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년의 기다림, 2박 3일의 짧은 만남

70년의 기다림, 2박 3일의 짧은 만남
이산가족 상봉에서 북쪽 동생 만나고
제주로 돌아온 100살 강정옥 할머니
"건강하게 오래 살아 동생 꼭 만날 것"
  • 입력 : 2018. 08.30(목) 16:41
  • 송은범기자 seb1119@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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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정옥(100) 할머니가 제주시 애월읍 납읍리 자택에서 딸 조영자(65)씨와 함께 북에 있는 동생 강정화(85)씨 사진을 들고 있다. 송은범기자

"어린 시절 정화랑 집에 삶아 놓은 감자를 동네 아이들에게 전부 나눠줘서 부모님이 '누가 이랬냐'고 버럭 화를 냈어요. 그게 제일 기억에 남아요."

 제주시 애월읍 납읍리 자택에서 만난 강정옥(100) 할머니는 70년 전 여동생과의 기억을 또렷히 기억하고 있었다. 강 할머니는 지난 24일부터 26일까지 금강산 이산가족 면회소에서 2박 3일간 동생 강정화(85)씨와 70년 만에 해후했다.

 이번에 상봉한 강씨자매는 1948년 강정화씨가 육지에 있는 방직공장 취직을 하면서 헤어졌다. 육지로 올라간 이후 강정화씨는 제주에 편지를 보내 자신의 소식을 전하려 했지만, 당시 4·3의 광풍이 몰아닥쳐 제대로 전해지지 않았고, 이후에는 6·25전쟁이 터져 아예 연락이 끊어져 버린 것이다.

 이후 강정화씨는 북으로 올라가게 됐고 결혼까지 하면서 북에 터를 잡게 됐다. 강 할머니에게 동생과 만난 소감을 물었다.

 "예전 얼굴이 남아 있어서 보자마자 정화인 것을 알았어요. 어찌나 반갑던지 눈물 밖에 나오지 않았습니다. 동생은 남쪽에서 누가 오는 지 몰랐는데, 제가 온 것을 보니 깜짝 놀랐어요. 죽은 줄만 알았다네요."

 사실 강정옥 할머니는 김대중 정부 당시 동생을 찾기 위해 이산가족 신청을 했지만 번번이 고배를 마셨다. 그러다 올해 상봉에서 생각지도 않게 북쪽에 있는 동생에게 연락이 온 것이다.

 "어머니가 살아계실 때 정화 또래 아이만 보면 자꾸 '정화 닮은 아이를 봤다'며 그리워 하셨어요. 비록 어머니는 정화를 보지 못했지만, 저라도 죽기 전에 볼 수 있어 다행이었습니다."

 2박3일 간의 짧은 만남은 70년 만에 해후한 강씨 자매에게는 너무나 아쉬웠다. 그럼에도 강 할머니는 다시 볼 수 있다는 확신을 갖고 있었다.

 "건강하게 오래 살아서 정화를 또 만날 겁니다. 나의 사랑스러운 정화도 다시 만날 날을 기약하며 부디 건강히 지내길 바래요."

 한편 대한적십자사제주도지사는 강정옥 할머니가 혹시 겪을 수 있는 허탈감이나 상실감에 대비하기 위해 '심리사회적지지 전문가'를 투입해 상담을 실시하고,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강 할머니의 상태를 살필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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