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시 원도심 빗물 잠긴 소극장 어쩌나

제주시 원도심 빗물 잠긴 소극장 어쩌나
제주시 빈점포 입주 사업 간드락소극장 침수 피해
"애초부터 공연장 부적합… 5개년 프로젝트 계획 부실"
  • 입력 : 2018. 10.09(화) 18:14
  • 진선희기자 sunny@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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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일 빗물이 빠진 간드락 소극장에 침수된 물품들이 어지럽게 놓여있다. 진선희기자

"행정 지원을 받아 관객들에게 더 나은 조건에서 공연을 보여줄 수 있다는 말에 입주를 포기했다가 마음을 돌렸는데 이 지경이 됐습니다. 종전보다 상황이 나빠진 겁니다."

지난 8일 만난 간드락 소극장의 오 모 대표는 할말을 잃은 듯 했다. 얼마 전 제주를 휩쓸고 간 태풍 '콩레이' 직후 지하 소극장이 물에 잠겼기 때문이다. 지난 6일 침수 사실을 확인하고 동사무소, 119 등의 도움으로 간신히 빗물을 빼냈지만 소극장은 회생이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침수 이전부터 화장실 사용 불가, 천장 누수, 입구의 좁은 계단 등 공연장 시설로 적합하지 않고 관람객 이용에 불편이 컸던 곳이다.

간드락 소극장은 제주시가 옛 제주대병원 인근 삼도2동 입주작가 임차료 지원사업으로 조성된 공간 중 하나다. 제주시는 2014년부터 2019년까지 5개년 사업으로 빈 점포를 문화공간으로 탈바꿈시켜 도시를 재생한다며 이 사업을 벌여왔다. 올해는 13개 건물에 공예, 회화, 음악, 연극 등 16명(팀)이 입주해있고 제주시는 총 임차료 1억1000만원을 분기별로 지원하고 있다.

침수 당시의 소극장 내부 모습. 사진=간드락 소극장 제공

하지만 입주작가들은 이 사업이 "누구를 위한 일인가"라고 되물었다. 빈 점포를 문화로 되살린다는 취지를 내걸었을 뿐 제주시의 기초 작업은 부실했다는 점이다. 비어있던 건물에 작가를 채우는 일에 급급한 채 입주작가 거리의 성격, 시설에 적합한 작가 선정 등은 뒷전이었다는 주장이 있다. 더욱이 제주시의 신생 사업이고 수년간 점포가 비었던 거리에 입주한 만큼 수익 구조가 취약한데도 임대료를 제외한 철거나 리모델링 비용, 원상복구까지 입주자가 고스란히 부담하도록 했다. 간드락 소극장만 해도 입주 당시 철거비만 1000만원 가량 들었다. 그동안 이 일대 임대료는 꾸준히 올랐지만 입주작가들의 형편은 열악해졌다는 불만이 나오는 이유다.

또 다른 입주작가도 어려움을 털어놨다. 해당 작가는 작업 시설을 추가하려 해도 건물주가 화재 위험이 있다며 반대하고 잠시 점포를 비우면 사업 참여에 소극적이라고 여기는 등 제약이 크다고 말했다. 5개년 프로젝트임에도 전담 직원이 없어 담당자가 바뀔 때마다 똑같은 애로사항을 되풀이해야 하는 점도 고역이라고 덧붙였다.

오 대표는 계약 만료일이 2019년 11월로 1년여 남았지만 현재 임대 건물을 떠날 생각이라고 했다. 그는 "애초부터 소극장으로 적합하지 않은 곳을 임대 사업장으로 선정했다"며 "제주시가 대책을 마련해줘야 할 것"이라고 요구했다. 이에대해 제주시 관계자는 "당시 배수 펌프가 제대로 작동 안돼 빗물이 들어온 걸로 알고 있다"며 "당장 다른 공간을 제공해주기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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