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농촌은 '가뭄과의 전쟁' 치르느라 난린데

[사설] 농촌은 '가뭄과의 전쟁' 치르느라 난린데
  • 입력 : 2018. 08.13(월) 00:00
  • 편집부기자 hl@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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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달 이상 폭염이 이어지면서 제주지역 농촌은 난리다. 한창 자라야 할 콩 등 농작물은 가뭄이 장기화되면서 말라죽고 있다. 당근이나 양배추 등 월동채소 재배 농민들은 제때 파종을 못해 걱정이 말이 아니다. 그저 비가 내리기만을 기다릴 수밖에 없는 딱한 실정이다. 가마솥더위에 농민들은 '가뭄과의 전쟁'을 치르느라 힘겨운 나날을 보내고 있다.

엊그제 본보가 로포로 전한 제주시 구좌읍 농촌현장은 처절하게 느껴진다. 가뭄에 시달리는 농민들은 마른 하늘을 보며 비가 오기만을 간절히 바란다. 구좌읍 상도리에서 만난 고모(74)씨는 2644㎡의 당근밭에 물을 주기 위해 아들과 함께 물탱크와 스프링클러 사이에 양수기를 연결하는 등 눈코틀새 없다. 고씨는 비만 기대하며 파종을 늦췄지만 더 이상 미룰 수가 없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고씨는 "해가 뜨기 전 새벽 5시에 스프링클러를 설치했는데, 제역할을 하지 못해 속상하다"고 털어놨다.

구좌읍 하도리 농업용 관정에서 만난 김모(29)씨도 마찬가지다. 6611㎡의 당근밭에 물을 대기 위해 트럭 2대로 물탱크에 물을 채우기에 바쁘다. 날씨가 너무 더워서 잠시라도 물 주는 것을 멈추면 호스 안에 있던 물이 온수로 변해 애써 틔운 싹이 익어버린다는 것이다. 9만9173㎡의 당근밭에서 일하는 또 다른 김모(54)씨는 "올핸 극심한 가뭄으로 새벽이나 저녁시간에는 줄을 서야 할 정도"라며 용수 확보에 애를 먹고 있다.

9일 기준 구좌지역 당근 재배면적 1340㏊ 가운데 80% 가량이 파종을 마친 것으로 추정된다. 고씨처럼 파종을 더 미루면 당근 자체를 아예 재배할 수 없단다. 문제는 물을 제대로 주지 못해 싹이 나지 않거나 말라죽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는 점이다. 농민들은 그나마 싹이라도 틔우기 위해 물을 받느라 구술땀을 흘린다. 당근의 싹이 돋더라도 대부분 생육이 부진해 농민들의 시름은 점점 깊어만 간다.

농작물 피해는 동부지역만이 아니다. 서부지역도 콩밭은 스프링클러를 계속 돌리고 있으나 지열로 인해 타들어간다. 양배추와 브로콜리 주산지인 애월지역 농가들은 파종을 제대로 못해 죽을 맛이다. 폭염이 지속되면서 농작물 피해뿐만 아니라 가축피해도 잇따르고 있다. 이달 7일 현재 폭염으로 닭 500마리를 비롯 돼지 860여마리, 말·젖소 각각 1마리가 폐사했다. 무더위에 취약한 양계농가는 계란 생산량이 20% 가량 감소할 정도다. 이처럼 폭염피해가 전방위적으로 나타나고 있으나 행정은 느긋하기 그지 없다. 단적으로 제주도는 이제야 농가에 급수장비 지원에 나섰다. 폭염피해가 심각한만큼 제주도는 미리 다각도의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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