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치화의 건강&칼럼] 호스피스를 아시나요?

[한치화의 건강&칼럼] 호스피스를 아시나요?
  • 입력 : 2018. 08.15(수) 00:00
  • 김현석 기자 ik012@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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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으로 처음 진단을 받고 완치를 위해 치료를 받고 있는 환자나 가족으로부터 "호스피스는 언제부터 시작해야합니까?"라는 당혹스러운 질문을 가끔 받는다. 그렇게 물어보면 "지금은 병을 고치기 위해 치료 중이기 때문에 호스피스 대상이 아닙니다"라고 대답을 한다.

호스피스는 우리에게 생소한 외래어다. 개인적으로 호스피스라는 말을 처음 들은 시점은 의과대학을 막 졸업하고 인턴 시절인 1980년이었다. 당시 미국에서 병원으로 새로 부임해 오신 교수님이 호스피스를 소개하였고, 다른 교수님들은 농담조로 "호스피스가 뭐지? 저세상 갈 때 웃으면서 가자는 것이 아닌가?"라고 말씀하시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지금은 언론매체를 통해서 호스피스라는 단어를 비교적 자주 접하기 때문에, 과거보다 덜 생소할 것이라는 생각이다. 국내의 호스피스 역사는 그리 길지 않다. 그래도 현재 많은 병원들과 종교 기관들 그리고 단체들이 활발하게 호스피스 활동을 하고 있다. 심지어 최근에는 '호스피스 돌봄'의 비용 중 일부를 국가주도 의료보험에서 지불해주는 제도까지 마련되었다.

호스피스는 아주 오래전부터 내려온 서구사회의 사회활동개념이었다. 지금과 같은 구체적인 형태의 호스피스는 1950년대에 영국에서 처음 시작되었다. 이러한 호스피스의 초기 개념은 시간이 지나면서 '인간이 죽음에 앞서 멈추어 휴식하는 장소로 모든 이와 작별하기 전에 자신의 삶을 가다듬고 완결하는 장소', '특별한 장소가 아니라 돌봄의 개념', '적극적인 치료가 아니라 적극적인 간호와 증상관리' 그리고 '말기 환자와 가족에게 입원간호와 가정간호를 연속적으로 제공하는 프로그램' 등으로 점점 확대 발전되어가고 있다. 이상을 종합해서 현실적으로 정리해보면 '더 이상 병을 고치는 치료법이 없어서 죽음을 앞둔 여생 동안 인간으로서의 존엄성과 높은 삶의 질을 유지하면서 삶의 마지막 순간을 평안하게 맞이할 수 있도록 신체적, 정서적, 사회적, 영적으로 돕는 활동'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앞서 언급된 바와 같이 환자와 함께 정신적인 고통에 시달리는 가족도 호스피스 관리의 중요한 대상이라는 사실이 중요한 발전이다. 생이 얼마 남지 않은 환자와 가족은 풀어야 할 복잡한 문제들을 갖고 있다. 호스피스는 결코 한 사람이 해결할 수 있는 간단한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지금 함께 세상을 살아가고 있는 다양한 사회구성원들의 참여가 필요하다. 혹시 어떤 사람이 호스피스를 "병 때문에 죽어가는 사람을 돌보는 철학임과 동시에 봉사활동이다"라고 이야기 한다면, 이 사람은 호스피스의 핵심을 거의 다 꿰뚫고 있다고 봐야한다. 결론적으로 호스피스는 함께 살다가 먼저 가는 사람과 가족들에 대한 우리 모두의 배려이며, 비용으로 환산할 수 없는 너무나도 값진 자발적인 활동이다. 호스피스는 요즘 많이 이야기되는 존엄사와 구분되어야하는 실천적인 의미를 갖고 있다. 다만 호스피스가 문화와 사회적 환경이 너무나도 다른 서구사회로부터 들어와 유교적인 사고방식에 젖어있는 우리 사회에 접목된 것이기 때문에 호스피스가 지금 보다 더 발전하기 위해서는 계속해서 많은 연구들이 뒤따라야할 것이다.

이야기를 끝내면서 여러분께 '암환자에게는 언제부터 호스피스를 시작해야 옳을까?(암 진단 시점, 더 이상의 암 치료를 중단한 시점, 또는 임종을 앞둔 시점)'라는 질문을 조심스럽게 해본다. 지금도 열심히 활동 하고 있는 모든 호스피스 봉사자분들께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 <한치화 제주 중앙병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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