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 조 냥
  • 입력 : 2018. 10.08(월) 00:00
  • 김현석 기자 ik012@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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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검절약의 모토인 '조냥'이란 말은 옛 중국어 절약(節約, 현대음은 jieyue)과 연계된다. 절(節)은 훈몽자회(1527년)에 졀, 약(約)은 신증유합(1576년)에 약으로 나온다. 이를 연음하면 '져략'이 되고 략을 낙으로 읽으면 져냑이 된다. 문제는 '져'가 어떻게 '조'가 되고, '냑'이 '낭'이 되는가이다.

'절(節)'의 중국의 상고/중고음은 모두 '젿'에 가까운 음이었다. ㄷ받침은 한국어에서는 ㄹ로 받았다. 그리고 '젿'의 두자음 ㅈ(중국의 치음, 齒音)의 소리는 그것이 무성음/유기음이든 대개 4등운 ie가 따르면 한국에서는 조 또는 초, 소로 받아들였다. 사(斯)는 소, 자(紫)는 조, 차(此)는 초. 물론 절(節)의 한자는 이들 글자와는 모음이 약간 다르나 ie의 공통성을 지니고 있어 제주사람들이 자 로 받아들였다고 본다. 약(約)의 한자는 상고음에서 ㄱ받침 있는 것과 그보다 약하거나 아예 없는 것이 있다. 약한 쪽이 ㅇ받침이 되었거나 제주사람들이 즐겨쓴느 ㅇ받침을 선택한 듯 싶다.

이상에서 제주방언에서 '조냥'(옛적은 조금 달랐을 것이다)으로 받아들인 시기는 14세기 이전으로 보아진다. 절(節)의 ㄷ받침이나 약(約)의 ㄱ받침은 중국의 중원음운(中原音韻, 당시의 북경음을 대표함. 1333년 간행)에는 쓰이지 않으므로 당시에 그 받침의 소리는 없어진 것으로 보고 있다. 따라서 한국에서 ㄹ받침으로 받아들인 것은 그 이전에 중국어에 ㄷ받침이 있을 때 가능하므로 중원음운 이전에 한국에서 받아들였다고 보아야 한다. 14세기 이후에 받아들인 가능성은 없지 않으나 그 때의 중국음은 현대음처럼 많이 변한 상태였으니 직결시키기는 무리고 ㄴ첨가의 일까지 설명해야 한다.

요컨대, 제주방언의 '조냥'은 오랜 시대에 중국의 절약(節約, 서기 3·5세기 중국사서에 나옴)을 받아들여 제주방언의 특성에 맞춰 방언화한 것이다. <김공칠 전 제주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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