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일보 30년 제주 30년] (19)도감

[한라일보 30년 제주 30년] (19)도감
결혼식·장례식서 총괄자 역할
  • 입력 : 2018. 08.23(목) 20:00
  • 홍희선 기자 hshong@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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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강희만기자

얇게 썬 고기 석점에 ‘수애’ 한 점
남자의 일에서 여자의 일로 변화

돼지고기 석 점에 수애(순대) 한 점을 올려 완성하는 고기반. 과거 제주의 결혼식, 장례식에 온 손님에게 대접하는 주 음식이 돼지고기였기 때문에 이것을 담당하는 '도감'의 역할은 행사 총괄자나 마찬가지였다. 따라서 돼지고기가 귀하던 시절의 혼주나 상주는 도감의 눈치를 살피면서 고깃반을 얻었다.

도감은 행사를 시작하며 돼지를 추렴하고 부위별로 해체한 고기를 가마솥에 물과 함께 잠기도록 넣어 장작불로 푹 삶아낸다. 삶은 돼지고기를 충분히 식혀 한 점 씩 썰어내 접시에 올리고 수애 한 점을 올리면 고기반을 완성해 낸다.

뿐만 아니라 도감은 돼지 한 마리로 치러야 하는 손님이 많고 적음을 고려해 모자르지 않게 고깃반을 준비해야했다. 숙련된 도감은 손님의 수에 따라 고기 한 점 당 두께를 요령껏 조절하며 돼지 한 마리로 100~200개의 고깃반을 만들어 냈다. 고깃반은 써는 방법도 특이하다. 수육처럼 수직으로 썰지 않고 비스듬히 포를 뜨듯이 썰어 얇지만 고기의 면적이 넓게 보이도록 했다. 비록 세 점의 고기지만 접시에 담았을 땐 제법 풍성해 보이는 비밀이다.

돼지 잡는 사람, 도감, 고깃반을 나눠주는 사람이 분리됐다. 또한 도감을 보조하는 젖도감·짝도감이 도감이 고기를 썰면 젖도감은 접시에 고기를 담았는데, 주로 친척이 젖도감의 역할을 맡아서 했다. 젖도감은 고깃반을 나눠주는 사람에게 직접 갖다 주었다.

과거에는 행사음식의 주 재료가 돼지였고 추렴 과정이 어렵고 힘들어 도감은 주로 남자가 맡아왔다. 오늘날은 삶은 돼지고기 마련이 쉬워지고 전문적인 도감이 없어진데다가 남자들이 사회생활을 하면서 일손이 부족해져 점차 여자들도 도감에 관여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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