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섬 품었던 '1인극 거장' 심우성 선생 별세

제주섬 품었던 '1인극 거장' 심우성 선생 별세
2009년 제주 델픽서 '탐라의 노래' 공연… 4·3 다룬 1인극도 창작
제주에서 평생 모은 탈·인형·악기 등 전시할 박물관 꿈꿨지만 무산
  • 입력 : 2018. 08.23(목) 23:46
  • 진선희기자 sunny@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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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제주 델픽대회 무렵의 심우성 선생. 사진=연합뉴스

"대학 2학년 혈기왕성하던 시절, 대학로 소극장. 아무런 말도 없이 그의 손 아래 인형의 놀림과 펄럭이는 깃발, 무엇보다 그의 얼굴이 무언이 얼마나 큰 소리를 낼 수 있는지 웅변하고 있었다. 그 살벌한 시대에 그 분은 몸과 인형으로 거대한 담론을 춤추고 있었다."

그 분은 '1인극의 거장'으로 불리는 민속학자 심우성 선생을 말한다. 탈춤패 제주두루나눔을 지도해온 심규호 제주국제대 석좌교수는 선생의 부음에 '슬픔과 그리움의 정을 어쩌지 못하여' 이같은 내용의 글을 띄웠다.

한국민속극연구소장, 아시아 1인극협회 대표를 지낸 심우성 선생이 23일 오후 숙환으로 별세했다. 향년 84.

충남 공주 출신의 고인은 꽹과리, 장구, 북, 징으로 연주하는 민속놀이에 '사물놀이'라는 이름을 붙인 인물이다. 1996년에는 젊은 시절 수집한 탈, 인형, 민속 악기 등 1000여점을 바탕으로 공주민속극박물관을 지어 초대 관장을 역임했다. 문화재청 전문위원, 문화재위원회 부위원장 등을 지냈고 '남사당패 연구', '한국의 민속극', '우리나라 민속놀이' 등의 저서가 있다.

선생은 제주와 인연이 있다. 2009년 제주에서 열린 제3회 제주세계델픽대회에서 제주 민요 오돌또기 등을 등장시킨 1인극 '탐라의 노래'를 창작해 선보였고 같은 해 일본 도쿄와 오사카에서 제주4·3을 소재로 분단의 아픔과 통일의 염원을 담아낸 1인극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4·3의 고개를 넘어간다'를 공연했다.

2011년에는 제주지역 출판사인 도서출판 각에서 칠머리당영등굿 등을 다룬 '굿·춤·소리를 찾아서'를 묶어냈다. 지난해 제주작가회의가 펴내는 '제주작가' 여름호를 통해선 '북 이야기'란 이름으로 제주 안사인 심방의 흔적이 남아있는 북과 북채, 북틀을 소개했다.

하지만 고인은 한때 둥지를 틀었던 제주에서 아픔도 겪었다. 평생 모은 탈, 인형, 악기, 석물 등 민속문화 유물을 제주도에 기증하기로 하고 박물관 설립을 요청했지만 성사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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