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제구실 못하는 저류지, 총체적 진단 필요

[사설] 제구실 못하는 저류지, 총체적 진단 필요
  • 입력 : 2018. 09.18(화) 00:00
  • 편집부기자 hl@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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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류지는 빗물을 일시적으로 모아두는 거대한 빗물 저장소이다. 단순히 빗물을 저장하는 곳이 아니다. 집중호우나 홍수시 침수를 방지하기 위한 시설이다. 그런 저류지가 정작 침수를 막는데 아무런 역할을 못한다면 어떻게 되겠는가. 지난주 제주 동부지역을 중심으로 국지성 호우가 쏟아져 곳곳에 침수피해가 발생하면서 일부 저류지가 도마위에 오르고 있다.

지난 13일 제주 전역에는 호우경보가 발효될 정도로 많은 비가 내렸다. 기상청에 따르면 12일부터 다음날 오후 4시까지 누적강수량은 국가태풍센터(남원읍 한남리) 339.5㎜, 성산 327.9㎜, 선흘 260.5㎜, 표선 257.5㎜, 송당 239.5㎜ 등 남동부지역을 위주로 폭우가 덮쳤다. 제주시에는 131.7㎜, 서귀포 182㎜의 강수량을 기록했다. 서부지역은 고산 46.9㎜, 한림 52㎜, 대정 39.5㎜로 상대적으로 강수량이 적었다. 서귀포시 표선면과 남원읍, 성산읍 등 남동부지역에는 시간당 최대 80㎜의 물폭탄이 쏟아졌다. 이 때문에 이 지역에는 50여가구가 침수됐으며, 과수원 등이 물에 잠기는 적잖은 피해를 입었다.

특히 이날 오후 1시를 전후해 표선면 달산봉 인근 도로에는 많은 빗물이 한꺼번에 밀려들어 운행중인 버스가 되돌아가는 사태까지 발생했다. 문제는 자연재해위험개선지구로 2014년 이 도로 윗쪽에 설치된 달산봉지구 저류지 2곳에는 빗물이 전혀 유입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지역구가 표선면으로 당시 현장을 찾았던 강연호 도의원은 "시간당 80㎜의 폭우가 내려 저류지 주변 도로가 하천을 방불케했는데도 저류지에는 빗물이 유입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강 의원은 "수십억원을 들여 저류지를 조성하면서 주변 환경도 고려하지 않고, 빗물 유입을 유도하는 시설도 만들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알다시피 저류지는 2007년 태풍 '나리'사태를 겪으면서 그 이듬해부터 제주도내 곳곳에 설치하기 시작했다. 하천변 14개소를 비롯 도로변 60개소, 자연재해위험개선지구 72개소, 배수개선정비사업 84개소, 도시·택지개발사업 8개소, 밭기반정비사업 5개소 등 모두 243개소에 이른다. 제주도는 지금까지 총 2974억원의 예산을 쏟아부었다. 그런데 침수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설치한 저류지가 제구실을 못했다면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가. 엉터리로 만든 것이나 다름없다. 그렇다면 이로 인해 발생한 지역주민의 침수피해는 마땅히 행정이 책임져야 한다. 행정이 제대로 하지 않아서 침수피해가 발생했는데도 나몰라라 한다면 말이 안된다. 비단 이번에 발생한 저류지뿐만 아니라 모든 저류지를 대상으로 설계나 시공의 문제 등 총체적인 진단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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