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창우의 한라칼럼] 뜨거워지는 지구와 제주

[송창우의 한라칼럼] 뜨거워지는 지구와 제주
  • 입력 : 2018. 08.28(화) 00:00
  • 김현석 기자 ik012@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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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처럼 당연함에 대한 의문이 많이 들 때가 없는 듯하다. 농사를 짓는 사람들에게 가장 힘들다는 여름에 무더위가 찾아오는 것은 당연하다고 여긴다. 무더위를 피해 일하는 방법도 이미 익혀온 터다. 온갖 사물들이 어둠에서 빠져나오는 여명의 붉은 빛이 감돌 때부터 풀잎마다 투명한 은빛을 반짝이던 아침이슬이 떠오른 태양 열기로 완전히 말라버리는 시간까지 아침 일을 마무리한다. 저녁 일은 황혼이 깃들어가는 늦은 오후부터 풀과 나무, 밭의 이랑과 고랑으로 명징하게 구분되던 사물들이 어슴푸레하게 다시 하나로 뭉쳐지기 바로 전까지 선선할 때까지다.

허나 올해의 경우 아주 짧은 장마가 끝나자마자 섭씨 30도를 웃도는 열기는 아침이슬을 완전히 말리는 시간이 예년보다 훨씬 당겨졌고, 밤에도 가시지 않았다. 기상관측 이후 처음 있는 일이라고 한다. 뜨거워지는 지구 때문이라고 말들 했으나 그저 지구 반대편에서 아니면 우리와 동떨어진 먼 나라에서 일어나는 일이라고 여겨왔던 것이 우리 모두의 생각이었으리라. 대지를 타들어 가게 하며 많은 사람을 고통스럽게 하는 찜통더위는 가진 자와 갖지 못한 사람으로 극명하게 나눴고, 밖에서 일해야만 살아가는 노동자, 농민을 더욱 힘들게 했다. 이들에게 물을 많이 마시고, 그늘에서 충분한 휴식을 취하며 일해야 한다는 수년 전부터 여름이면 해온 이야기가 고작이었다. 어쩔 수 없이 밖에 일을 해야 하는 사람들에게 이 반듯한(?) 말이 무슨 소용이 있을까.

하루가 멀다 하고 점점 뜨거워지는 지구는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를 변화시키고 있는 것이다. 공기와 물, 바다처럼 인간뿐만 아니라 모든 생물에게 불가분의 관계를 가진 것들은 우리의 모두의 것이라고 하지만 나의 것이 아니어서 아무렇게나 해온 결과다. 과학자들에 따르면 배출된 이산화탄소량의 30%를 감당하던 육상식물들이 계속 사라지고 있고, 무한정 받아들이면서 온실가스로 인한 열기를 90% 이상 흡수하고 있는 바다에는 온갖 쓰레기가 넘쳐나면서 지구의 인내심도 한계를 드러내기 시작한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50년 넘게 자란 커다란 나무가 있어서 아름답다고 하는 도로를 4차선으로 만든다며 나무들을 잘라내는가 하면 택지를 개발한다며 나무와 풀이 자라는 숲을 없애고 해안을 마구 파헤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이러한 행위들이 근본적으로 지구를 병들게 하는 것이다. 무더기로 베어진 아름드리나무들이 썩거나 태워지면서 그동안 이들이 흡수해왔던 이산화탄소를 다시 우리가 살고 있는 공간으로 배출하면서 지구가 더워지고 있는 것이다. 땅속으로 스며드는 축산폐수, 밭에 뿌려지는 농약과 비료가 비가 오면 토양에 스며들어 지하수를 오염시키고 바다로 흘러들며 바다를 더욱 지치게 한다.

제주가 얼마나 크기에 지구온난화에 영향을 줄 것인가 하는 의문도 있다. 그러나 지구 전체로 보면 좁쌀만큼도 하지 않는 작은 섬에 불과하지만 최근 느림보처럼 제주 부근에 머물다가 북상한 제19호 태풍 '솔릭'을 보더라도 결코 그렇게 볼 일도 아닌 것 같다. 한라산이 우뚝 솟은 제주에 태풍이 상륙하면 바다에서 키워온 에너지를 어느 정도 흡수해 육지의 피해를 줄이고 있는 것이다. 만일 제주라는 조그만 섬이 없이 한반도로 관통한다면 어떻게 될까. 이처럼 제주는 작지만 지구의 온난화를 부추길 수도, 억제할 수도 있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100년을 살아야 우리 후손들이 살아갈 100년 뒤를 알 수 있는 것이 아니지 않을까. <송창우 농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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