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솜방망이 처벌로 산림훼손 막을 수 있나

[사설] 솜방망이 처벌로 산림훼손 막을 수 있나
  • 입력 : 2018. 10.03(수) 00:00
  • 편집부 기자 hl@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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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값 상승을 노린 불법 산림훼손이 제주지역에서 끊이지 않고 있다. 잊을만하면 터진다. 마치 산림이 투기꾼의 먹이감이 되고 있는 양상이다. 산림을 저렴한 가격에 사들인 후 산지전용 허가도 받지 않고 무차별 훼손하기 일쑤다. 그 수법도 점점 치밀해지고 있다. 산림훼손 때 중장비를 동원하는 것이 아니다. 이제는 제초제를 이용해 수백그루의 소나무를 고사시키는 방법까지 등장하기에 이르렀다. 이런 수법으로 산림을 훼손한 후 단기간에 수십억원의 시세차익을 챙긴 일당이 적발됐다.

제주도 자치경찰단은 도내 모 영농조합법인 대표 김모씨(63)와 이모(60)씨 등 2명에 대해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산림)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자치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관할관청의 입목 굴취허가를 받지 않고 산림 내에 자생하는 소나무 639그루에 농약을 주입해 훼손시킨 혐의다. 이들은 아파트 개발을 위해 입목 본수를 낮출 목적으로 이같은 불법을 저질렀다. 지난해 4월말~5월 중순까지 9필지 12만6217㎡ 내 둘레 8~70cm, 높이 5~10m 가량의 소나무들을 고사시켰다. 이들은 소나무 줄기 하단부에 드릴로 구멍을 뚫고 제초제를 주입했는데, 작업인부들에게는 소나무재선충병 방제약을 주입하는 작업이라고 속였다. 수사 결과 이들은 임야를 싼 값에 매입한 뒤 해당 지역에 아파트 단지를 개발하겠다고 홍보하면서 토지를 쪼개서 팔았다. 이들은 해당 임야 가운데 4만1870㎡를 12억원에 매입한 후 9개월 여만에 42억원에 되팔아 30억원의 시세차익을 남겼다.

부동산 광풍이 몰아친 최근 몇년새 제주의 산림이 엄청나게 파괴됐다. 제주도가 밝힌 최근 3년간 도내 산림피해 현황을 보면 깜짝 놀랄 정도다. 2015년 93건에 31.36㏊, 2016년 59건에 17.15㏊, 지난해 39건에 13.38㏊ 등 모두 191건에 61.86㏊(61만8600㎡)에 달한다. 이는 축구장 면적(7140㎡)의 86배를 웃도는 규모다. 당국에 적발되지 않은 곳까지 포함하면 산림훼손 면적은 이보다 훨씬 더 많을 것이다. 왜 이렇게 산림훼손이 판치는지는 자명하다. 산림을 훼손하더라도 벌금만 내고 버티면 그만이다. 바로 산림훼손을 근본적으로 막을 수 없는 제도상의 허점이 있었다. 설령 걸리더라도 솜방망이 처벌에 그친다. 원상복구 역시 시늉만 하면 그냥 넘어간다. 때문에 땅값 상승을 노린 불법 산림훼손이 마구 이뤄지는 것이다. 알다시피 산림은 한번 훼손되면 원상회복 자체가 불가능하다. 그런만큼 산림훼손 행위에 대한 보다 강력한 제도적인 개선책이 필요하다. 이대로 가면 불법 산림훼손을 아무리 적발해봐야 의미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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