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 '승정원일기 제주기사(현종대)'

[이 책] '승정원일기 제주기사(현종대)'
"제주목사 청렴 근면한 자 선임해야"
  • 입력 : 2018. 09.06(목) 20:00
  • 진선희 기자 sunny@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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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정원일기 제주기사는 조선후기 제주의 주요 역사적 사실을 이해할 수 있는 1차 사료다. 사진은 제주목관아 전경. /사진=한라일보DB

왕조실록보다 제주기사 10배
상피제 적용 제주도 예외 없어

산닥나무 진상품 물목 첫 확인

"사헌부에서 아뢰기를, '대정현감 유옥과 정의현감 김여한은 모두 본도 해읍(海邑)에 거주하는 사람인데, 동시에 이 섬 안으로 부임 받았으니 세상 논의가 모두 부당하다고 여기고 있습니다. 청컨대 대정현감 유옥과 정의현감 김여한을 모두 다른 사람으로 갈아 임명할 것을 명하십시오.'라고 하였다."

1665년(현종 6) 6월 10일 '승정원일기'의 한 대목이다. '옛것을 익혀 새것을 안다'(溫故知新)고 했던가. 350여년 전 기록을 들여다봤더니 제주 출신은 제주 수령에 임명할 수 없다는 상피제 규정이 적용되고 있었다. 이는 조선시대 모든 지역에서 이루어졌던 관리 임명의 원칙이었는데 제주도 예외가 아니었다.

'승정원일기'를 보면 제주목사는 '멀리 바다 너머에 있는 제주라는 고을이 물산이 매우 많아 평소에 이익이 되는 소굴'이어서 청렴 근면한 자를 선임하도록 했다. 제주목사와 제주판관은 문무관을 서로 엇갈려 임명해야 한다는 규정도 뒀다. 목사나 판관 중 한 사람은 문관으로 임명해야 한다는 말로 제주의 학문 권장과 더불어 소과 시행을 주관할 책임자 선임에 따른 거였다.

국보이자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인 '승정원일기'는 조선시대 왕명 출납을 담당하던 승정원의 일기체 기록을 일컫는다. 국왕의 동정과 국정 운영의 실상을 구체적으로 묘사해놓은 기록으로 정치의 주요 현안 자료나 지방에서 올린 상소문을 원문 그대로 수록한 1차 사료다.

제주학연구센터가 2016년부터 '승정원일기' 제주기사를 수집해 한문 원문, 한글 번역, 주석까지 보충한 역주 사업을 진행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지난해 효종대 제주기사 발간에 이어 올해는 두번째 작업으로 현종대(1659~1674) 제주기사가 묶였다. '승정원일기' 현종대 제주기사는 모두 합쳐 330건으로 같은 시기 '조선왕조실록'보다 그 수가 10배 가량 많았다.

그만큼 제주 역사를 풍부하게 다루고 있고 새롭게 드러난 내용도 보인다. 1673년 2월 19일 기사엔 제주목사가 당상관 정3품으로 임명된 사실이 쓰여있다. 당상관은 왕과 함께 국가의 주요 정책을 논의하고 결정하는 최고 관직이었다. 1672년 윤 7월 14일 기사에는 한지 재료인 왜저(산닥나무)가 제주 진상품 물목으로 처음 확인된다.

역자 중 한 명인 홍기표 제주도문화재위원은 "왕대별 지속적인 역주 작업이 마무리되면 제주 역사 연구에 획기적인 전기가 마련되리라 판단된다"며 "지금까지 알려지지 않았던 제주 관련 다양한 사실들이 '승정원일기' 제주 기사를 통해 제공될 것"이라고 했다. 비매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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