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완병의 목요담론] 남북 평화시대, 동물도 기대하고 있다

[김완병의 목요담론] 남북 평화시대, 동물도 기대하고 있다
  • 입력 : 2018. 10.04(목) 00:00
  • 김현석 기자 ik012@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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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룡이 왜 멸종되었을까. 과학자들이 늘 고민하고 연구하는 과제이지만, 초등학생들이 알고 있는 만큼이나 진전된 확신이 없다. 자연사 흐름에 의해 사라지기는 했어도 같은 시대에 살았던 다른 동물들은 살아남았다. 몸이 크고 날지 못한 게 큰 이유였을까. 햇빛이 들지 않으면 따뜻한 곳을 찾아 이동을 해야 하는데, 몸집이 작거나 날 수 있는 생물체는 여러 곳으로 흩어지는데 있어서 공룡보다는 유리하게 작용했을까. 더구나 공룡은 몸집이 너무 커서 먹이자원을 확보하는데 상당한 고충이 뒤따랐을 것이다.

동물의 진화과정에서, 고래의 조상은 육상에서 바다로 그들의 터전을 이동하면서 다른 동물에 비해 큰 멸종을 피해갔다. 공룡처럼 거대한 몸을 지니고 있었지만, 아무런 걱정이 없었다. 하지만 그건 방심이었다. 무서운 천적이 나타날 줄 몰랐다. 인류가 지구를 지배하면서 수많은 자원을 자연에 의지하고 있다. 동물자원도 그렇다. 식량문제를 비롯하여 수렵, 관광, 교통, 반려, 문화자원으로 동물은 사람들의 삶과 깊숙이 관련되어 있다. 하지만 인간의 복지가 야생동물의 복지보다 우선해서는 곤란하며, 동물 지배권을 정당화해서도 안 된다.

새는 공룡보다는 작지만 알을 낳는 공통점이 있다. 진화적으로 보면 아주 가까운 친척뻘이다. 분명한 것은 몸집이 크게 되면 날아오르는데 불리하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타조, 에뮤, 키위와 같은 새들은 왜 날지 않을까. 우선 살아가는데 굳이 비행할 이유가 없었다. 먹잇감을 확보하는데도 지장이 없고 천적에 대항할 힘도 충분하다. 날기보다는 걷거나 달리는 것이 편했던 것이다. 어쩌면 비행과 보행 그리고 펭귄의 잠수 행동을 비교하면, 어느 쪽이 더 진화했는지 퇴화했는지 우열을 따지는 것이 시간 낭비일지도 모른다. 한때 공룡이 세계를 지배했던 자연은 그렇게 커다란 시련이 있었지만, 평화로움을 유지하고 있었다. 근데 생전 보는 천적인 '사람'이 나타나면서 공룡의 후예들이 벌벌 떨고 있다.

인도양 남쪽에 위치한 모리셔스 섬에 살았던 도도새가 사라진 이유도 인간 때문이다. 섬에 도착한 사람들을 무서워하기 시작했더라면, 아니 사람들이 공정했더라면 도도새는 멸종될 이유가 없었다. '괜찮을 거야' 하는 사이에 친구도 사라지고, 오히려 동료들마저 사람들 편에 줄을 대면서, 결국 도도새는 박물관으로 갈 수 밖에 없었다.

지난달 남북 정상이 평양에서 만나는 날에, 대전에서는 큰 일이 터졌다. 한 동물원에서 탈출한 퓨마 한 마리가 사람을 해칠 수 있다는 판단으로 탈출 한 지 4시간 만에 사살되고 말았다. 원래의 서식지를 떠나 좁은 공간에서 인간을 위해 그렇게 헌신한 결과가 너무나 참혹했다. 그렇게 야생동물은 사람들의 이기심으로 하나 둘씩 지구상에서 사라져 가고 있다.

한때 한라산에서 뛰놀던 대륙사슴, 멧돼지, 삵과 같은 야생동물도 사람들의 지나침으로 모습을 감추고 말았다. 백두산에 서식하는 동물들도 매우 위험하다고 한다. 이제 사람이 노루와 호랑이가 불안에 떨지 않도록 더 많이 양보하고 배려해야 될 것이다. 있는 자와 가진 자가 힘없는 자의 걱정을 덜어주는 것이 세상에 존재하는 이유이다.

새로운 남북시대가 다가오고 있다. 남과 북으로 갈라놓은 선이 무너지면서, 백두에서 한라까지 사람들의 왕래가 활기를 띨 것이다. 덩달아 야생동물들도 걸어서 남북으로 동서로 자유와 평화 그리고 복지를 맘껏 누릴 수 있을 것으로 잔뜩 기대하고 있다. 동물들의 입장에서 보면,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존재가 인간일지라도, 동물들이 그래도 천사 같은 사람에게 희망을 거는 까닭이기도 하다. <김완병 제주도민속자연사박물관 학예연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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