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툭하면 오폐수 유출, 부끄러운 청정제주

[사설] 툭하면 오폐수 유출, 부끄러운 청정제주
  • 입력 : 2018. 10.02(화) 00:00
  • 편집부 기자 hl@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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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이 갈수록 태산이다. 오수 유출 사고가 제주지역 곳곳에서 잇따라 터지고 있어서다. 오수가 시도 때도 없이 바다로 흘러드는 제주시 도두하수처리장만의 문제가 아니다. 최근에는 제주신화역사공원에서 오수 역류사태가 불거졌다. 이번에는 서부하수처리장에서 정화되지 않은 오폐수가 바다로 유출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도내 하수처리시스템이 총체적으로 문제가 있음을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

제주도상하수도본부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오전 7시50분쯤 제주시 한경면 판포리 해안가에 위치한 중계펌프장 PLC(자동제어시스템)가 갑자기 작동을 멈추면서 오수가 유출됐다. PLC는 10여분 만에 복구됐지만 그 사이 펌프장 내에 있던 많은 양의 오폐수가 바다로 흘렀다. 이 때문에 인근 바닷물이 황토빛으로 변하고 악취도 심하게 풍겼다. 중계펌프장은 지형적인 문제로 인해 흘려보내기가 곤란한 경우 일정 장소에 오수를 모아 처리장으로 압송하는 시설을 말한다. 이날 사고는 오폐수의 수위를 조절하는 자동제어장치가 작동되지 않아 서부하수처리장으로 가야 할 하수가 유출된 것이다. 서부하수처리장의 하루 처리량은 2만4000톤이지만 이미 포화된 상태다.

문제는 제주에서 오폐수 유출이 수시로 발생하고 있다는데 있다. 지난 7월~8월에는 서귀포시 안덕면에 위치한 제주신화역사공원에서 나온 오수가 수차례 인근 도로로 역류하는 일이 벌어졌다. 오수 역류사태는 급기야 제주도의회의 행정사무조사 요구로 번지기까지 했다. 또 지난해 9월 11일에는 제주시 도두하수처리장에서 흘러나온 오수가 바다로 유출됐다. 특히 도두하수처리장은 2016년 수위계 오작동으로 오수 100여톤이 하천으로 흘렀고, 그해 10월 태풍 '차바' 내습 때 수백여톤의 오수가 인근으로 배출된 바 있다. 하수처리장이 사실상 제기능을 다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분명 제주지역 하수처리 문제가 심각하다. 단순히 눈에 보이는 오수 유출만의 문제가 아니다. 수질기준을 초과한 방류수를 내보내는 일이 거의 일상화되고 있다. 1년 365일 가운데 이틀에 한번꼴 이상으로 수질기준을 초과한 하수가 방류될 정도다. 2014년만 해도 방류수의 수질기준을 초과한 일수는 2일에 불과했다. 하수처리 문제가 얼마나 심각한 지경에 이르렀는지 방증해준다. 이렇게 하수처리에 과부하가 걸릴 때까지 제주도는 도대체 무엇을 했는지 모른다. 유입 인구와 관광객이 급격히 증가하면서 충분히 예견되고도 남을 일이었다. 그런데도 가장 기본적인 인프라조차 대비하지 못한 제주도는 직무를 유기한 것이다.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진 도두하수처리장 현대화사업도 여태 제자리에서 맴돌고 있다. 답답한 노릇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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