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춘옥의 하루를 시작하며] 축산분뇨, 악취도 돈이 될까

[고춘옥의 하루를 시작하며] 축산분뇨, 악취도 돈이 될까
  • 입력 : 2018. 09.19(수) 00:00
  • 김현석 기자 ik012@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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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해 여름 축사에서 먹는 수박의 맛은 유달리 시원하고 달콤했다. 축사 안은 볏짚을 깔아놓아 냄새가 나봐야 잘 발효된 보이차 향기 정도랄까, 아직 채 자라지 않은 소 한 마리가 울밖으로 고개를 빼꼼 내밀고 수박을 쳐다보더니 입맛을 다시며 음머 소리 낸다. 소의 눈망울은 맑고 유순했으며 부드러운 황갈색 털에서는 윤기가 자르르 흘렀다. 축사 한 켠에 놓인 쉰 말지기 통 안에는 농작물에 뿌려질 막걸리가 구수하게 익어가고 있었다. 제주도는 '볏짚, 콩깍지 같은 농업 부산물들이나 두부 비지 등을 사료로 활용해 가축을 키우고, 가축분뇨로 지역의 밭농사 퇴비로 활용하는 전통방식으로 유기적인 지역순환 고리를 완성하는 지역순환농업 즉 경축(耕畜) 농업으로 가야 한다'는 한울공동체 백경호이사네 집 축사에서였다.

언론자료에 의하면, 축산 선진국의 경우 '가축분뇨는 자원'이라는 인식을 가지고 있다고들 한다. 네덜란드의 경우, 대부분 자동화시스템을 이용하고 있는데 특히 축산분뇨 처리 전문회사 '요즈'의 자동화설비의 개발을 통해 축사설계와 건축뿐만 아니라 사료공급과 환기시스템 등, 다양한 분야를 취급해서 세계 각국에 축산분뇨처리기술을 수출한다. 특히 가정용 청소기처럼 생긴 '분뇨처리 로봇'은 매우 인기가 높다. 이로 인해 소 백 마리를 키우는 1인 농장도 생기고, 고병원성 AI도 방지 가능하다고 한다. 로봇이 가축을 키우는 세상, 우리에게도 멀지 않은 꿈만 같은 이야기다.

독일 복스베르그 양돈지역청은 과거 생산성 향상이라는 경제논리에 치우쳤다면 지금은 사육동물에 대한 보호와 친환경 축산을 핵심으로 삼는다. 그중 축산분뇨의 재활용 방안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축산분뇨에는 질소(N). 삼산화인(P203). 산화칼륨(K20). 산화칼슘(CaO) 등 각종 미네랄이 풍부하게 포함돼 있다는 이유에서다. 또한 일본의 원전사고 이후 탈원전화를 선언한 독일 정부는 축산분뇨를 활용한 바이오가스 기술 개발과 보급에도 힘을 들인다. 바이오 가스는 순수 분뇨만으로는 1t당 1㎥를 생산할 수 있지만 옥수수와 분뇨를 7대 3으로 섞으면 200㎥를, 음식물과 분뇨를 함께 섞어 사용할 경우 1t당 300㎥로 큰 에너지 발생 효율을 낼 수 있다고 한다. 여기서는 우리와 달리 음식물쓰레기도 소중한 에너지자원이다.

제주의 경우처럼 축산분뇨로 인해 식수원 오염문제까지 심각하게 대두되었던 스위스 칸톤주 지역. 가축의 배설물들은 축사 바닥에 난 구멍을 통해 분뇨 저장시설로 빠져나가 자체 발효된다. 그 다음 밭 사이로 연결된 파이퍼 라인을 통해 바로 뿌릴 수 있도록 노즐을 통해 땅속으로 분뇨를 침투시키는 구조를 갖추어서 악취 등은 전혀 발생하지 않는다고 한다.

제주도는 이제서야 축산분뇨악취관리센터를 마련했다. 센터가 축산분뇨악취에 관련된 모든 역할을 할 거라는데 눈 밝은 독자가 볼 때, 아직은 시작이라는 핑계를 댄다해도 선진축산국의 그것처럼 보다 구체적인 내용이 보이지 않는다. 여전히 연구용역 탁상이론이 대부분이다. 올바른 행정의 역할은 이론주입이 아니다. 지역주민에 대한 감시와 처벌이 아닌 공유와 합의에 의한 실천이다. 섣불리 선진 세계화를 부르짖기 전에 실질적인 설비투자를 제대로 해서 중앙 관제탑 기능을 철저히 수행하는 제주지역공유경제의 플랫폼에 마땅히 제주도가 서 있어야 할 것이다. 그 자리가 딱이다.

<고춘옥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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