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호의 월요논단] 국·공립미술관장의 위상 제대로 세우자

[김영호의 월요논단] 국·공립미술관장의 위상 제대로 세우자
  • 입력 : 2018. 08.13(월) 00:00
  • 김현석 기자 ik012@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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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야흐로 국·공립미술관 관장 공모의 계절이다. 국내 유일의 국립현대미술관을 비롯해 광주시립미술관, 대구미술관 등의 관장이 오는 12월 임기 종료를 앞두거나 이미 종료되어 차기 관장에 대한 하마평이 무성하다. 제주도의 경우도 제주도립미술관 관장이 오는 8월 임기가 종료된다 하며, 김창열미술관은 지난해 11월 이후 공석으로 남아있는 관장직을 채우기 위해 공고가 나갔다. 수원시립아이파크미술관은 최근 신임 관장을 위촉해 업무를 시작했다. 우여곡절을 거치며 건립 중인 울산시립미술관(2020년 개관예정)과 인천시립미술관(2022년 개관예정) 등을 고려하면 관장 공모에 대한 미술계의 관심은 계속될 전망이다.

우리나라 국공립미술관 관장 임용을 둘러싼 문제들은 대체로 정해져 있다. 임기, 직급, 임용절차, 응모자격에 관한 것들이다. 임기를 보면 국립현대미술관의 경우 3년, 공립미술관은 2년 임기제로 되어 있다. 5년까지 연임이 가능하다 하나 임기를 채운 적이 거의 없어 '파리목숨'으로 빗대기도 한다. 직급은 국립현대미술관의 경우 기획운영단장과 같은 서열인데 그것도 '임기제 나급'이다. 공무원 사회에서 관장의 위상을 알 수 있는 자료다. 임용 절차 역시 '공모' 형식을 취하고 있어 매번 자격 시비에다 '적격자 없음'과 같은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다. 임용 자격은 최근 많이 달라졌지만 아직도 경영 전문가가 아닌 화가들이 관장이 지역정치와 권력상에 연계되어 등판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문제에 대한 지적은 오래된 것들이다. 지방자치제가 시행되고 공립미술관들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나기 시작한 1990년대 중반 이래 지속되어 왔던 문제라 할 것이다. 뮤지엄 정책에 관심 있는 인사뿐만 아니라 정부기관에서도 관련법 개정이나 정책보고서를 통해 개선안을 제시해 왔다. 하지만 탁상공론과 공염불에 그쳤다는 평가다. 오히려 정부의 직제개편으로 인사권은 문화체육관광부와 기획운영단장에 상당수 넘어갔고 예산권도 크게 축소되어 관장구실이 더 어렵게 되었다. 일을 이렇게 만든 원인 중의 하나는 국립현대미술관의 법인화 추진이었다. 향후 바뀌게 될 인사, 운영, 정책 등 전반의 변화를 예상하고 개혁은 차일피일 미루어져 왔던 것이다.

상황이 달라졌다. 최근 문화체육관광부는 지난 10년간 추진했던 국립현대미술관 법인화를 백지화하기로 최종 결론을 내렸다 한다. 이제 정부가 그간 미루어 왔던 제도 개선을 할 때가 되었다. 우선 관장 공모제를 폐지하거나 지정공모의 방식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 적임자를 채용하기 위한 책임 있는 위원회를 만들어 추대하는 절차를 거치는 것이다. 또한 관장 임기제를 없애고 책임 있는 위원회와 합리적 업무평가 지표를 개발해 연임이 가능한 제도를 세워야 한다. 관장의 직급을 한 단계 높여 국립현대미술관장을 차관급으로 격상하고 공립미술관의 경우도 재고할 필요가 있다. 불안정한 임기제 공무원의 신분과 낮은 직급 그리고 경직된 행정시스템으로는 변화하는 미술의 움직임을 따라올 수 없다.

상황이 달라진 만큼 현직 관장들도 각성해야 한다. '관장은 대외적으로 굵직한 일, 즉 협찬금 유치, 후원제도, 좋은 작품 기증 유도, 대중 참여 교육프로그램 개발, 한국 근현대미술사 정립, 그리고 한국미술의 국제무대 진출 등 이런 선이 굵은 일에 매진해야 한다.' 이러한 관장 본연의 역할을 다하기 위해서 국제비엔날레 사업은 전담조직에 맡기기를 바라는 것이다.

<김영호 미술평론가·중앙대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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