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문화가 이슈&현장/제주문예재단 방향과 과제] (하)공간 운영 어떻게

[제주문화가 이슈&현장/제주문예재단 방향과 과제] (하)공간 운영 어떻게
유휴 시설 문화재생 리모델링 수준 넘어야
  • 입력 : 2018. 10.04(목) 00:00
  • 진선희 기자 sunny@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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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제주시 원도심 이아·산지천갤러리 개관
공간사업본부에 문화재생·공간운영팀 가동
건물 역사성 흐릿한 재생에 주민 지지도 취약


올해 제주문예재단 기구표에 새로운 부서가 등장했다. 공간사업본부다. 문화재생팀과 공간운영팀 2개팀을 둔 공간사업본부는 유휴시설을 문화재생하는 역할을 맡았다. 다른 지역 문화재단처럼 제주문예재단도 유휴 시설을 재생시킨 공간 운영을 통해 창작자와 향유자를 위한 행보를 넓혀가고 있지만 공감대 확보는 부족해보인다.

▶재생 공간 성격 놓고 공감대 부족=제주문예재단은 지난해 5월 옛 제주대병원 건물 일부를 활용해 예술공간 이아를 탄생시켰다. 같은 해 12월엔 제주시 탐라문화광장 부지에 여관과 목욕탕으로 쓰였던 금성장·녹수장을 고쳐 만든 산지천갤러리를 개관했다.

이아는 국내외 시각 예술 창작자 등을 위한 레지던시 프로그램에 중점을 두고 창작실과 갤러리 등을 갖췄다. 산지천갤러리는 사진 전문 갤러리를 표방하며 제주출신 다큐멘터리 사진가 김수남 기증 작품을 중심으로 전시를 이어왔다.

하지만 제주도의 위탁을 받아 제주시 원도심 유휴 공간을 리모델링한 두 곳이 문화재생 취지처럼 공간의 역사를 살리고 있느냐에 대해선 이견이 있다. 이아는 아픈 몸과 마음을 치유했던 병원 건물에 들어섰지만 그같은 성격이 드러나지 않는다. 인근 시설까지 임대해 레지던시 참여 작가에게 숙식 공간을 따로 제공하는 등 창작 공간 활성화에 공을 들이는 반면 지역 주민들과 옛 시설에 대한 공통의 기억을 나누려는 노력은 찾아보기 어렵다. 산지천갤러리는 종전 금성장·녹수장을 세련된 전시장으로 바꿔놓았을 뿐 왜 사진 전문 공간인지에 대해선 별다른 설명이 없다.

▶개관 초기 예산·인력 확보 시급=제주문예재단은 폐교를 창작공간으로 가꾸는 작업도 진행하고 있다. 제주시 한경면 옛 산양초등학교가 대상이다. 입주 작가 작업실, 숙소, 전시실, 커뮤니티 공간을 배치할 계획인데 이 역시 마을 공동체의 구심점이었던 학교의 기억을 얼마나 품을지는 미지수다.

일각에선 재단의 역량을 쏟아 문화재생을 해야 하는데 리모델링 공사만 하고 있다는 주장이 나온다. 유휴 시설을 단순히 문화공간으로 바꾸는 게 아니라 창작자는 물론 해당 지역 주민과 교감할 수 있는 장치를 만들어놔야 한다는 주문이었다.

기존 원도심 유휴 시설 공간에 대한 만족도는 재밋섬 건물을 매입해 추진하려던 '한짓골아트플랫폼' 조성과 관련한 부정적 여론에 영향을 미쳤다. 제주도감사위원회 결과를 지켜봐야겠지만 논란 속에 민선 7기 제주도정이 제주예술인회관 공약으로 껴안은 이 공간이 예정대로 추진되더라도 밑그림부터 다시 그려야 한다.

이런 가운데 개관 초기 공간의 안정화를 위한 예산과 인력 확보가 시급하다. 예술공간 이아는 그나마 형편이 낫지만 산지천갤러리는 제주도의회가 올해 운영 예산을 상당액 삭감하면서 '개점 휴업' 상태로 지탱하고 있다. 간신히 숨을 불어넣은 유휴공간인 만큼 도민사회의 지지를 바탕으로 건강하게 커나갈 수 있는 기반 마련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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