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 오른 남북정상 "한라에서 백두까지"

천지 오른 남북정상 "한라에서 백두까지"
오늘 오전 정상 등반..구름 한점 없는 쾌청한 날씨
양 정상 내외 장군봉 인근서 한라산 주제로 담소
김정숙 여사 한라산 물 붓고 백두산 물 담아 합수
  • 입력 : 2018. 09.20(목) 14:24
  • 평양.서울공동취재단 =부미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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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설주 여사 "옛말에 백두에서 해맞이, 한라에서 통일 맞이"

백두산 정상에서 남북 정상 부부가 한라산을 소재로 대화를 나눴다.

남북정상 부부는 20일 오전 10시 20분쯤 백두산 천지에 발을 디뎠다.

남한 중부지방에 이날 오전에는 비가 뿌린 탓에 과연 두 정상의 사상 첫 백두산 동반 관광이 무리없이 성사될 수 있을 지에 오전부터 관심이 모아졌다.

이날 백두산은 구름 한 점 없는 쾌청한 하늘과 셀로판지를 붙여놓은 듯 영험한 파란빛을 띄는 천지, 힘차게 뻗어내린 백두산 산줄기들이 비현실적으로 선명하게 펼쳐졌다.

장군봉 정상에는 양 정상 내외를 위한 의자 4개와 티테이블 배치했다. 하지만 양 정상 내외는 곧바로 천지가 내려다보이는 위치로 이동해 담소를 시작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중국 사람들이 부러워한다. 중국 쪽에서는 천지를 못 내려간다. 우리는 내려갈 수 있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백두산 천지에 새 역사의 모습을 담가서 천지의 물이 마르지 않도록 앞으로 북남 간의 새로운 역사를 또 써나가야겠다"고 화답했다.

문 대통령은 "한라산에도 백록담이 있는데 천지처럼 물이 밑에서 솟지 않고 그냥 내린 비, 이렇게만 돼 있어서 좀 가물 때는 마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제가 위원장께 지난 4.27 회담 때 말씀드렸는데요. 한창 백두산 붐이 있어서 우리 사람들이 중국 쪽으로 백두산을 많이 갔습니다. 지금도 많이 가고 있지만, 그때 나는 중국으로 가지 않겠다, 반드시 나는 우리 땅으로 해서 오르겠다 그렇게 다짐했었습니다. 그런 세월

문재인 대통령 부인 김정숙 여사가 20일 오전 김정은 국무위원장 내외와 백두산 천지를 산책하던 중 천지 물을 물병에 담고 있다. 평양사진공동취재단

이 금방 올 것 같더니 멀어졌어요. 그래서 영 못 오르나 했었는데 소원이 이뤄졌다"고 말했다.

천지를 배경으로 양 정상과 수행단은 기념 사진을 찍고 자연스럽게 서울 답방을 소재로 삼아 대화를 나누다 한라산이 언급됐다.

동행한 김영춘 해양수산부 장관은 "이번에 서울 답방 오시면 한라산으로 모셔야 겠다"고 말했고. 문 대통령은 이에 "어제, 오늘 받은 환대를 생각하면, 서울로 오신다면 답해야겠다"고 거들었다.

옆에 있던 송영무 국방부 장관은 "한라산 정상에 헬기 패드를 만들겠다. 우리 해병대 1개 연대를 시켜서 만들도록 하겠다"고 말하자 일동 웃음을 터뜨리기도 했다.

문 대통령 부인 김정숙 여사는 한라산 물을 가져왔다고도 말했다.

김 여사는 "한라산 물 갖고 왔어요. 천지에 가서 반은 붓고 반은 백두산 물을 담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김 여사는 한라산 물을 담아 가지고 온 생수병에서 물을 반쯤 천지에 붓고, 천지물은 한라산물이 담겨 있는 생수병에 채웠다. 백두와 한라의 '합수'였다.

리설주 여사는 "우리나라 옛말에 백두에서 해맞이를 하고, 한라에서 통일을 맞이한다는 말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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