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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한부 예술가의 격렬한 '인생찬가'
사이먼 피츠모리스의 '어둠이 오기 전에'
백금탁 기자 haru@ihalla.com
입력 : 2018. 08.31.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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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으로 써내려 간 삶의 애착 영혼담은 용기·사랑 메시지


"나는 이방인이다. 당신과는 다른, 당신 사이에 섞여 있지만, 다르다. 당신과 나는 같지 않다. 같다고 할수록 내겐 고통만이 남는다. 그럼에도 나는 여기에 있다. 당신과 다르면서도 나는 같다. 나는 당신처럼 살아 있다. 하지만 나는 안다. 당신에게 나는 이방인이다."

루게릭병인 운동뉴런증으로 4년 시한부 선고를 받은 젊은 예술가 사이먼 피츠모리스의 말이다. 서서히 굳어가는 몸으로 삶과 죽음의 경계를 오가며 완성한 '어둠이 오기 전에'. 저자는 죽음의 문턱에서도 잃지 않는 삶에 대한 용기와 사랑의 메시지를 전한다. 한 사람의 남편으로, 다섯 아이의 아버지로, 영화를 사랑하는 예술인으로서 그 누구보다 뜨겁게 삶을 사랑했던 그의 마음을 '영혼의 필름' 속에 녹여낸다.

눈의 동공을 추적하는 기술 '아이게이즈'를 통해 써내려간 영혼의 문장들. 그가 앓고 있는 운동뉴런증은 움직일 수 있는 힘을 빼앗고, 그의 말을 빼앗고, 스스로 호흡할 수 조차도 없게 만든다. 그 평범했던 생활과 친숙했던 세계와 사람들과의 결별을 강요하는 시간 앞에서 저자는 담담하면서도 더욱 삶에 대한 애착으로 '어둠이 오기 전에' 회고록처럼 써내려 간다.

아일랜드 출신의 촉망받던 신예 예술가 사이먼 피츠모리스의 대학 졸업작품 단편영화 '풀 서클'은 제48회 코크국제영화제를 비롯한 다수의 영화제에서 수상했다. 두번째 작품 '세상 사람들' 역시 선댄스영화제 초청작으로 선정되는 등 다양한 영화제에서 주목을 받았다.

그러던 어느 날, 그의 행복한 인생은 루게릭병 진단으로 산산이 조각난다. 몸이 서서히 굳어 스스로 호흡조차 할 수 없게 돼 죽음에 이르는 그 절망과 슬픔, 고통과 분노의 나날 속에서도 저자는 진지하고, 재미있고, 가슴 아프면서도 뭉클한, 강력하고 감동적인 삶을 살아간다.

이 책은 출간 직후 아일랜드의 베스트셀러가 됐다. 이후 동명의 제목으로 영화로 만들어졌다. 이 영화는 2017년 선댄스영화제, 에든버러국제영화제, EBS 국제다큐영화제에서 조명을 받으며 전 세계 사람들에게 알려졌다. 사이먼 피츠모리스의 삶에 대한 놀라운 이야기는 커다란 감동과 울림을 전했다.

그의 삶은 엄청난 재해를 뚫고 나온 것처럼 처참하고 참혹하다. '창백하고 하얀 낯빛의 유령들'처럼 그와 아내, 그 가족들은 절망과 희망의 사이를 초 단위로 오가며 서로를 의지한다. 하지만 그는 죽음이 언제 자신을 덮칠지 알 수 없는 현실을 담담히 인정하고, 그 어둠이 오기 전까지는 계속 살아가야 할 수밖에 없다. 살아 있다는 지금 이 순간, 그 소중함을 저자는 잊지 않는다. 지난해 생을 마감한 그는 비극의 주인공이 아니기 때문이다. 흐름출판, 1만2000원. 백금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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