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개처럼 싸인 '섬나라 탐라' 유물로 만나다

안개처럼 싸인 '섬나라 탐라' 유물로 만나다
국립제주박물관 특별전 용담동 출토품 등 400여점
3~12세기초 천년간 존재 탐라사회와 삶·교류 살펴
  • 입력 : 2018. 09.19(수) 19:15
  • 진선희기자 sunny@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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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담동 무덤 출토 철제 장검.

1984년 제주시 용담동에서 다량의 철기가 부장된 무덤이 발견된다. 무덤 주변엔 철로 만든 칼, 창, 도끼, 화살촉 등이 있었다. 이 무덤에서 나온 철기들은 지금의 경상도와 전라도 일대인 진·변한 지역 최고 지배층의 무덤에서 출토된 것과 유사했다. 용담동 무덤에 묻힌 사람은 누구였을까. 고고학계에서는 3세기를 전후해 축조된 이 무덤의 주인공을 탐라의 지배자로 본다. 제주에서는 철기가 생산되지 않았고 수입해야 하는 품목이었다. 철제 무기류는 당시 지배계급의 권력을 상징했다. 그래서 일반적으로 이 때를 탐라정치체의 등장기로 파악한다.

고내리 유적 깊은 바리.

제주시 애월읍 고내리 유적은 탐라사회의 발전을 보여준다. 고내리에서는 야외 가마터, 점토 채굴터, 곡식과 토기 저장용 구덩이 유구 100여기가 확인되었다. 밀폐 가마를 갖춘 시설은 아니었지만 토기를 전문적으로 제작했던 양상을 살필 수 있다. 제품화되고 대량 생산된 토기는 유통을 전제로 하는 만큼 탐라 후기에 이르면 소비를 위한 토기의 상업적 거래가 이루어졌다는 걸 짐작하게 만든다. 이 시기엔 회색토기도 섬 밖에서 많은 양이 수입되어 쓰인다. 한반도와 활발했던 교류를 증거하듯 탐라 출토 회색 토기는 마한계 토기에서 통일신라까지 다양하다.

국립제주박물관이 3세기부터 12세기 초반까지 약 1000년간 존재했던 '탐라(耽羅)'를 불러냈다. 박물관은 상설전시실에서 탐라를 조명해왔지만 특별전을 통해 탐라의 등장과 전개, 교류를 들여다본 건 이번이 처음이다.

용천동굴 유적에서 나온 병.

지난 19일 막이 오른 특별전에는 그동안 제주에서 진행된 발굴 작업에서 건져올린 부장품, 토기, 생활 도구 등 400여점이 나왔다. 용담동 무덤 유적과 비슷한 시기에 존재했던 다른 지역의 유물도 나란히 전시해 비교할 수 있도록 했다. 병, 항아리 등 8세기 쯤 형성된 것으로 보이는 용천동굴 유적 출토품도 일부 공개했다. 탐라 이전 주호와 교류했던 경남 사천 늑도 출토 대형항아리도 발길을 붙잡는다. 이 항아리엔 토기 태토에 현무암제 검은 사립이 다량 함유되어 있었다.

외도동 유적 마한토기.

박물관은 특별전에 맞춰 탐라의 탐라건국신화에서 탐라의 교역품까지 약 300쪽 분량으로 자료집을 묶어냈다. 이번 특별전을 통해 옛 문헌에 단편적인 기록으로만 전해오고 왕처럼 지배자의 실체가 드러나는 유적이 없는 탐라의 '한계'를 뛰어넘을 수 있을까. 섬 밖의 지역과 통했던 흔적이 곳곳에서 나타난다는 점에서 '섬 나라' 탐라는 분명히 있었지만 그곳이 과연 어떤 사회였는지는 여전히 궁금증을 남긴다.

전시는 11월 4일까지 계속된다. 이 기간에는 전시 연계 체험, 유적지 현장 답사, 강연, 갤러리 토크 등이 잇따른다. 문의 064)720-8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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