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기상변화에 부응 못하는 재해예방사업

[사설] 기상변화에 부응 못하는 재해예방사업
  • 입력 : 2018. 09.19(수) 00:00
  • 편집부기자 hl@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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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이 기상변화에 한발 앞서는 대책을 세우더라도 재해를 막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하물며 재해에 대비하는 행정이 기상변화에 뒤쳐진다면 어떻게 될지는 뻔하다. 집중호우나 태풍이 덮칠 경우 소잃고 외양간 고치는 일이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실제 매년 막대한 예산을 들여 추진하는 침수예방사업도 강우빈도를 낮게 잡으면서 집중호우 때 제대로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제주에서 시간당 100㎜ 안팎의 국지성 집중호우가 내리는 날이 부쩍 늘었다. 기상청에 따르면 이달 1일과 13일 서귀포시 지역의 일 강수량은 각각 191.0㎜, 199.1㎜를 기록했다. 비공식 기록이지만 지난 13일 남원읍 신례리 자동관측장비로 관측된 일 강수량은 323.0㎜다. 이는 공식적인 도내 일 최고 강수량인 2007년 9월 16일 420.0㎜(제주시), 1995년 7월 2일 365.5㎜(서귀포시) 다음으로 많은 양이다. 이달 1일 오후 서귀포시에선 시간당 120.7㎜의 강수량을 기록, 도내 관측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2000년 이후 시간당 강수량이 100.0㎜ 넘은 날은 2016년 10월 5일 116.7㎜(서귀포), 2004년 8월 22일 100.5㎜(성산) 등이다. 시간당 80~90㎜ 안팎의 비는 수시로 내린다. 최근에는 짧은 시간에 비가 집중적으로 퍼부으면서 더욱 피해를 키우고 있다.

이처럼 집중호우 발생 빈도가 증가하고 있지만 침수예방사업의 설계기준은 매우 낮다. 농경지와 주택 침수를 막기 위한 배수개선사업이나 침수·붕괴 예방을 위한 재해위험지구정비사업은 20년 강우빈도로 설계됐다. 서귀포시 지역에서 현재 진행중인 예래재해위험개선지구는 시간당 90㎜의 비를 견디도록 설계되고 있다. 또 대정읍 인성2리와 동일2리의 배수개선사업은 각각 시간당 57.7㎜, 일 255.0~251.8㎜의 비를 견딜 수 있는 규모다. 표선 배수개선사업은 일 331.8㎜, 시간강 76.0㎜의 강우빈도로 설계됐다. 사업비 전액이 국비로 투입되는 배수개선사업은 전국적으로 20년 강우빈도가 적용돼 실효성 논란이 일고 있다.

국지성 호우만의 문제가 아니다. 특히 제주는 태풍의 길목이어서 자연재해에 결코 안심할 수 없는 지역이다.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후변화로 태풍의 위력이 갈수록 강해지고 있다. 엊그제 필리핀·홍콩·중국을 강타한 슈퍼태풍 '망쿳'만 봐도 알 수 있을 것이다. 강력한 바람과 폭우로 많은 인명과 재산 피해가 속출했다. 가뜩이나 매년 강한 태풍이 빈발하고 국지성 호우가 잦은만큼 이에 걸맞는 대책이 나와야 한다. 50년 강우빈도에서 100년으로 대폭 높인 하천정비사업처럼 방재 인프라의 설계기준을 한층 강화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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