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문화가 이슈&현장/제주문예재단 방향과 과제] (중)주요 업무 어떻게

[제주문화가 이슈&현장/제주문예재단 방향과 과제] (중)주요 업무 어떻게
  • 입력 : 2018. 10.03(수) 00:00
  • 진선희 기자 sunny@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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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립목적 새겨 행사 사업보다 지원에 방점을
제주 문화예술 진흥 사업·활동 지원 위해 탄생
2년새 사업 가짓수 3배 가량 늘고 예산도 껑충
“민간단체 행사까지 굳이 재단이 맡아야 하나”


제주도내 한 예술인은 지난해 국고보조금 통합관리 시스템인 e나라도움 이용에 애를 먹었다. 주변에서 너나없이 시스템 사용에 불편을 겪은 터라 도움을 구할 곳은 제주문화예술 지원 사업을 시행하는 제주문화예술재단 밖에 없었다. 하지만 담당부서와 전화 연결이 쉽지 않았고 통화를 해도 속시원한 해결법을 찾을 수 없었다. 그는 제주문예재단이 지역 문화예술인들의 '비빌 언덕'이 되어주었으면 했는데 또 한번 그 바람이 깨졌던 기억이 있다고 말했다.

▶문화예술정책 개발 지원 첫 머리 명시=제주문예재단이 올해 초 내세운 주요 업무는 지속가능한 제주문화예술정책 개발 지원, 문화예술 생태계 활성화 지원, 예술가의 창작 지원, 생활문화 향유 지원, 청년문화예술 기반 활동 지원, 창의적 문화예술교육 활성화 지원, 문화공간 조성과 운영, 문화유산 보존과 계승 지원 등으로 나뉜다. 그 밖에 문화예술 진흥을 위해 필요하다고 여기는 사업을 수행한다고 되어있다.

2001년 개원 이래 지난달 9대까지 이사장을 맞는 동안 제주문예재단이 추진해온 업무는 일부 문구가 세련되게 바뀌고 시대 흐름에 맞춰 강조하는 내용이 다르더라도 지역 문화예술 진흥이라는 큰 틀을 벗어난 일이 없다. 이미 제주문화예술재단 조례에 '문화예술의 진흥을 위한 사업과 활동을 지원함으로써 전통문화예술을 계승하고 새로운 문화를 창조함으로써 제주지역문화발전에 기여하기 위한 재단법인'으로 설립 목적이 명시됐다.

이에 따르면 제주문예재단은 전통문화예술까지 껴안은 문화예술 활동 지원에 방점이 찍히는 기관이지만 실상은 다르다. 제주문화예술계 일각에서 재단 본연의 업무에 충실했으면 하는 주문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지원하는 곳에서 되레 파이 독차지=2016년과 2018년 초 제주문예재단이 제주도의회에 제출한 업무보고서에 따르면 2년 새 사업비가 갑절 가량 뛰었다. 2016년 11개 사업 81억5590만원에서 올해는 30개 사업 136억5620만원으로 나타났다. 사업의 가짓수가 3배 가깝게 늘어난 것에 비해 예산이 그만큼 오르진 않았지만 그래도 증가폭이 크다.

정원이 확대되고 사업 예산이 증가하는 등 외적 성장을 이뤘지만 지역 문화계의 반응은 엇갈린다. 긍정적 평가 한편에 민간 문화예술단체와 경쟁하듯 갖은 행사를 벌여놓는다는 부정적 시각이 있다. 모 단체에서 행했던 생활문화동호회 페스티벌을 직접 진행하고 있고 작년엔 반세기가 넘는 탐라문화제의 주요 프로그램으로 치러온 무형문화재 축제를 별도로 개최하며 논란을 낳았다. 개인이나 단체의 활동을 독려하고 지원해야 할 기관이 오히려 '파이'를 독차지하고 있다는 불만이 제기되는 이유다.

도내 공연계의 한 관계자는 "제주문예재단은 직접 행사성 사업을 하기보다 제주도의 문화 정책 방향을 제시하고 현안을 파악해 지역 문화예술인들에게 필요한 내용을 지원해주길 기대했다"며 "재단이 아닌 다른 단체나 기관에서 할 수 있는 사업들은 과감히 정리하고 문화 정책 발굴에 힘썼으면 한다"는 의견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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