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스포츠 도박에 빠진 제주 청소년들

불법 스포츠 도박에 빠진 제주 청소년들
가입 쉽고 24시간 베팅 가능해 학생 사이 빠르게 확산
도박 자금 마련 위해 배달 아르바이트 나서기도
道교육청 "예방교육·상담사 파견·현황조사 등 진행중"
  • 입력 : 2018. 09.03(월) 17:09
  • 송은범기자 seb1119@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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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시에 사는 고등학생 A(18)군은 최근 경기 결과를 맞히면 배당금을 받는 불법 스포츠 도박을 하다 100만원이 넘는 금액을 잃었다. 평소 5만원 내외로 돈을 걸었지만 아시안게임 개최로 인해 스포츠 경기가 많이 열리자 도박의 횟수와 금액이 눈덩이처럼 불어난 것이다.

 A군은 "불법 스포츠 도박 사이트는 계좌번호와 휴대전화만 있으면 별 다른 인증 절차 없이 손 쉽게 가입할 수 있다"며 "축구부터 농구, 야구, 컴퓨터게임 등 돈을 걸 수 있는 종목도 다양한 데다 스마트폰으로도 베팅을 할 수 있어 사실상 24시간 동안 도박을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A군은 "도박자금은 부모님에게 받는 용돈이나 일주일에 2~3번 뛰는 배달 아르바이트로 충당하고 있다"며 "돈을 잃은 이후 '다시는 하지 않겠다'고 맹세하지만, 친한 친구들이 모두 빠져 있어 쉽게 벗어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B(18)군 역시 최근 불법 스포츠 도박에 빠졌다. SNS에 올라온 게시글을 통해 도박 사이트 주소를 알게됐고, 가입 절차나 도박 방법도 간단해 금방 익힐 수 있었기 때문이다.

 B군은 "농구 경기에서 첫 3점슛을 성공시키는 팀을 맞추는 도박으로 30만원을 따면서 빠지게 됐다"며 "스마트폰으로 베팅이 가능해 부모님은 내가 도박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꿈에도 모를 것"이라고 말했다.

 불법 스포츠 도박 문제가 청소년에게까지 확산되면서 당국의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제주도교육청에 따르면 지난 2016년 도내 중학교 43곳과 고등학교 28곳 학생 3만4005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사이버도박 설문 결과 불법도박 경험이 있는 학생은 응답자의 2.56%인 870명에 달했다.

 실제 3일 제주시 이도2동의 한 PC방을 갔더니 학생으로 보이는 4~5명이 한 자리에 모여 버젓이 불법 스포츠 도박 사이트를 보고 있었다. 학생들은 이날의 경기 일정을 서로 공유하며 돈을 베팅할 경기를 결정하는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청소년 도박이 만연하면서 교육당국도 비상이 걸렸다. 각 학교 선생님들에게 '도박 안내서'를 배포해 도박 수법을 인지시키는 한편 지난해 12월부터는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와 함께 예방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제주도교육청 관계자는 "현재 제주 청소년 도박 문제가 어떤 상황인지 실태조사를 진행하고 있다"며 "아울러 올 상반기 도내 중·고등학생 4500명을 대상으로 예방 교육을 완료했고, 상담사 파견과 연극 등 도박 확산 방지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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