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보배의 현장시선] 여전히 청년들이 떠나는 제주

[강보배의 현장시선] 여전히 청년들이 떠나는 제주
  • 입력 : 2018. 08.24(금) 00:00
  • 김현석 기자 ik012@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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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하반기 인사가 이뤄지면 본격적인 민선 7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이중 가장 큰 변화가 일어난 분야 중 하나가 청년이다. 기존에는 도청 내 1개팀이 청년정책을 담당했으나, 앞으로는 기획조정실에 청년정책담당관이 신설돼 과 단위로 승격됐으며, 그 밑으로 4개 팀이 운영될 예정이다. 팀의 규모만 생각해도 4배가 커진 것이고, 정책적 위치도 평생교육의 한 영역에서 종합적 관점으로 바뀐 것이다.

제주도 청년정책은 대부분 일자리 정책이나 교육 정책에 그쳐왔다. 2016년 6월 청년기본조례가 제정되면서 종합적 관점으로 청년정책을 펼쳐야 한다는 이야기는 확대돼 왔지만 실질적인 조직이나 예산을 들여다보면 그 한계가 명확해 보였다. 그러나 이번 개편으로 본격적인 종합적 청년정책이 펼쳐질 기반이 형성된 것이다.

혹자는 제주의 낮은 청년실업률과 청년인구 증가를 이야기하며, 다른 지역처럼 청년들이 빠져나가거나 일자리가 없는 것도 아닌데 왜 청년정책을 이렇게 중요하게 다뤄야 하는지를 문제제기한다. 그러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제주의 상황이 녹록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제주는 섬이라는 지역적 특성 때문에 청년층 인구 유출이 큰 골칫거리 중 하나였다. 10년 전인 2007년엔 청년층 인구(19~34세) 2325명이 유출되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제주 이주열풍이 불면서 2012년엔 청년층 순이동 인구가 216명으로 유입으로 돌아섰고, 계속해 유입이 늘어 이제 2500여명 정도가 들어오고 있다. 하지만 이 속에 가려진 사실이 있다. 바로 2012년까지는 감소하던 청년층 전출인구 2013년부터 꾸준하게 늘고 있다는 것이다. 청년층 전출인구는 2013년 2만3890명, 2014년 2만3987명, 2015년 2만4957명, 2016년 2만6803명, 2017년 2만6983명을 기록했다. 이 같은 결과는 제주출신 청년들이 꾸준히 육지로 나가고 있었음은 물론 제주로 이주해온 청년들도 나가기 시작했다는 것을 유추할 수 있다.

지난해 4월부터 제주도내 청년 1000명을 대상으로 벌인 '제주 청년 종합 실태조사'에서 제주에 살고 싶은 생각에 대해 조사한 결과, 나은 곳으로 갈 수 있다면 이사할 것이다는 응답이 28.4%, 여건이나 상황이 된다면 언제라도 이사할 것이다는 응답이 17.6%로 떠나고 싶다는 응답이 전체 응답의 46%를 차지했다. 여전히 청년들은 2명 중 1명이 제주를 떠나고 싶어 하고 있다는 것이다.

살기 싫은 이유에 대해서는 '더 나은 일자리를 위해'와 '더 나은 여가·문화생활을 위해'가 각 21.9%로 공동 1위를 차지했으며, '더 나은 교육·훈련기회를 위해'가 16.8%로 나타났다. 일자리가 중요한 문제이나 훨씬 더 다양한 요인들이 청년들이 제주를 떠나는데 영향을 미치고 있음이 드러난다. 이는 제주 청년들의 삶이 생각보다 녹녹치 않고, 제주의 지속가능한 사회를 위해선 청년들에게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것을 말하고 있다. 또한 청년 문제가 일자리만으로 해결될 것이 아니라 다양한 영역에서 고민돼야 한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제주는 짧은 시간동안 높은 경제적 성장을 이뤄냈지만 제주를 살아가는 청년들은 여전히 제주를 떠나고 싶어 하고 있고, 또 떠나고 있다. 제주를 살아왔던 청년들이, 제주가 좋아 내려왔던 청년들이 다시 제주를 떠나게 됐다는 것은 그저 인구가 줄었다는 의미 그 이상을 가질 것이다. 이번 개편을 바탕으로 제주도가 청년의 삶을 더욱 들여다보고, 제주를 살아가는 청년들이 행복해 질 수 있도록 힘써주길 기대한다. <강보배 전국청년정책네트워크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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