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감시·견제해야 할 대의기관마저 이러니

[사설] 감시·견제해야 할 대의기관마저 이러니
  • 입력 : 2018. 09.28(금) 00:00
  • 편집부기자 hl@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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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의 일처리가 이렇게 엉망으로 할 수 있나 싶다. 최근 제주신화월드(제주신화역사공원)에서 발생한 오수 역류사태에서 극명하게 보여준다. 상·하수도 용량 산정이 상식 밖이었기 때문이다. 그것도 대규모 사업장에서 벌어져 도무지 납득이 안된다. 제주신화월드의 오수 역류는 예견된 사고라는 지적이 달리 나오는 것이 아니다. 제주신화월드의 오수 역류사태는 급기야 제주도의회 행정사무조사 요구로 번졌지만 무산됐다. 집행부의 잘못을 바로잡아야 할 의회마저 제역할을 포기하면서 후폭풍이 만만찮을 것으로 보인다.

제주신화월드의 오수 역류사태는 지난 7월 4일부터 8월 6일까지 모두 4차례에 걸쳐 발생했다. 오수 역류는 실제 사용량을 감안하지 않고 시설하면서 빚어진 것이다. 제주신화월드 사업장 면적이 당초 계획보다 30% 이상 늘었는데도 상·하수도 용량 산정 때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 상하수도 시설계획의 토대가 되는 상수도 사용량 및 오수 발생량을 당초 계획보다 오히려 축소해 산정했다. 숙박시설의 경우 객실수는 2014년 5월 이전 1443실에서 2017년 9월 3117실로 갑절 이상 늘었다. 하지만 계획상 상수도 사용량은 3665t에서 3660t으로, 하수도 사용량도 2603t에서 2381t으로 각각 축소됐다. 결국 사업 과정에서 행정의 잘못으로 오수가 역류하는 최악의 사태를 부른 것이다. 이 때문에 허창옥 의원이 제주신화월드에 대한 행정사무조사 요구권을 대표발의했다.

그런데 도의회는 지난 21일 본회의에서 허 의원이 대표발의한 '신화역사공원 등 대규모 개발사업장 행정사무조사 요구서'를 부결시켰다. 당시 도의회 본회의장에는 의원 43명 중 42명이 출석했지만 표결에는 34명만 참여해 찬성 13명, 반대 8명, 기권 13명으로 부결됐다. 당초 행정사무조사 요구서는 관련 규정에 따라 의원 1/3 이상인 22명 의원의 찬성으로 발의돼 가결될 것으로 전망됐지만 정작 본회의에서 부결처리된 것이다.

물론 오수 역류사태가 제주신화월드에 국한된 문제라면 얘기는 다를 수 있다. 하지만 다른 대규모 사업장에서도 이같은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 행정사무조사가 추진된 것이다. 그게 물거품이 됐다. 집행부를 견제하고 감시해야 할 도의회가 보여준 행태는 참으로 실망스럽다. 대의기관의 민낯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거창하게 '견제·감시'는 고사하고 소신과 책임성도 찾아볼 수 없다. 제주의 가치인 ‘환경자산’조차 지키고 보전하는 일에 도의회가 나몰라라 한다면 대체 무슨 일을 하겠다는건지 모른다. 이제 개원한지 얼마되지 않은 도의회가 이 모양이니 앞으로 뭘 기대할 수 있을지 심히 걱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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