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주엽의 한라시론] 한국에는 슬로우 문화가 필요하다

[성주엽의 한라시론] 한국에는 슬로우 문화가 필요하다
  • 입력 : 2018. 09.27(목) 00:00
  • 김현석 기자 ik012@ihalla.com
  • 글자크기
  • 글자크기
로마제국의 나라 이탈리아는 왜 슬로우 푸드와 슬로우 시티를 선택했을까. 슬로푸드는 이탈리아의 작은 마을에서 1986년부터 시작된 식생활운동으로 나라별·지역별 특성에 맞는 전통적이고 다양한 음식·식생활 문화를 계승 발전시킬 목적으로 시작되었다. 또한, 슬로시티 운동은 1999년 이탈리아 토스카나에서 시작하여 슬로푸드와 함께 느리게 살기를 추구하며 빠름과 느림의 공존을 이야기 한다.

우리나라는 40~50대의 자영업자가 25%를 넘어서고 있고 이들이 갈 직장도 많지않고 자살률도 높은 순위라는 안타까운 현실을 언론보도를 통해 접하게 되면서 왜 이런 현상들이 일어나는 것일까 생각해보게 된다. 모든 나라들이 그런 것은 아닌데, 우리나라는 너무 빨리만 달려 온 것은 아닌지….

한일합방과 6·25를 통해 급해진 우리들은 새마을 운동을 통해 달리기 시작했고 그러한 문화가 우리를 부강하게 했다는 신념 때문에 우리는 일중독에 달리고 달렸던 것은 아닐까. 그런데 주행속도가 너무 빨라 정말 중요한 것을 지나치고 달려 온 것은 아닐까….

몇 년 전부터 우리들은 한류드라마, k-pop, 게임, SNS, 스포츠, 먹방, 예능프로 속에서 살고 있는 것 같다. 반면 우리나라의 정체성을 가진 전통과 문화는 더욱 소외되고 관심밖이 되어 쇠락하는 느낌이 든다. 빠른 문화는 속도가 더 빨라졌고 느린 슬로우 문화는 속도가 더 느려지고 관심밖으로 밀려나 그 격차가 더욱더 벌어졌다는 생각이 든다. 젊은이들은 빠른 문화로 향하고 나이 들고 지친 장년세대는 슬로우 문화를 대함에 활력이 없고 사명감만 가지고 가기에 점점 지치고 느려지고 있는것은 아닐까…. 문화만의 문제는 아닌 것 같다. 교육도, 경제도 모든 것이 너무 빠른 템포로 변화하고 있다. 나 자신의 정체성을 갖고 살기보다는 세상을 쫓아가기 바쁘다. 자기다움을 잃어버리고 있는 것은 아닐까?

나이가 들면 체력과 기력이 딸린다. 그리고 느려지기 때문인지 나무가 보이기 시작한다. 그런데 좋아질 뿐이지 나무와 교감하기에는 자연에 대해 너무 아는 것이 없다. 중년시대가 나무를 모르니 자녀세대에도 알려줄 게 없다. 그러다 보니 지칠 때, 외롭고 힘들 때 자연과 교감하는 방법을 모르는 것이다.

나이가 들면 우리가 돌아갈 고향은 자연이 아닐까! 가서 옛 친구와 자연과 함께 슬로우 생활을 해야 하는데 우리의 40~60대는 갈 곳이 없어 도시와 산업화된 시설주변을 맴돌고 있는 것은 아닐까. 우리나라도 이제는 슬로우 푸드와 슬로우 시티에 대해 생각하는 분들이 많아졌다. 하동등 11개 도시가 슬로시티로 참여하고 있다.

우리도 이제는 슬로우 문화가 필요하다. 전통과 나무, 독서, 걷기 모두가 우리에게 유익한 것들은 시간을 많이 필요로 한다. 그런 면에서 나무문화는 더더욱 시간이 많이 걸리는 일이다. 빠르고 쉬운 선인장과 같은 다육식물보다는 소나무, 향나무는 더 많은 시간이 걸린다. 더욱이 정원은 하나하나를 모아 융합한 종합예술이기 더욱 어렵고 많은 시간이 필요로 한 것이다. 세월에서, 느림에서 얻어지는 것은 문화와 예술과 깨달음이다. 바로 이곳에서 인문학도 나오는 것이다.

세계와 경쟁하며 지친 우리나라 국민을 위해, 획일적인 한국문화에 지친 외국인들에게 제주가 해야 할 책임과 사명이 있다. 역사에 문화유산을 남기는 분이 애국자라 생각해 본다. 리더분들의 생각과 안목이 정말 중요한 순간이다. 리더분들의 격려가 절실한 시기이다.

<성주엽 영혼을 위한 정원, 생각하는 정원 >
  • 글자크기
  • 글자크기
  • 홈
  • 메일
  • 스크랩
  • 프린트
  • 리스트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 밴드
기사에 대한 독자 의견 (0 개)
이         름 이   메   일
4903 왼쪽숫자 입력(스팸체크) 비밀번호 삭제시 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