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이 더 외로운 독거노인에 이어지는 따뜻한 손길

추석이 더 외로운 독거노인에 이어지는 따뜻한 손길
고작 6.6㎡ 단칸방에서 살고 있는 70대 할아버지
월 40~50만원으로 생활… 밥 한끼 사먹기도 빠듯
주변 도움 손길 이어져 "온정 느낄 수 있어 고마워"
  • 입력 : 2018. 09.20(목) 17:47
  • 송은범기자 seb1119@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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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홍식 대한적십자사제주특별자치도지사 회장이 박 할아버지에게 생필품을 전달하며 안부를 묻고 있다. 송은범기자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라는 말처럼 민족의 대명절 추석은 고향을 찾는 귀성객들과 모처럼 맞은 긴 공휴일을 만끽하려는 휴가객들로 들뜬 분위기가 이어지는 시기다. 하지만 명절이 다가올수록 외로움과 상대적 박탈감에 시달리는 독거노인들에게는 이러한 얘기가 다른 나라 이야기처럼 멀게만 느껴진다.

 19일 제주시 삼양동 약 6.6㎡ 남짓한 좁은 단칸방에 살고 있는 박두진(79·가명) 할아버지는 올해도 쓸쓸히 추석을 보내야 한다고 푸념했다. 슬하에 3형제를 두고 있지만 연락이 끊긴지 오래됐고, 거동이 불편한 데다 천식까지 앓고 있어 홀로 차례를 지내거나 친척을 찾아갈 형편도 못되기 때문이다.

 박 할아버지는 "명절 때는 TV만 틀어도 들뜬 분위기가 느껴져 평소보다 외로움을 더 느낀다"며 "그래도 어쩔 수가 없으니 '다 내가 감수해야 하는 일이다'라는 마음으로 하루하루를 버텨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기초생활수급자인 박 할아버지는 한달 40~50만원의 지원금에 의지해 살아간다. 단칸방 집세와 생활비 등을 빼고 나면 식당에서 따뜻한 식사를 사먹는 것 조차 어려운 형편인 것이다. 그의 집 안에는 라면 같은 조리가 간편한 즉석식품들이 가득했다.

 그도 옛날에는 일본으로 건너가 많은 돈을 벌고, 제주에서는 소를 키우는 축산업을 벌이며 가족들과 즐겁게 살던 시절이 있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무슨일 때문인지 형편이 점점 안좋아지기 시작했고, 결국에는 가족들과도 연락이 끊긴 채 홀로 남게됐다.

 이런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박 할아버지가 희망을 잃지 않는 이유는 주변에서 이어지고 있는 도움의 손길 때문이다. 이날도 제주적십자사에서 추석을 맞아 치약과 칫솔, 샴푸, 비누 등 생필품을 전달하기 위해 박 할아버지를 찾았다.

 박 할아버지는 "명절 때만이 아니라 평소에도 적십자사 등에서 여러가지 물품을 받고 있고, 독거노인 지원센터에서도 자주 찾아와 잔심부름 등을 해주고 있다"며 "조금이나마 추석의 온정을 느낄 수 있어 고마울 따름"이라고 말했다.

 한편 제주적십자사는 추석을 맞아 한국가스공사와 제주농협 등으로부터 후원을 받아 9월에만 1300명을 대상으로 총 4760만원 상당의 물품을 지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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