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윤미의 하루를 시작하며] 우리 커피 한잔 할까요?

[김윤미의 하루를 시작하며] 우리 커피 한잔 할까요?
  • 입력 : 2018. 08.15(수) 00:00
  • 김현석 기자 ik012@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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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는 언제 어디에서 누구와 마시느냐에 따라 다르게 기억된다. 피곤할 때 마시는 진한 커피는 피로회복제 역할을 하고 울적할 때 마시는 커피는 그 향만으로 위안이 되며 좋은 사람과 마주하며 마시는 커피는 나누는 체온만큼이나 따뜻하다. 이제 커피는 기호식품을 떠나 우리 일상의 한 부분이 되었다. 그것은 커피 소비량 통계 자료로도 확인할 수 있다. 우리나라 커피 수입량은 세계 7위이며 1인당 연간 커피 소비량은 512잔에 달한다. 커피가 우리 일상에 깊숙이 파고들면서 자연스럽게 늘어난 것이 바로 카페다.

특히 아름다운 자연으로 수많은 여행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제주는 이색카페들로 넘쳐난다. 불과 10년 전만해도 찾기 힘들었던 커피전문점이 수많은 여행자들과 이주민 열풍에 힘입어 제주여행에서 카페투어가 필수가 될 만큼 기하급수적으로 늘었다. 영화의 배경이 된 카페부터 푸른 바다를 바라보며 커피한잔 할 수 있는 카페, 돌집을 개조하여 제주만의 감성을 느낄 수 있는 카페까지. 이제 제주에서 카페는 맛과 멋을 모두 충족시켜주는 하나의 트렌드가 되었다.

그러나 모든 현상에는 명암이 존재하기 마련이다. 인구대비 카페 밀집률 전국 1위를 기록하며 하나의 문화로 자리매김한 제주의 카페, 그 이면에는 어마어마한 플라스틱 쓰레기 배출이라는 부작용이 따라왔다. 돌담 사이에도 아름다운 해변에도 고즈넉한 올레길에도, 수많은 쓰레기들이 풍경을 할퀴듯 버려져있다. 쓰레기는 최대한 줄여야 하고 잘 버려야하며 잘 처리해야 한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는 상식이니 그렇게 실천하기만 해도 지금보다는 나았을 텐데 말이다. 그렇다면 '나 하나쯤은' 혹은 '남들도 버리니까'같은 안일한 마음에서 비롯된 문제일까. 허나 그러한 도덕성은 당연하게 책망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닌 개개인의 자발적 양심에 근거해야한다는 막연함이 있다.

결국 환경부가 일회용컵 사용 규제에 나섰고 쓰레기로 몸살을 앓는 제주를 지키기 위해 세계 자연보전 기관과 ICT 기반 플랫폼 업체 그리고 언론사까지 일회용컵 사용을 근절하고자 손을 잡았다. 또한 깨끗한 바다와 일회용 컵을 쓰지 않는 제주를 꿈꾸며 정기적으로 바다의 쓰레기를 줍는 비영리 단체인 'savejejubada'도 생겨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하지만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정부와 단체에 기대지 않고 멀고먼 남의 문제가 아닌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이곳, 바로 '우리'의 문제라는 인식에서 출발한 한 사람 한 사람의 실천에 있을 것이다.

사랑하면 당연히 아껴야 한다. 깊이 들여다보고 감정을 나누며 서로를 알아가고 마음을 전하기 위해 표현하는 것. 그것은 사람뿐만 아니라 자연도 포함되어야 하지 않을까. '한 잔의 커피에 40년 추억이 있다'라는 터키 속담이 있다. 함께 마시는 커피 한 잔은 40년 인연의 시작이라는 의미이다. 헌데 플라스틱 컵이 썩는 시간은 100년이 넘게 걸린다. 우리가 이 땅에 살고 지고를 반복하는 모든 시간동안 땅은 천천히 병들어 갈 것이다. 어쩌면 이미.

모두가 환경운동가가 될 수는 없다. 다만 아침에 집을 나서며 혹은 짧은 여행을 떠나며 가방 속에 텀블러 하나 챙겨 넣는 것. 그것만으로도 현재 우리가 할 수 있는 아낌의 표현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커피한잔 가운데 놓고 소중한 인연과 소중한 추억을 만드는 시간, 더불어 자연을 아끼는 마음까지 더한다면 더욱 아름다운 기억이 되지 않을까. <김윤미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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