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방네]"우리가 직접 기획·연출하고 영화·공연 만들어요"

[동네방네]"우리가 직접 기획·연출하고 영화·공연 만들어요"
강정 샘물지역아동센터를 찾는 아이들
학생 스스로 '샘물스파크' 동아리 운영
예술·영화 등 자기만의 꿈 찾고 키워가
  • 입력 : 2018. 08.20(월) 16:32
  • 조흥준기자 chj@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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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인데도 고2·고3 할 것 없이 머리 굵은 학생들이 강정 샘물지역아동센터를 찾는다.

강정교회 내 위치한 자그마한 지역아동센터는 이곳을 다니는 아이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지만, 학생들은 순간의 망설임도 없이 모두 자리를 꿰차고 앉았다. 누가 시키지도 않았지만 제각각 맡은 바 해야 할 역할이 있다.

"청소년이 모여서 뭔가를 기획하고 공연한다는 게 흔한 건 아니잖아요. 힘들지만 하고나면 뿌듯하고 성취감도 들고 그러다 보니 활동에 더 욕심이 생겼어요" 강아현(서귀포여고 3). "같이 방송반 하는 친구 빼고는 아는 친구도 별로 없었는데 영화·라디오 방송 등 경험 등도 쌓게 되면서 애착도 생기고 방송쪽으로 진로를 생각하게 됐어요" 오소은(서귀포여고 3). "디자인·영상·아이디어 등 학교에서는 인정받지 못한 걸 여기서는 인정해 주고 또 함께 할 수 있도록 배려해 줘요" 김유범(남주고 2).

센터에서 아이들을 돌보고 가르치는 건 선생님이 아니다. 센터를 통해 그동안 자신들이 익히고 배운 것을 초등학교 동생들에게 직접 나눠주는 것이 이들의 몫. 이날도 뮤지컬 영화를 찍기 위해 초등학교 동생들을 데리고 녹음 연습이 한창이다.

하지만 엄밀히 말하면 이들은 센터 소속이 아니다. 센터 내 정원은 가득 찼고, 지자체 규정상 고등학생은 입소가 되지 않는다. 그래도 이들에게 포기나 좌절은 없다.

오히려 지난해 학생들끼리'샘물스파크'라는 고교연합 동아리을 만들고 센터를 기반으로 활동을 지속해 나가고 있다. 서귀여고 등 4개 학교 학생들로 구성된 운영진만 70여명, 이들이 봉사가 아닌 샘터인이라 부르는 센터 내 1:1 멘칭 교육 봉사를 하는 학생들까지 합하면 250여명이 넘는다.

며칠 전 서귀포 칠십리 공연장에서 8·15 광복 플래시몹을 기획해 공연한 것도 샘물스파크 멤버들이다. 기획·연출·공연·부스 운영, 심지어 예산까지 전부 고등학생들이 전담하고 있다.

이제 2년차 동아리지만, 멤버 대부분이 샘물지역아동센터에서 5년 가까이되는 시행착오를 거치고, 2014년 첫 작품부터 전국영상물 콘테스트 등에서 최우수상을 받은 실력파들이다. 이들은 스스로 생각하고 움직이며 자아를 찾고 자신의 미래를 그려가고 있다.

제주에서는 드물게 서울예대 방송영상학부에 입학, 또래 후배들에게 전설로 불리고 있는 박사빈(22)군는 샘물에서 활동하며 만든 작품이 재단 UCC에서 수상을 하면서 본인의 꿈을 찾았다고 말한다. 이날도 센터에 와서 학생들의 멘토가 되어주는 등 영상·편집 등 후배들의 롤모델이자 누구보다도 앞장서 활동하는 샘물인이다.

그는 "플래시몹·뮤직비디오·뮤지컬영화·판타지 등 이곳에서 장르의 폭을 넓힐 수 있었고, 더 많은 경험을 쌓을 수 있었다"며 이곳의 장점을 언급했다.

오문심 샘물센터장은 "손자뻘 되는 아이가 센터장 엄마라고 부르고, 이 곳이 제 2의 집이자 여기에 오면 행복하다라는 말을 들을 때마다 보람을 느낀다"며 "센터가 교회 소속임에도 종교와 상관없이 센터 선생님이나 아이들을 차별없이 받아 준 목사님과, 또 학생들과 마찬가지로 하나의 행사가 끝나면 쓰러져 입원할 정도로 큰 열정과 자신만의 아픔을 딛고 함께 해준 모든 동료분들 덕"이라고 말했다.

이어 "강정이나 제주 뿐아니라 입시나 대학에 얽매인 학생들에게 숨 쉴 공간이 너무 없다는 걸 느끼면서도 보편적 복지가 아닌 제도적 복지로 인해 역차별 받고 있는 이들이 더 많아 안타깝다"며 "아동복지사 및 아동복지도 취약하지만 무엇보다도 센터에서 돌볼 수 없는 아이들도 차별없이 보살핌을 받을 수 있도록 제도적인 장치가 마련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센터나 샘물스파크를 언급하면서 빼 놓을 수 없는 사람이 있다. 삼성꿈장학재단의 지원 및 학교-센터와의 협약을 이끌어 낸 장본인으로 샘물스파크 리더이자 샘물지역아동센터 아동자치회장인 서귀포여고 2학년 이나경양.

그는 "샘물센터에서 내 자신의 꿈을 찾아가고 있고, 다른 이들의 꿈과 가치도 소중한 것을 알게 됐다"며 "이러한 더 많은 기회를 청소년이 스스르 열어갈 수 있도록 돕고 싶다"고 당찬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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