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당 80㎜ 물폭탄에도 저류지 바닥은 '텅텅'

시간당 80㎜ 물폭탄에도 저류지 바닥은 '텅텅'
표선면 달산봉지구 저류지 효과 전무
강연호 의원 "빗물 유입 시설도 없어"
제주도 "원인 파악 후 개선대책 마련"
도내 243개 저류지 설계 등 조사 시급
  • 입력 : 2018. 09.16(일) 17:41
  • 표성준기자 sjpyo@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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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3일 호우경보가 발효돼 시간당 최고 80㎜의 물폭탄이 쏟아지고 있었지만 자연재해위험개선지구인 달산봉지구 저류지는 빗물이 유입되지 않아 바닥이 텅 비어있다. 사진=강연호 도의원 제공

지난 2007년 태풍 '나리' 당시 집중 호우로 큰 침수 피해를 입은 이후 이를 예방하기 위해 제주도 곳곳에 설치한 저류지 중 일부가 아예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3일 제주지역에는 호우경보가 발효돼 특히 서귀포시 표선면과 남원읍, 성산읍 등 제주 남동부지역에는 시간당 최대 80㎜의 강한 폭우가 쏟아졌다. 이 때문에 이 지역에는 50여가구가 침수됐으며, 운행 중인 차량들이 갑자기 불어난 물에 고립돼 119가 출동하는 소동이 빚어졌다.

 특히 이날 오후 1시를 전후해 표선면 표선리 달산봉 인근 도로에서는 많은 빗물이 도로에 한꺼번에 밀려들어 운행 중인 버스가 되돌아가야 하는 사태도 발생했다. 문제는 지난 2014년 이 도로 윗쪽에 설치된 자연재해위험개선지구 저류지(달산봉지구 저류지 2곳)에는 빗물이 전혀 유입되지 않아 저류지 설치 효과를 보지 못했다는 점이다.

 당시 현장을 찾은 강연호 의원(무소속, 서귀포시 표선면)은 "시간당 80㎜의 폭우가 내려 저류지 주변 도로가 하천을 방불케해 버스 운행이 중지될 정도였는데도 정작 저류지에는 빗물이 유입되지 않았다"며 "수십억원을 들여 수천평의 사유지를 매입해 저류지를 조성하면서 주변 환경을 고려하지도 않고, 빗물 유입을 유도하는 시설도 만들지 않았다. 한심스럽다"고 지적했다.

 제주도는 지난 2008년부터 지금까지 총 2974억5000만원을 투입해 하천저류지 14개소, 도로변 저류지 60개소, 자연재해위험개선지구 저류지 72개소, 배수개선정비사업 저류지 84개소, 도시·택지개발사업 저류지 8개소, 밭기반정비사업 저류지 5개소를 포함해 모두 243개소에 저류지를 설치했다.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지난달 23일 태풍 '솔릭' 내습 때 열린 문재인 대통령 주재 중앙대책본부 점검 화상회의에서 제주지역 태풍 피해 상황을 보고하면서 하천 범람 예방에 효과가 있다며 저류지 확대·보완을 지원해달라고 건의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이양문 제주도 도시건설국장은 "행정시와 함께 현장을 조사해서 저류지 설계와 시공에 문제가 있는지, 위치는 적합한지 등 원인을 파악해 조속히 개선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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