사단은 지난 8월 27일 길림성 안도현 이도백하에 자리잡은 장백산과학연구원 산하의 장백산자연박물관을 찾았다. 중국측 장백산 연구의 중추 역할을 하는 장백산과학연구원과 박물관 전문가와의 간담회를 통해 상호 관심사에 대한 의견 교환과 제주도와의 교류협력 가능성을 모색하기 위한 차원이다. 제주도의 남북교류협력 5+1사업에는 한라산-백두산 생태/환경보존 공동협력 추진이 포함돼 있다.

탐사단과 장백산과학연구원 및 박물관 관계자가 상호관심사와 교류협력 방안에 대한 간담회를 하고 있다.

주지하듯이 중국에서는 백두산을 장백산이라고 부른다. 그리고 거기에 '민족의 성산'이나 '중화명산' 이라는 수식어를 덧붙인다. 그동안 장백산자연박물관에도 많은 변화가 있었다. 장백산이 위치한 길림성 정부는 2005년 장백산보호개발관리위원회를 설립했다. 장백산풍경구 관할권도 연변조선족자치주에서 길림성 정부 직속의 이 위원회로 이관했다. 장백산과학연구원은 2006년 성립됐다.

현재 장백산자연박물관은 장백산관위회지북구(안도현 이도백하진)에 위치하고 있다. 장백산 북파 입구에서 30㎞ 정도 떨어져 있다. 1981년에 착공하여 1986년에 개관한 박물관은 당시 연면적 1만㎡, 건축 면적 2400㎡, 전시 면적 1800㎡이었다. 이후 2006년부터 계획을 수립, 2009년에 건축 면적 5800㎡, 전시 면적 4000㎡으로 확장하여 재개관하였다.

전시관은 장백산의 화산폭발 과정, 동식물과 버섯자원, 장백산의 풍광과 역사자원 그리고 장백산 보호활동과 과학연구원의 연구 성과 등을 관람할 수 있도록 구성됐다. 동식물 표본 전시 수준이 크게 발전했음을 한눈에 감지할 수 있다. 박물관이 위치한 이도백하도 개벽이라는 표현이 지나침이 없을 만큼 신도시로 변했다.

사진 왼쪽부터 정인구 관장, 박용국 전 관장

탐사단을 맞이한 이는 황상동 장백산과학연구원 부원장과 조선족 출신의 정인구 관장, 박용국 전 관장 등이다. 간담회에서 황 부원장은 장백산과학연구원에는 54명의 연구원을 두고 있으며 산하에 10개 기관이 있다고 소개했다. 장백산자연박물관도 그 중 하나다. 그는 "연구원은 장백산 자원을 주요 연구 대상으로 하고 있으며 지속적으로 투자 지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황 부원장과 정인구 관장은 "제주박물관과도 교류협력관계를 계속 유지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정 관장은 "과거 교류협력을 통해 서로 많은 도움과 그 과정에서 깊은 인상을 받았다"며 특히 박용국 전임 관장의 역할이 매우 컸다고 회고했다. 박 관장 재직시 그는 부관장이었다. 박용국 전 관장은 지금은 장백산 생태사진 전문가로 변신해 베이징 등 주요 도시에서 사진전을 여는 등 여전히 왕성하게 활동 중이다. 그 역시 한라산과 제주박물관과의 교류 협력과 기회가 된다면 제주에서 장백산 사진전 개최에도 관심을 보였다.

장백산과학연구원과 자연박물관의 주된 관심사 중 하나는 기후변화다. 이들은 "장백산도 기후변화로 생태계 변화가 뚜렷이 감지되고 있다"며 하층식생들이 고산으로 이동중 이라고 전했다. 탐사단 단장인 김찬수 박사는 "한라산의 최근 화두도 기후변화 현상"이라며 "앞으로 공동연구와 지속적인 교류가 이뤄지길 기대한다"고 화답했다.

특별취재팀

[박물관 교류 어떻게 진행됐나]
2000년부터 교류 본격… 2007년까지 지속

장백산자연박물관과 제주도와의 첫 만남과 교류의 시작은 200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해 8월 27일 본보 탐사단이 장백산으로 이동 중 이도백하에 위치한 자연박물관을 찾았다. 박물관 존재를 귀띔해준 연변대 교수의 조언만을 듣고서 무작정 박물관을 방문한 것이다. 이 때 만난 사람이 당시 박용국 관장이다. 1986년부터 2006년까지 관장직에 있으면서 장백산자연박물관의 기반을 다진 산 증인이다.

박물관 내부 전시시설을 둘러보는 탐사단.

조선족인 박 관장과의 만남은 제주도민속자연사박물관과의 교류로 이어지는 시발점이다. 탐사단의 일원이었던 이영배 관장과 박 관장은 한라산과 장백산의 공동 관심사에 대해 의견을 교환하고 자원 및 학술교류에 의기투합했다. 현재 제주도민속자연사박물관 관장으로 재직중인 정세호 박사도 당시 탐사단 일원이었다. 훗날 이 관장은 "남북의 화해무드는 조그마한 것에서부터 소리없이 빛을 내야 하며, 이를 위해서 박물관 차원의 학술교류야말로 가시적인 성과를 낼 수 있는 최적의 방안 중의 하나였다"고 회고했다.

교류는 급물살을 탔다. 그 후 '한라산과 백두산의 만남'이라는 의미를 담아 양 지역을 오가며 세미나, 소장자료 교환, 자료수집 등을 벌였다. 2001년 2월 도민속자연사박물관측에서 장백산자연박물관을 방문해 학술교류와 소장자료 전시 등에 대해 협의하면서 교류 체결에 진전을 보였고, 그해 7월 학술교류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2003년에는 중국측 초청으로 도민속자연사박물관에서 장백산을 찾아 자연자원을 조사했고, 이듬해에는 도민속자연사박물관 개관 20주년 기념행사로 '장백산의 희귀한 자연자원들'이란 특별전이 열렸다. 이에 앞서 장백산자연박물관은 제주에 반달가슴곰박제품 1점을 기증했다.

