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문예회관 30년 외적성장 맞춰 기획인력 보강해야

제주문예회관 30년 외적성장 맞춰 기획인력 보강해야
[8월 25일 제주도문예회관 30주년] 성과와 과제
  • 입력 : 2018. 08.23(목) 00:00
  • 진선희 기자 sunny@ihalla.com
  • 글자크기
  • 글자크기
서울예술의전당과 같은해 조성
도립무용단 전용 극장 등 기능
전시실 3개에 최신 공연장 시설
공간 운영할 기획팀 가동 필요


제주지역 문화공간의 '맏언니'격인 문예회관이 낼모레면 서른 살을 맞는다. 30년의 긴 세월동안 문예회관이 제주지역 문화계에 끼친 영향은 지대하다. 문예회관 개관을 두고 당시 지역 문화계에서는 '제주도향토예술문화사의 획기적인 한 해'라는 평가까지 나왔다. 같은 해 서울예술의전당이 조성된 일을 제외하면 전국적으로 문예회관이 드문 때였다. 더욱이 변변한 공연장, 전시실 하나 없던 제주에서 문예회관은 그 등장만으로 지역 문화계에 가슴 벅찬 일이었다.

▶한때 '꿈의 무대'로 대관일 꾸준한 증가=지난 30년간 문예회관은 외적 성장을 거듭했다. 최신 시설로 리모델링을 거듭해온 대극장과 소극장은 꾸준히 대관일수(공연일수)와 가동률을 높여왔고 관람객수도 그만큼 증가했다. 전시실도 마찬가지다. 하나만 있던 전시실은 2전시실, 3전시실까지 3개로 늘어났다. 1989년 대관일수가 219일이었던 전시실은 지난해의 경우 2전시실 기준으로 332일에 달했다.

초창기 문예회관 대극장과 전시실은 문화예술인들에게 '꿈의 무대'였다. 대관을 위해 새벽 줄서기가 이루어질 정도로 공연과 전시가 문예회관으로 집중됐다. 2000년대 초반까지 제주지역 문화계의 흐름을 알려면 문예회관에서 진행된 공연과 전시를 살펴봐도 될 만큼 쏠림 현상이 나타났다. 사설 미술관, 공연장은 운영난으로 부침을 겪었고 문예회관 정도의 시설과 규모를 갖춘 공립 문화공간이 제주에 오래도록 생겨나지 않은 이유도 있다.

문예회관 독주 체제는 2010년 제주시가 세운 제주아트센터, 2014년 서귀포시가 건립한 서귀포예술의전당이 차례로 문을 열며 막을 내렸다. 문예회관은 더 이상 제주 유일의 전문 공연장이란 브랜드를 내걸기 어려운 처지가 되었다.

▶200여점 제주 작가 미술품 활용 방안은=다원화되는 공연·전시의 흐름 속에서 기획 인력의 보강은 과제 중 하나다. 지난해 문예회관을 운영하는 제주도문화진흥원장을 개방형 직위로 선발하고 올해 기획 인력을 공채하는 등 30년 만에 조직에 변화를 줬지만 시스템을 갖추려면 중·장기적으로 별도의 공연·전시 기획팀을 꾸려야 할 것이다. 초반부터 제주도립무용단을 문예회관에 두고 운영하는 등 예술단 전용 극장으로 기능해온 건 문예회관의 장점인 만큼 이를 살리려는 프로그램도 확대돼야 한다.

전시실 색깔 찾기도 요구된다. 최근 몇년 동안 서예 분야 대관이 증가하고 있고 도문화진흥원 초청전 역시 서예에 기울었다. 이는 자체 기획에 의한 선택보다는 상대적으로 다른 장르와 교류가 드문 점과 무관하지 않다. 개관 초기에 구입하거나 기증받은 200여점의 제주 작가 미술품을 소장하고 있고 25회째 제주청년작가전을 통해 우수청년작가를 선발 지원해오고 있는 만큼 3개 전시실을 어떤 방향으로 가동할 지에 대한 궁리가 필요하다.

지난해 문예회관 대극장 대관일은 183일로 1989년 122일보다 그 수치가 높다. 하지만 도문화진흥원이 집계한 관람 인원은 7만4819명으로 1989년 7만6260명보다 오히려 줄었다. 문화예술에 대한 지역의 관심도를 보여주는 사례다. 문예회관이 무엇을 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은 이 지점에서 출발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 글자크기
  • 글자크기
  • 홈
  • 메일
  • 스크랩
  • 프린트
  • 리스트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 밴드
기사에 대한 독자 의견 (0 개)
이         름 이   메   일
5064 왼쪽숫자 입력(스팸체크) 비밀번호 삭제시 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