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이방인이 또 다른 이방인에게 정주를 묻다

제주 이방인이 또 다른 이방인에게 정주를 묻다
신예선 개인전 '한림 켈틱 소환' 내달 3일까지 스페이스 예나르
우연적이고 취약한 건축공간들… 예멘 난민 등에 작가 입장 대입
  • 입력 : 2018. 09.05(수) 18:41
  • 진선희기자 sunny@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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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예선의 '국가란 무엇인가'.

제주시 한림읍에 한림수직을 세우는 등 아일랜드 출신으로 제주에서 생을 마친 맥그린치 신부. 근래에 제주로 밀려들며 이슈가 되고 있는 예멘 난민. 서울 태생으로 제주에 머물며 작업을 이어가고 있는 신예선 작가에겐 시간적, 물리적으로 멀리 떨어져있는 그 둘의 존재가 달리 보이지 않는다. 낯선 땅에서 지역의 구성원으로 적응해야 하는 고단한 여정을 거쳤거나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그가 제주시 한경면 저지문화예술인마을 스페이스 예나르 갤러리에서 '한림 켈틱 소환'이란 이름으로 개인전을 열고 있다. 섬유미술을 전공하고 패션, 니트를 공부한 작가는 갖가지 재료를 이용해 정주를 향한 불안과 모호함을 보여준다.

전시장에는 다소 즉흥적이고 연극적으로 구성된 거대한 텐트와 구조물이 자리잡고 있다. 가느다란 골조 위에 에어팩과 박스테이프로 구조물을 만들고 또 다른 골조에는 아일랜드 니트를 덧씌웠다. 거꾸로 세워진 국기 깃대에는 호일담요가 담장을 만든다. 금빛의 반짝임은 어떤 종류의 힘과 권위를 상징하지만 그 반짝임은 싸구려처럼 느껴질 수도 있다.

쇼핑백에 사용되는 플라스틱인 폴리에틸렌, 넝쿨 줄기, 박스 테이프, 가발, 아일랜드 전통 편물인 아란 니트 같은 재료들이 재구성되면서 만들어지는 건축적인 공간들은 비영속적이고 우연적이면서 취약성을 드러낸다. 작가는 과거 아일랜드의 이방인에, 예멘 난민에 자신의 입장을 대입하며 정주적 결과를 찾아나서지만 흔들리는 모습을 은유해낸다.

전시는 10월 3일까지 계속된다. 생활소품 판매도 이루어진다. 문의 064)772-42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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