2005년 9월에는 도민속자연사박물관측에서 장백산자연생태박물관 개관을 축하하고 학술교류 사업을 협의하기 위해 현지를 찾았다. 두 박물관은 이 만남에서 2006년 7월 장백산자연박물관 개관 20주년을 기념해 또 한번 제주에서 장백산의 생태자원을 보여줄 수 있는 특별전 개최를 추진하기로 합의했다. 또 장백산자연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는 조류박제표본 일부와 생태사진을 제주에 기증하는 방안도 거론됐다.

논의한 대로 2006년 10월 백두산의 자연자원이 제주섬을 찾았다. 도민속자연사박물관이 중국 장백산자연박물관과의 학술교류 5주년을 기념해 '백두산의 자연생태' 주제로 특별전을 열었다. 박용국 관장은 이 때 도민속자연사박물관에 조류박제품과 식물건조표본 등 소장자료 30여점을 기증했다. 특별전에는 백두산의 지질자원, 동식물 생태사진과 표본 등 200여점을 선보였다. 이듬해인 2007년 10월에는 도민속자연사박물관에서 중국 현지를 찾아 지속적인 교류협력의 의지를 다졌다. 하지만 두 박물관의 교류는 이후 실질적 성과없이 별다른 진전을 보지 못했다.

특별취재팀

[전문가 리포트] 생물자원 비교조사 등 준비해야

김완병 제주도민속자연사박물관 학예연구사

남과 북을 상징하는 한라산과 백두산은 동물생태계 측면에서도 여러모로 비교된다. 먼저 중국 장백산 일대의 동물상을 보면 조류 285종 포유류 66종, 양서류 13종, 파충류 19종, 어류 129종, 곤충류 2,957종이 서식하고 있다. 희귀한 종으로는 호랑이, 반달가슴곰, 대륙사슴, 스라소니, 호사비오리, 원앙, 두루미, 황새, 검독수리 등이 분포하고 있다. 한라산에 비해 대형 포유류가 많은 것이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백두산 천지에서 발원한 이도백하, 송강하, 금강, 압록강, 두만강 수계에는 칠성장어, 열목어, 끄리 등과 같은 담수성 어류들이 서식하고 있다. 장백산자연박물관에는 진귀한 동물표본과 생태사진들이 전시되어 있어서 장백산 일대의 동물생태계를 이해할 수 있다.

제주도와 백두산은 중국 동부해안과 한반도 서해안을 거치는 철새들의 이동경로 상에 위치하고 있기 때문에 일부 텃새를 제외하고는 공통적으로 출현하는 철새들이 많다.

또한 한라산과 백두산의 조류상은 고도에 따른 산림 생태계 차이로 인하여 저지대에서 고지대로 올라갈수록 종다양성이 감소하는 경향이 있다. 저지대에서 고산지대까지 분포하는 종은 큰부리까마귀, 칼새, 힝둥새, 노랑할미새, 굴뚝새 등이 우점하며, 백두산 천지 일대에서 번식하는 바위종다리는 제주도까지 날아와 월동한다.

제주도에 희귀하게 도래하는 귀제비, 흰턱제비 등은 백두산 해발 900m 이하의 인간 주변에서 집단으로 번식하며, 백두산에 분포하는 동고비, 북방쇠박새, 들꿩, 잣까마귀 등은 한라산에 서식하지 않는 북방계열에 속하는 종이다.

이도백하 호림원에서 사육중인 호랑이.

장백산자연박물관 내부에 전시중인 호사비오리 표본.

동물생태계에서 최상위 포식자에 속하는 호랑이는 중국, 러시아, 북한 등 국경지대에 극히 제한되어 분포하는 종으로, 지역에 따라 '동북호랑이', '시베리아호랑이', '아무르호랑이', '한국호랑이', '백두산호랑이'이라 부르기도 한다. 호랑이는 세계적으로 지역에 따라 벵갈호랑이, 아모이호랑이 등 몇몇 아종으로 분류하며, 이중 동북호랑이가 체격이 가장 크고, 용맹스러운 종으로 알려져 있다. 현재 동북아시아에 분포하는 호랑이는 수십 마리에 불과한 것으로 추정되며 IUCN에서 적색자료 위기종으로 등록될 정도로 국가차원에서 시급히 보호방안을 마련하지 않으면 지구상에서 사라질 위기에 처해 있다.

최근 중국 길림성 훈춘임업국에서는 길림성과 흑룡강 일대의 국경 접경지대를 중심으로 호랑이국가공원을 추진하고 있다. 탐사단이 방문한 훈춘시 방천마을에 있는 룡호석각에는 동북호생태체험관에서 호랑이 표본을 만날 수 있었으며, 전망대에 올라가면 북쪽으로는 중국호랑이공원, 동북쪽으로 러시아, 서남쪽으로 두만강 너머에 북한의 나선시가 한 눈에 들어온다. 전망대에서 두만강 하류까지는 9.8㎞정도 떨어져 있는데, 지난 2018년 5월 16일에 두만강 하류에 위치한 나선철새도래지 보호지역이 람사르 습지로 등록되었다.

향후, 장백산(백두산), 압록강, 두만강 일대의 생물다양성 조사를 위해 남북한, 중국, 러시아 등 국가간 협력 사업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 제주도 차원에서도 남북 공동으로 한라산과 백두산과의 생물자원 비교조사, 람사르습지 보호 협력 공동사업 발굴에 적극적으로 준비하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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